IT이야기

스마트폰 역사를 통해 예측해보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

초하류 2017. 6. 22. 11:29

첫 번째 아이폰이 시장에 나온 것은 9년전인 2007년 1월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핸드폰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도구가 이렇게나 전면적이고 빠르게 변화한 사례는 찾아  보기 힘들다. 핸드폰과 스마트폰 이 두 도구는 기본적으로 목소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하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는 속도만큼이나 핸드폰을 만들던 회사들도 빠르게 변했다. (어떤 회사는 긍정적으로, 어떤 회사는 부정적으로.)


이 핸드폰 시장과 비슷한 변화가 자동차 시장에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 그 흐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동력계가 전기로 변경되는 것과 인간이 조정하던 것에서 자율주행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핸드폰의 변화에 비추어 핸드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거대한 시장인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한번 추측해 보자.


1--TEhI_kbHF0JewP2NuPQIg.jpeg 




1. 기존의 자동차를 고수하는 회사는 사라질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직 핸드폰이었을 때 시장의 최고 강자는 노키아였다. 1998년 세계 제1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등극한 노키아는 2011년까지도 1위였다. 2000년 초 노키아가 한참 잘 나갈 때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했고 2000년 당시 시가 총액은 2230억 유로(약 324조 원)였던 거대 기업이었다. 하지만 노키아는 2013년 9월 MS에 모바일 부분을 겨우 54억 유로에 매각함으로써 시장에서 사라졌다. 


노키아의 전화기들은 여전히 튼튼하고 기본에 충실했고 가격도 저렴했으며 거기에다 1996년 노키아 9000이라는 제품을 통해 핸드폰 기능 이외에도 팩스, 이메일, 웹서핑까지 가능한 제품을 발표하기도 한 혁신적인 회사였다. 즉 노키아는 핸드폰이라는 분야에서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회사였던 거다. 그런데 노키아는 왜 그렇게 급속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던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은 핸드폰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히 음성통화 이외의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핸드폰과는 달리 스마트폰은 앱 마켓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설치하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어떤 기능으로도 변신이 가능한 완전히 다른 제품이었다. 노키아는 구매자들이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핸드폰을 만들고 있었고 가지고 있던 소프트웨어적인 역량마저 심비안과 마고로 생긴 내분을 막지 못하고 결국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자동차는 어떨까? 현재의 자동차는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조정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런 자동차가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전기 자동차가 된다면? 


발표되는 자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략 3만 개 정도의 부품이 필요한데 비해 전기자동차는 2/3인 2만 개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문제는 이때 줄어든 부품이 엔진, 미션을 포함한 구동전달계 그리고 각종 전자부품들이란 점. 즉 지금까지 자동차를 만드는 핵심기술이었던 진동과 소음이 적으면서 출력이 높은 엔진이라던지 최소의 동력손실율을 위한 미션 등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거다. 게다가 베터리 같은 부분은 중요도에서 비교도 할 수 없는 핵심부품이 되어 버린다. 이말은 스마트폰이 더 이상 핸드폰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 자동차도 자동차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변경됨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를 개량 혹은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변화되는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회사 자체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것이다.




2. 자율주행은 컴퓨터의 OS처럼 특정 몇 가지 제품이 시장을 독점할 것이다


자율주행은 몇몇 하드웨어적인 요소들(센서와 모터들)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다.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자동차를 살 때 BMW의 키드니 그릴과 벤츠의 삼각별에 매력을 느꼈지만 자율주행이라는 점에 있어서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와 경쟁하거나 믿음을 줄 수 있을까?


기존의 핸드폰 사용자들은 자신의 핸드폰이 어떤 운영체제로 작동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해당 요소는 제품을 선택하는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운영체제가 그 제품 자체가 되었다. 지금은 갤럭시를 사는 사람들도 삼성이 갤럭시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지 않거나 최신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를 해주지 않으면 대부분 구매하지 않게 될 것이다. 즉 사람들은 삼성의 갤럭시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안드로이드가 잘 작동하는 갤럭시를 구매하는 거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프로그램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OS와 같다. 자율주행 프로그램은 마치 PC나 스마트폰의 OS처럼 정해진 하드웨어 규격을 갖춘 하드웨어 어디에서라도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올라가서 사용률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고 이 데이터는 머신러닝을 통해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점점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결국은 하나 혹은 둘이 살아 남아서 시장 전체를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마치 로또 1등 명당에 손님들이 많이 몰려서 점점 더 많은 로또 1등이 배출되는 것처럼. 어쩌면 구글은 아이폰과의 스마트폰 경쟁에서 그랬던것 처럼 자동차 본체와 전기 공급 인프라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테슬라와 경쟁하게 될지도 모른다.




3. 일단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아주 빠른 시간에 일반화될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2014년 4분기 1천263km 동안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했지만 2015년 10∼11월에는 8천558km를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했다. 그것도 무사고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엄청난 속도로 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혹자는 막상 자율주행이 시작되더라도 스스로 운전을 해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율주행을 받아 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율주행이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의외로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이 이루어진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시장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들이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까닭은 단순히 핸드폰보다 차원이 다른 유용함을 주는 스마트폰의 유용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율주행은 사용자들의 편의에 따른 도입과 함께 우리 모두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시장경제의 압박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율주행 자동차는 물류운송을 위한 트럭에 가장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물류 회사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되면서 트럭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운전을 하는 직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더할 나위없이 강력한 구매동기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물류를 위한 트럭에 자율주행이 도입되게 되면 자율주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로 압박이 가해질 수도 있다. 


또 한 가지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의 활용성을 현재 보다 몇배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교차로에서 신호등 없이도 서로를 인식하고 속도를 조절하여 자동차들이 멈추는 일 없이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아래 영상처럼.



차 간 간격도 지금처럼 넓을 필요가 없다. 필요에 따라 정속 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는 마치 기차처럼 앞뒤의 차들이 조밀한 간격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자율주행의 안정성이 더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직접 운전이 되려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구글 내부적으로만 생성되고 있다는, 직접 운전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시선이 일반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마도 10년 전 영화를 보면서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으로 통화 하는 주인공들이 어색하게 느껴지는것 처럼 10년 후에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4. 자동차의 형태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게 변화할 것이다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면서 외형적으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화면의 크기다. 핸드폰은 말이나 문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도구였지만 스마트폰에은 데이터를 입력할 때는 키보드,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때는 스크린, 앱을 실행 시길 때는 앱 그 차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동차도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에 대한 모든 기존 개념이 뒤엎는 것이 된다. 당장 자율주행 자동차가 되면 자동차에 타는 사람은 더 이상 운전자와 승객으로 구분되지 않게 된다. 차량을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운전자를 배려한 장치와 구성은 사라질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ioT와 결합하여 실시간 교통상황의 정교한 예측을 바탕으로 이동 시간을 정확하게 지킬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줄어든 부품들로 인한 내부 구성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 가능해서 차량 내부 공간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변경될 것이다. 스스로 운전하지 않는 차에는 내 것이라는 개념이 약해지고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직접 소유 대신 사회 인프라처럼 모두가 공공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 자동차를 스마트폰에 대입해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간단하게 예측해봤다. 앞서 살펴본 몇 가지 점들만 가지고 생각해 보아도 자동차는 현재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동하는 동안 얼마나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나, 어떤 엔터테인먼트 장치나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가, 어떤 휴식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가, 만약 카쉐어링이라면 얼마나 청결한가 등등 자동차를 선택하게 되는 핵심가치도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이 이보다 훨씬 심도 깊게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현대 자동차 처럼 주유소에 들릴 일이 없어서 낭만이 없어졌다는 광고를 대단한 것인 양 내보내는 정도에 머문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빌려 노키아처럼 떠내려 가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