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였다. 휴가였고 날씨도 화창했고 제주도 바다는 아름다웠다. 아이는 방방 뜨고 내 마음도 잔뜩 바람이 들어가 있었다.
"아빠랑 저기 가자, 저기 가면 게도 있고 소라게도 있을꺼야"
미끄러운 바닷가 돌 위를 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려니 아이가 따라 오질 못한다. 아이를 업고 돌 위를 걸어 가고 있었다. 어 조금 미끄러운데?
미끄덩.. 바위와 내 샌들 바닦을 붙잡아 주던 마찰계수는 순식간에 약해져서 내 발을 바위옆 허공으로 옮겨 놓았다.
내 몸이 아래로 가속되기 시작했다. 갑자니 내 머릿속엔 등에 업은 아이 생각으로 가득찼다. 지금까지 내 몸의 편안과 나의 이득을 향해 기능하던 내 몸의 모든 기능들이 온전히 딸아이에게 쏠렸다. 약간 몸을 돌려서 등에 업었던 아이를 품에 안자 내 몸은 바위와 불과 2~3센티의 간극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최대한 몸을 비틀었다. 아이의 머리는 손으로 감싸고 몸위에 올려 놓은체 무사히(?) 바위 위에 쓰러졌다.
"애앵~"
아이는 놀랐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가 울자 그때서야 돌에 부딫힌 무릅, 허리, 등이 아파왔다.아이는 잠시 울다가 찡그린 내 얼굴을 오려다 보더니
"아빠 안 다쳤어? 재인이 많이 놀랐어요~~ 우왕~~"
하고 운다.
내가 데리고 간 곳에서 내가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게 했고 다행히 나는 좀 아팠지만 아이는 다치지 않은 이 상황..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이 있겠지~~
내 판단에 아이를 이끌었지만 그 판단이 잘못되어 아이를 위험에 빠트릴수도 있겠지.. 그런일이 일어 나지 않기를.. 혹여 내 어리석음으로 그런 일이 일어 난다면 그럴때 마다 지금처럼 나는 아프더라도 나는 다치더라도 딸아이는 다치지 않게 보호 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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