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개발자로 취직하기 - 1

는 중소규모 기업용 IT 솔루션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전 모 지자체가 주최하는 인력채용행사에 참석했습니다. 1인당 15분씩 한시간에 6명 배정된 일정표가 좀 빡빡하긴 했지만 마침 회사에서도 인력채용중이어서 서류전형 본다는 생각으로 면접을 진행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면접자의 절반 정도가 일명 마에스터고라는 취업특성화고등학교 졸업반들이었거때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라 출신학교나 학력이 적혀 있진 않았지만 척봐도 앳된 모습에 교복까지 풀장착 하고 있으니 누가 봐도 고등학생이더군요. 문제는 제가 다니는 회사는 고등학교 졸업생을 뽑을 수 없다는데 있었습니다. 그럼 제가 다니는 회사가 다른 회사와 달리 학력 차별을 심하게 하는 나쁜 회사라 고등학고 졸업반 학생들을 뽑지 못하는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그럼 왜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생을 뽑을 수 없을까요?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는 회사는 크게 두가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신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게임을 만들거나 네이버, 페이스북처럼 자신들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두번째는 수주 기반의 회사 입니다. 기업형 솔루션 보유회사는 대부분 여기에 속합니다. 그룹웨어건 ERP건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입찰을 통해 수주한 고객사의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요구사항에 따라 자사의 제품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서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두번째 회사입니다. 수주 기반의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내는 회사죠.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생을 왜 뽑지 못할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이라고 모두 프로젝트에 참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주를 하더라도 고객사에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력들의 이력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사가 거부하면 해당 직원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심한 경우는 고객사가 개발자의 면접을 별도로 진행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졸 직원들은 바로 이런 고객사의 경력체크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수주 기반 회사들은 뽑을 래야 뽑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는 이런 친구들이 입사 할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하지만 쉽지는 않을겁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수주기반 회사들 보다 인기가 있기 때문에 더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많이 몰리거든요. 고등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엄청나게 뛰어난 개발실력이 있으면 취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는 아마 쉽지 않을겁니다.

제 앞에서 더듬거리며 자기 소개를 마친 학샏들에게 솔직히 우리 회사는 채용이 어렵다라고 이야기한 후 그 이유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고는 조금이라도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뭔가 궁금한게 있으면 뭐든 편하게 물어 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무척 실망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 이것 저것 물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자바를 배우면 취업에 도움이 되나요? 면접관들이 어떤점을 우선적으로 보나요? 급여같은 부분을 물어 봐도 되나요?

대답을 해주면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른바 취업을 위한 특성화고등학교라는 교육기관들이 개발에 관련된것을 가르치기만 하면 그만인걸까요?

현재로서는 스스로 시장에 팔릴만한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는 한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개발자가 취업하기란 거의 불가능 합니다. 자소서 수정해주고 개발 잘 가르쳐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보러 온 친구들에게 물어 보니 학교에서 이런 현실에 대해 들은적이 없는것 같더군요.

그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자신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 창업에 준하는 개발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 한걸까요?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개발자로 회사에 취업할 수 있게 바꾸는것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한것이고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한다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몰려드는 업무를 좀 처리하고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