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의 엄청난 성공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뤘었는데 요즘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좀 시들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 하고 요즘하는 K팝스타3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러가지 재미를 한꺼번에 줍니다. 일단 짜여진 각본이 아닌 이른바 리얼버라이어티 형식으로 진행 되는 현장감도 있고 무명의 가수가 깜짝 놀랄 무대를 보여주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인생 역전 드라마류의 감동코드들도 있죠
제 경우에는 그들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가장 큰것 같습니다. 서태지 이후로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들은 수상무대에서 더이상 팬들에게 그들의 사랑을 고백하지 않습니다. 사장님과 매니저 형 오빠들.. 그건 마치 미스코리아들이 미장원 원장님께 수상의 영광을 돌리는것과 비슷하게 보여요. 좀 가혹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자유로운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가가 되는 회사에 들어간 회사원들 같아 보이는거죠.
어린 나이에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몇년을 절치부심하고 갖은 경쟁속에 실력을 연마한 지금의 신인 가수들에게서 더이상 예전 가수들의 풋풋한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죠. 신인이라고 인터뷰에 어리 버리 하고 카메라에 시선처리를 못하는 가수는 더이상 없습니다. 그래서 장점도 있겠지만 글쎄요 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예전에 제가 했던 방법은 홍대 클럽을 찾아 다니는거였습니다. 거기에는 좀 더 생생하고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원석들이 반짝 거리고 스타로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낭만고양이로 한참 날린 체리필터도 그렇고 넬도 좋았습니다. 큰 푸른물을 싱싱하게 부르던 레이지본의 모습도 크라잉넛도 ~~
그렇게 유명해지진 못했지만 트렌스픽션, 천명아, 시베리안허스키, 차력펑크 프리마켓,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프리키 등..
조금은 덜 다듬어진 그들의 음악은 요즘 매끈한 음악에선 느끼기 힘든 그들만의 힘찬 결이 살아 있는 그야말로 싱싱한 음악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요즘은? 사실 바빠서 홍대 클럽을 자주 가기도 힘들고 솔직히 예전만큼 씬이 왕성한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예전에 제가 느꼈던 그 원석들이 주는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이 살아 있다는거죠. 성형수술로 말끔하게 다듬어진 외모와 보컬트레이너들에게 열심히 길들여진 매끄럽지만 개성없는 목소리의 기성 가수들. 그들보다 조금은 서툴고 어버버 하지만 이제 막 싹이 트고 자라는 음악을 보는 느낌은 얼마나 각별한지..
하지만 제가 방안에서 편안히 누리는 이 호사도 이제 거의 끝나가려는것 같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이제는 뭔가 사전에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스펙을 잔뜩 쌓은 요즘 신입사원들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기 때문입니다.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시들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 버리지 않기를, 제가 누리는 이 작은 호사가 계속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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