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272

생신과 문상

아버지 생신차 주말에 대구로 내려 갔다. 고만 고만하게 사는 아들 딸들은 고만 고만한 축하와 고만고만한 선물들로 생일을 축하해 드렸다. 그리고 올라 오려는 일요일 저녁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회사 이사님이 부친상을 당하셔서 문상을 간다는 전화였다. 예약되었던 서울행 KTX는 취소하고 진해로 향했다. 다른 직원들은 서울에서 내려 오는 길이라 나는 제일 먼저 혼자 도착했다. 이사님은 서글서글한 눈매가 꼭 닮은 영정 사진 앞에서 까만 치마저고리를 입고 서 있었고 여느 문상 자리에서나 처럼 나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사님과 돼지고기와 그런 저런 규격화된 상차림 앞에 앉아 잠시 자리를 같이 하다가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부랴 부랴 택시를 타고 마산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

초하류's Story 2008.06.23

30대 중반이라는 나이

올해로 36 30대에서도 중반이다. 원래 그렇게 체력이 좋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은 사실 나이에 대해서 크게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딱 올해부터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자도 자도 피곤하다. 예전에는 그냥 자는게 좋아서 늦게 잤다면 요즘은 휴일엔 아에 일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술먹은 다음날은 완전히 표시가 난다. 이제 30대 중반에 이렇게 몸이 약해져서야.. 한동한 하던 근력운동을 끊은지 약 4개월 정도 지났는데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약 0.2g 정도 든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 지금 겔겔대는 체력이 더 좋아 지는건가? 오히려 남은 체력마저 다 써버려서 더 겔겔거리는거 아닐까? 남들처럼 홍삼이다 종합비타민이다 마눌한테 사달래서 약빨로 한번 버텨 볼까? 고민은 점점 깊어만 ..

초하류's Story 2008.04.24

음악 쇼핑

토요일날 오랜만에 홍대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갔다. 단독공연은 아니고 여러팀이 나오는 공연이었는데 나름 좋아 하는 프리키가 오랜만에 공연을 나왔기 때문이다. 프리키를 보러 가긴 했지만 이런 공연의 묘미는 맘에 드는 다른 밴드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이다. 프리키만 하더라도 나름 잘 나갔던 프리마켓을 보러 갔다가 맘에 들었던 밴드였기도 하다. 토요일 공연에서도 맘에 드는 밴드가 많이 있었는데 자보 아일랜드도 깔끔하고 신나는 음악이 괜찮았고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는 오랜만에 신나는 네오펑크 계열의 음악으로 떠들썩한 무대가 신났다(요즘은 홍대씬이 좀 젊잖아 졌다고 할까? 시부야 비스무리하니 그런 음악 하는 팀들이 많아져서 개슬램이 횡횡하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듯 하다) 꽃미남 밴드 마리서사는 벌써 오빠부대를..

초하류's Story 2008.04.07

프로젝트 이야기

99년 2월 입사부터 IT 바닦에서 뒹굴렀으니 이제 족히 10년이 지났다. 10년의 시간을 거의 구축을 맡아 왔다. 몇갠지도 모르는 무수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 매번 프로젝트에 투입될때마다 쉬운 프로젝트라는것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모든 프로젝트들이 시작할때 거대한 문제점을 품고 있었고 하나도 남김없이 가지고 있는 문제 보다 더 큰 문제가 진행중에 발생했다. 프로젝트에 투입될때면 언제나 머리털이 쭈삣서게 두렵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데체 어떤 사람들과 어떤 문제를 가지고 힘들어하게 될까.. 나이가 들어 갈 수록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예측하기 힘든 어려움에 봉착한다는건 점 점 더 두려워진다. 팀원으로 PL로 지금은 PM으로 자리와 책임은 다르지만 아직도 프로젝트는 어렵고 어렵고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도 절..

초하류's Story 2008.03.29

무기력

지난주도 이번주도 주말에는 계속 잠이다.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다. 토요일 일요일을 꼬박 오후 2시까지 잠들어 있었다. 얼핏 선잠을 자기도 하고 허리도 아파 오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몸이 피곤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가끔 내게 찾아 오는 무력감 같은것인지.. 주중에 그렇게 늦게까지 술먹고도 악착같이 일어나 회사에 출근 하고 PT자료를 검토 하는 나와 주말에 한없이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나는 내가 봐도 이상하다. 어느것이 나인건지.. 프로젝트 진행 상황들에 치여 주중에 피로가 과도하게 쌓인건지 아니면 그냥 늘어지는 건지 할일은 많고 해야 할일은 많은데 나는 이번주도 허리가 아프게 추욱 늘어져 있었다.

초하류's Story 2008.03.10

올 설날 이야기

처가집 갔다가 본가 갔다가 여동생 내외와 함께 한잔 찌끄린 이번 설 아버지께서 하사하신 로얄살루트21년산에 이름에서 벌써 양으로 승부하는 냄새가 팍팍 풍기는 푸짐한 서민횟짐에서 떠온 잡어회 2만원어치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밤이 깊었다. 오랜만에 만나 훌쩍 자란 조카들의 재롱 보는 재미에(말문이 트인 큰조카는 외상촌 별로야라는 천진난만한 대사를 날려 주었지만) 서민 양주로는 최고봉인 로얄살루트21년산을 좋아 하는 회 안주로 마시니 좋기는 좋구나 이런 저런일로 즐겁지만은 않은 설이지만 내친김에 노래방까지 달려 달렸다. 오랜만에 매제의 일반인으로는 더 이상 없이 잘하는 노래도 실컷 듣고 우리 내외를 위해 하여가까지 불러주니 기분이 절로 났다. 여동생은 다음날 숙취로 헤매며 좋은 양주 마실때 뿐이라고 힘..

초하류's Story 2008.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