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토요일 저녁 시간 저랑 마눌님 딸아이 3명은 평소처럼 배달된 치느님을 콜라와 맥주로 영접 하는 동시에 무한도전을 시청함으로써 한주의 피로를 최소의 비용으로 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나타나 버렸던 거에요 그놈이.. 염치도 없이...
살아 있는 화석, 생존기계, 옛날엔 돈벌레라 불리우며 나름 귀한 대접을 받았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것 없이 무한 혐오의 대상이된 그 녀석... 그 이름까지 징그러운것 같은 바퀴벌레놈!!!!!
어쩐지 우리집을 거의 점령 하다시피했던 개미들이 조금씩 줄어 들고 있었거든요.. 거실벽을 줄지여 열병하는 개미들을 보면서 마눌님이 호들갑을 떨때마다 다 같이 사는 지구 위에서 우리집이란 공간을 달랑 3명인 우리식구가 독점적으로 공간을 쓰겠다는건 너무 낭비다라는 말로 효과적인 등짝 스매싱을 생성시키던 그녀석들이 어쩐지 조금씩 줄어 드는가 싶더니 그냥 줄어 든게 아니라 바퀴벌레와의 세력싸움에서 밀렸나 봅니다.
처음엔 화장실 거울주변을 점령하더니 거실까지 세력을 확장해서 결국 싱크대까지 진출한게 얼마전이었는데.. 화무십일홍라던가요..
마눌님은 강력한 돌고래 10단 고음으로 저를 각성 시켰고 저는 벌떡 일어나 정말 싫어 하는 살생계에 +1을 하고 나서 뒷수습을 하는 찰라 뒷편에서 마눌님의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군요
"아니 저것들은 정신이 있냐 없냐 여기 사는것도 짜증 나는데 불 환히 켜져 있는 토요일 초저녁에 사람들도 왔다 갔다 하는데 거실을 가로지르다니 이게 말이 돼?"
듣고 보니 확실히 마눌님의 말이 일리가 있었습니다. 우리집이 바퀴벌레 약을 마구 마구 치는 집도 아니고 개미가 있다고 개미약을 놓지도 않는데 보면 싫어 할 껄 뻔히 알면서 1mm 작은틈도 너끈히 빠져 나갈 수 있는 최고의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왜 사람들이 저녁 먹는 거실에 버젓히 나타났을까요
이유가 뭘까요?
쓸데없는 일에 깊은 고민을 하는 스타일인 저는 평온했던 주말 저녁에 갑자기 맏닥뜨린 이 질문에 골몰했습니다.
그런데 진경준과 나향욱 사건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어두웠던 방에 불을 켠것처럼 모든것이 환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진경준은 왜! 누가 봐도 뻔히 문제가 있는 돈인데 겁도 없이 뚜벅 뚜벅 고위공직자 재산을 신고 했을까요? 나향욱은 또 왜 누가 봐도 문제가 있을 기자와의 저녁자리에서 국민들이 개돼지 같다는 개소리를 해버렸을까요?
그들은 아마 환한 거실에 사람들이 왁자지껄한데도 태연히 나타났던 바퀴벌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겁니다.
제가 낄낄 거리며 미드를 보면서 거실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줏어 먹으면서 바퀴벌레는 생각했겠죠. 오늘도 저 커다란 포유류 하인이 내가 먹을것을 이렇게 차려 놓았구나. 태어난 아이가 넘어질때 좀 더 안전하도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때 층간소음이 덜 하도록 거금을 들여 구매해서 깔아 놓은 두꺼운 놀이매트는 자신들이 다니기 좋게 만들어진 도로 같다고 생각했겠죠. 설겆이 하고 깨끗이 비우지 않았던 개수대는 또 철마다 신선한(?) 제철 메뉴로 제공되는 별식이었겠죠
그렇게 살던 그들은 이제 너무 많아져서 북새통에 튕겨져 나왔든 아니면 이제 우리를 완전히 자신들의 시종이라고 생각했건 주말 저녁 우리앞을 태연히 지나갔던겁니다.
진경준이 그렇게 많은 뇌물을 받고도 태연히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을 하고 나향욱이 기자들이 뻔히 있는 자리에서 녹음기를 들이 미는데도 자신의 생각을 철회하지 않았던것 처럼요
마눌님은 직접 바퀴벌레약을 사다 설치 하는 등의 소극적 대처 대신에 조금은 돈이 들더라도 해충방지업체에 방제를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해충업체에서는 우리집을 면밀히 검토해서 바퀴가 번식할 수 있는곳을 설명해 주었고 바퀴약을 설치 하면서 한달간은 약을 먹고 비실 거리는 바퀴가 눈에 뛰더라도 잡지 말고 그대로 둘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야 그렇게 약을 먹고 죽은 사체를 다시 먹은 바퀴들이 좀 더 빨리 방제 된다더군요. 그리고 방제 하더라도 옆집에서 계속 이동해 올 수 있기 때문에 집안 위생을 좀 더 강화 하는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집안 위생을 너무 게을리 했다는것을 반성하고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우선 설겆이가 끝나면 바로 개수대를 비워서 음식물쓰레기통에 모으기로 했구요 거실에서 과자 먹는 행위는 금지 되었습니다.
처음 1~2개월은 입도 심심하고 음식물 치우기도 귀찮았습니다. 약을 먹고 비틀거리며 돌아 다니는 바퀴를 잡고 싶은 충동을 참는것도 무척 힘들었구요
그런데 그렇게 3~4개월이 지나자 바퀴가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눈에 뛰질 않게 되었어요.
우리집의 바퀴는 사라졌지만 진경준과 나향욱은 그 두사람을 징계하는 것으로 충분 할까요?
바퀴가 사람들이 있는데 눈에 보인다는건 집안에 엄청나게 많은 바퀴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라더군요. 나향욱이나 진경준 두사람 모두 치밀하고 끈질긴 수사 혹은 탐문으로 비리가 밝혀 진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마치 무한도전을 보는 우리 가족앞을 횡단하던 바퀴처럼 자신들이 하는 일에 전혀 꺼리낌 없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준거집단안에서는 그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전혀 문제 될것이 없고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거나 표본으로 인식 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우리집의 위생 상태를 바꾸는것과는 너무 차원이 다른 문제이지만 깊어만 가는 우리나라의 부정부패에 대한 연결고리를 끊는것 한번 고려해 보아야 하는 일 아닐까요?
이대로 바퀴벌레가 득시글 거리는 집에서 바퀴가 나올때 마다 소리를 지르며 한마리씩 때려 잡기에는 옆집 보기에도 부끄럽고 우리가 실기에도 너무 불편하고 건강에 해롭잖아요
저쪽 진영에서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것 자신들의 정의를 가로막는것에 대해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발본색원해서 몰아 붙이걸 절반만 배워서 실천 한다면 가능할꺼 같은데..
아! 아~~~~ 이른바 범 진보 진영 정치인 여러분 하실 의지들 좀 보여주세요..
제가 당신들에게 투표한것에 대해 어머니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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