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책을 읽는 재미란 내게 두가지다.
첫번째로 물리학책만큼 나를 집중 시키는 책이 없다는 점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정성들여 읽지 않으면 한줄을 넘어 가기가 힘들다. 뭘 할때 건성 건성 하는 편인데다가 책 읽을때는 그런게 더 심해지는 나를 이렇게 긴장 시키는 물리학책은 마치 게임 매니아들이 어려운 게임에 열광하는 측면과 비슷한 맥락으로 내게 항상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두번째의 물리학책을 읽는 즐거움은 읽고 난 뒤에 문득 찾아 오는 깨닯음 같은거다. 읽을때는 잘 이해 되지 않았던 개념들, 뭔가 좀 알쏭 달쏭했던 이야기들이.. 그냥 물 마시다가, 혹은 음악을 듣다가 문득.. 아 그때 내가 본 개념이 그런뜻이었구나 하고 깨닳아 지거나 서로 다른책에서 읽은 내용들의 아구가 짤깍 하고 들어 맞아 질때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이다.
이 책은 내가 물리학책을 읽는 두가지 재미를 완벽하게 채워주고 있는데 수학적 계산이나 정확한 도표적 지식없이 두루뭉실하게 이해 하고 있었던 물리학에 대한 현상들을 도표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에서는 한글자도 눈을 땔수가 없는 난이도가 있었고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단지 허상이고 삼라만상은 변한다라는 동양사상과 모든 물질은 단지 에너지의 상태이며 이 에너지는 예측을 할 수 있을뿐 정확한 현재 상태를 알 수 없다라는 현대 물리학의 깨닳음을 모두 통찰하는 프리초프 카프라박사의 통찰력과 동양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는 아 내가 읽은 책들이 그렇게 대단한것은 아니지만 어느 부분들이 홀연히 이해 되는것이 전통적인 것이구나 하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물질을 나누고 나눠서 결국 움직이지 않는 어떤 절대적인 최소값을 찾으려고 했던 서양의 과학자들은 결국 물질의 최소단위가 고정된 특정 물질이 아니라 진동하고 있는 끈이라는 초끈이론을 통해 접근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몇천년전부터 동양의 수많은 사상가들은 절대적인것은 없으며 현실은 단지 꿈같은것이라는 진리를 설파하였다. 철저한 현실의 인식을 바탕으로 도출된 현실의 덧없음이라는 동양의 진리가 현실과 동떨어진 철저하게 이상화된 이데아의 세상을 지향하기 위해 피눈물 나게 현실을 분류하고 관찰하던 서양의 과학이 결국 서로에 대해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은 뭔가 말할 수 없는 묘한 짜릿함을 내게 전해 준다.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은 쉽게 읽히지 않지만 그만큼의 지적인 쾌감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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