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

초하류 2022. 2. 18. 12:17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는 12월에 큰 홍역을 치뤘습니다. 꽤 호응을 얻은 미니프로젝트성 서비스 때문인데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지인들에게 링크를 보내면 지인들이 익명으로 트리에 메세지를 달아 줍니다. 그리고 트리를 만든 사람은 크리스마스에 트리에 달린 메세지를 열어 본다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서비스였습니다.

문제는 딸아이 친구가 만든 트리에 누군가가 딸아이 이름으로 트리 주인에게 절교하자, 말걸지 마라,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메세지를 보낸겁니다.

딸아이 친구도 딸아이도 당황활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스럽게 딸아이 친구는 제 딸이 작성하지 않았을꺼라고 이해를 해주더군요

그렇지만 그 메세지 때문에 딸아이와 그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부모와 저희 부부는 몇일동안 엄청나게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딸아이 친구는 친구들을 의심하고 메세지때문에 힘들어 하고 딸아이도 자기가 보낸게 아니라며 울고..

그런데 서비스를 만든 팀원들의 트윗에 혹시 작성자를 확인할 수 있냐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겼다고 트윗도 날리고 DM도 보내 봤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두 아이와 그 부모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던 저녁 개발자들이 트위터 스페이스를 열고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점 배웠던점을 사람들고 이야기 하며 뿌듯해 하고 웃고 즐거워 하고 있더군요

와이프는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자기들은 저렇게 웃고 떠들고 있어도돼? 라며 화를 냈습니다. 트위터 스페이스에 참여해서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IT일을 하기 때문에 미니 프로젝트로 만든 서비스가 그렇게 많은 호응을 얻고 주목을 받으면 얼마나 뿌듯할지 성취감을 얻었을지 갑작스럽게 몰려든 트래픽을 처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실시간으로 오고가는 요구사항들과 버그 조치를 하느라 힘들었을지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만든다면 서비스의 긍정적인 면과 어두운면 모두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의 트윗에는 저와 같은 요청을 문의 하는 내용도 상당수 있었고 딸아이 친구중 한명은 혹시 누군가 악풀을 달았을까봐 무서워 결국 트리의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한 친구도 있더군요

이런 어두운면에 대해 어떤 피드백도 없이 성취에만 신경 쓰는 마인드라면 그런 마인드로 성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익명으로 메세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고 거기에 시스템적으로나 서비스 대응으로나 조치가 있었어야 하는 것은 서비스를 성공시키고 지속시키고 싶다면 기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