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대한민국 양도소득세 만세

초하류 2005. 7. 29. 12:40
"어 별일 없냐 늦게 퇴근 하는구나 조심해서 들어가라"

덜컥

아버지는 근래에 들어본 가장 밝은 전화 목소리로 대답을 하시곤 언제나 처럼 당신의 할말이 끝나자 마자 전화를 끊으셨다.

갑작스래 호흡곤란으로 응급실로 가셨지만 별 이상이 없다며 알고나 있으라고 걸려온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건만 아버진 못난 아들 걱정 할까봐 모르는척 하신다.

얼마전 20년 넘게 살던 집을 팔고 사는 과정에서 세법에 밝지 못한 아버지 어머니의 실수로 이천여만원의 세금이 추징된것을 걱정하시던 어머니께서 결국은 응급실 신세를 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모양이다.

20여년 살아 오던 대구의 조그만 양옥집을 팔아서 변두리 월세가 나오는 3층짜리 집을 사셨다. 그런데 아버지 이름으로 한번도 건물 등기를 해드리지 못하신 차에 사고 남은 차익금에 은행에서 돈을 내어 거쳐하실 조그만 가정집을 하나 더 구입하셨는데 여기서 사단이 났다.

틀림없이 부동산과 법무사는 한채 팔아서 두채를 사는것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건만 한채를 팔고 두채를 사는 과정에서 이전집을 구입한 사람이 등기를 늦게 하는 바람에 3채를 가지고 있다가 한채를 파는걸로 계산이 되어 버렸던거다.

아버지께서 이리저리 알아보셔서 3주택은 면했지만 그래도 2주택어쩌고 양도소득세는 피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렇게 써 놓으니 대단한 돈을 거래하신거 같지만 2억 남짓한 돈으로 서울의 왠만한 25평 아파트 가격 정도의 돈이다.

60평생 먹을거 입을거 아끼셔서 겨우 마련한 전 재산에서 단 몇일의 등기일 차이로 몇천만원의 세금을 추징 당하셨으니 속병이 나시는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리 저리 알아 보고 청와대 민원실에 민원도 넣어 봤지만 법대로 잘 살펴서 집행 한다는 대답 뿐이었다.

시세 차익이나 급등하는 지역도 아니고 요즘은 거래도 잘 안돼는 가정집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단 몇일의 차이로 발생한 양도소득세에도 이렇게 시퍼렇게 예외없는 법적용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과연 얼마나 법 적용을 단호하게 했길래 일년 사이에 몇천만원씩 오르는 지역이 생기는 것일까..

그렇게 시퍼렇게 적용되는 법률이란 칼에 베이는것은 서민들 뿐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도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자신을 중산층이라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게시는 순진한 부모님이 안스럽기도 하다.

프로젝트가 아무리 바쁘더라도오늘 저녁엔 어머니를 뵈러 가야겠다. 월급쟁이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게 그정도 뿐이다.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더 밴드가 다 바지 벗고 분위기 뛰우냐구요?  (1) 2005.08.01
비슷한 말들  (0) 2005.07.29
나의 재정상태  (0) 2005.07.28
필카를 디카로..  (3) 2005.07.27
fax 받으셨나요?  (2) 200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