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옛날 다마고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른 손아귀에 쏙 들어가는 조약돌 크기에 조악한 흑백 액정 화면이 달린 놈이었는데 그 액정으로 표시되는 괴생명체를 키우는 게임이었죠.
알에서 깨면 밥주고 놀아주고 똥치워주고 물주고 아프면 약주고 하는 디지털 애완동물 비슷한 컨셉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빽빽거리고 울기 때문에 늘 가지고 다니면서 돌봐줘야 한다는거였습니다. 똥을 너무 안치워 주거나 밥을 오래 안주면 죽어 버리는거죠
그저 액정에 커다란 사각형 점으로 표시되는 놈이었지만 어쨌거나 죽으면 슬펐고 필사적으로 똥을 치워주고 밥을줬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에도 삑삑 거리는 다마고치들 때문에 선생님들이 골치를 썩기에 이르렀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디지털이었지만 뭔가 내가 돌봐줘야만 하는 연약한 생명체를 키우는것이 게임으로 팔리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여러가지 모바일 게임들이 있습니다. 심심찮게 빅모델을 써가며 티비에도 광고를 하는 레이븐이나 Hit,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등의 게임들(저도 몬스터길들이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들은 게임명이나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케릭터를 강하게 만드는거죠. 그리고 케릭터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은 두가지 중에 하나를 지불해야 합니다. 시간 혹은 돈이죠
주로 던전으로 통칭되는 전투지를 반복적으로 돌면서 돈과 아이템, 경험치를 모아서 케릭터를 얻거나 강화해서 강하게 만드는게 게임의 목적입니다. 물론 시간 보다 돈을 투여하면 훨씬 빨리 케릭터와 장비를 강화해서 강해질수가 있죠. 그렇게 사용자들의 과금을 유도하는것이 비지니스 모델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이런 모바일게임에서는 피시게임처럼 전략이나 사용자의 컨트롤 능력 보다는 단순히 케릭터의 강함과 케릭터가 사용하는 장비의 강함이 게임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사용자들은 부지런히 시간을 들이거나 거금을 들여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거죠. 그렇게 게임이 제시하는 또 다른 세계에서 강해져가는 자신의 아바타를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겁니다. 자신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케릭터가 특별히 곤궁에 빠지거나 힘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더이상 강해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해져서 게임내의 지위가 떨어지는것 뿐이죠.
심지어 게임의 많은 부분은 버튼만 눌러 놓으면 자동으로 동작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보면 저게 뭐하나 싶기도 하지만 강함이라는 자신의 끝없는 욕망을 체우기 위해 끝없이 자라나는 주변의 강함에 대항해서 본인의 아바타를 강하게 만드는 욕망을 다마고치 처럼 키우고 있는겁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하거나 전략을 개발하고 자신의 컨트롤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게임들과는 많이 다르죠
디지털 애완동물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글쎄요 자신의 욕망을 키우는 게임이라면.. 뭔가 좀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초하류's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퀴벌레 없는 집 만들기 대작전 (0) | 2016.08.03 |
---|---|
It따라 삼천리 번외편 -중력 (0) | 2016.03.10 |
인턴을 보고... (0) | 2016.01.01 |
녹음실과 성우가 필요할땐 J.E Studio (0) | 2015.10.06 |
아이를 업고 넘어 지다. (1) | 201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