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아는척 매뉴얼

초하류 2016. 9. 27. 19:03

세상을 살다 보면 틀림없이 느낀다. 아 세상에는 똑똑하고 아는 거 많은 놈들이 정말 많구나. 그리고 또 느낀다. 세상에는 똑똑하고 아는거 많은 놈들에게 정말 유리하구나. 하지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나 이 글씩이나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서울대를 나온 것도 능력자들에 나올 만큼 뭘 미칠 만큼 열심히 파본적도 없을 가능성이 현직 대통령이 똑똑하지 못할 확률과 대체로 일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손 놓고 안 똑똑하고 아는 것 없는 것에 대한 불이익을 그대로 감수하며 살기에는 세상은 너무 팍팍하고 우리 앞에 난관이 너무 많고 우리는 가진 건 없는 주제에 까칠하기 까지 하다. 그렇다고 남들에게 똑똑해 보이려고 뭘 열심히 배우고 익히기에는 열정도 시간도 모자란다.
그래서 준비했다.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남들에게 똑똑하게 보이는 나만의 노하우

그럼 차근차근 한번 살펴보자.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남들이 보기에 오 저 아재 그냥 어리버리하고 자기 일이나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상식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방법

첫번째 종자돈 만들기
그렇다 뭐 아무것도 하나도 모르는데 남들에게 아는 거 많아 보이는 거는 증세 없이 복지 가능하다는 누구님의 말처럼 그냥 쌩구라다. 그러면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서 남들에게 아는거 많아 보이게 만드는 종자돈은 어떻게 만드느냐 일단 내가 제일 좋아하는걸 생각해 보는 거다.

운동이든 게임이든 뭐든 좋다. 어쨌거나 자신이 현재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한 분야를 잡는 거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해서 아는 척 하기 좋게 살짝 학습이란거 우리 별로 즐겨 하지 않지만 한번 해보는거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해서는 시간만 많이 들고 효과도 적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냐.. 뭔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영화를 좋아 한다면 좋아하는 감독을 한명 잡아서 그 감독의 영화 전체와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라던지 야구라면 자기가 좋아 하는 구단의 창단부터 지금까지 감독 이름이나 유명했던 선수 이야기라던 거기에 어디서 듣지 못하는 자기만의 시각이 담기면 금상첨화.

이렇게 만들어진 종자돈은 그냥 가지고만 있지 말고 틈날 때 마다 주변 사람들에게(특별히 부담없는 동료나 부하 직원들에게 혹은 친구들에게) 부지런히 테스트 하고 분위기 봐서 반응 있은건 살을 붙이고 반응 안좋은건 빼고 갈고 닦고 절차탁마 언제 꺼내 보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오~~ 하고 재미있게 들어줄 이야기 하나를 완성해야 한다.

두번째 투자 시점 파악하기
종자돈을 만들었으면 썰을 풀어서 나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 너무 너무 아는척 하고 싶다. 갈고 닦은 나만의 한방을 얼른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아무때나 아무렇게나 풀어 놓기에는 우리의 종자돈이 너무 작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그런 사람들 많이 보고 비웃어 줬을 꺼다. 맥락 없이 갑자기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마구 해서 분위기를 저 멀리 화성으로 보내 버리는 사람들. 그렇다면 이 종자돈을 언제 누구에게 풀면 가장 효과적일까.

우선 자신이 썰을 풀 곳으로 화제를 억지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자신이 말빨은 어디 가도 먹혀준다 나는 거의 재야의 유재석급이다 싶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거의 눈치채지 못하게 몇가지 힌트만 던지면서 상대방이 그쪽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말빨이 약한 사람이라면 강태공의 심정으로 기다리고 잘 들어 주는 게 좋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다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할 타이밍이 오면 번개처럼 낚아채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내 종자돈을 풀 시점이 되더라도 아무한테나 풀면 또 효과가 감소한다.

그럼 어떤 사람이 가장 적당할까 내가 준비한 종자돈 쪽에 박식한 사람에게 하는 게 유리하다. 흔히 어떤 분야를 잘 아는 사람에게 그 분야를 아는 척 하면 덜미가 잡히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의외로 그쪽분야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이 그 분야를 이야기 하면 잘 들어주고 인정해 주더라는 게 선험적으로 얻은 결론이다.

세번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내 종자돈을 만들었지만 앞에서 보듯이 그걸 효과적으로 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뭔가 좀 더 효과적으로 아는척 할만한 다른 팁도 필요하다. 피자 도우처럼 얇지만 구멍나지 않고 넓게. 이럴때 적극 활용할 수 있는게 고전적인 스토리 즉 떡밥이다. 꼭 정확하게 알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자신이 잘 아는 이야기를 줄줄 할 때 그거 이런거 아냐? 하고 떡밥을 하나 툭 던지는 거다. 일테면 이종격투기에 관심이 많은 상대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치자
“이번 UFC 경기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역시 그레이시 가문이 주짓수를 들고 첨 나왔을 때가 더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혹은 삼성팬을 만난다면
“이번에 투수파동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그래도 92년 염종석에게 발리고 우승 못했던 때 보다는 났겠죠~~”

이때 중요한 것은 떡밥 투척 시점을 파악하는 건데 상대방이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마구 하다가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질 때 투척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신이 던진 떡밥에 대해 상대방이 의견을 제시할 때 그 사람의 의견에 적극 동조해 주는 것도 필수. 대부분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에서 고전적인 떡밥에 대한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의견을 잘 캐치해서 편을 들어 주면 그걸로 OK~

험한 세상 살아가는데 남들 보기 박식해 보이진 않더라도 무상식자에서는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한번 살펴 봤다. 대부분 자기개발서도 마찬가지지만 이 글에도 공짜는 없고 노력한 것에 비해 써먹을 일은 적을 것만 같아 한줄기 욕이 절로 나오려고 하시는 독자제위 여러분들 진정하시라.

우리는 앞으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물론 방주를 만드신 노아나 당장 우리 단군할아버지만 해도 연세가 더 많으셨지만 그런 전설적인 분들은 빼드리자) 100세 시대를 맞이 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는 모 개그맨의 말은 이제 80세는 넘어야 적절한 시대가 오고 있는거다. 점점 더 길어지는 삶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살아 내기 위해 뭔가라도 하시라. 그리고 그 뭔가중에 본좌가 제시하는 상식 넓히기는 비교적 쉬운 수준이니 비타민 먹듯 꾸준히 하시면 언젠가는 반드시 여러분의 삶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을것이며 최악의 경우라도 치매예방에 현격한 도움을 줄수 있을거라 확신하며 글을 마친다. 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