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문빠와 한경오의 격돌 그 이면

초하류 2017. 5. 29. 09:20

이른바 진보매체라 불리는 한겨례, 경향, 오마이에 대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안티운동에 대해 이런 저런 분석글이 나오고 있다. 모두들 일리가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방향성이 조금 달라 굳이 글 하나를 보태 볼까 한다.

 

현재 상황을 조금 거칠지만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한경오 : 조중동도 있는데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냐 문빠들은 피아 구분도 못하는 홀리건들~

 

문재인 지지자 : 방패 앞에 총 들고 있는 놈들보다 방패 뒤에서 칼로 찌르는 니들이 더 악질이다.

 

대략 이런 분위기인 것 같다.

 

그럼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 조기숙 교수는 최근 저서 왕따의 정치학에서 기존의 우파, 좌파와 다른 신좌파가 등장했고 아직 신좌파를 대변해주는 언론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럼 어디가 다른지 하나씩 살펴 보기로 하자

 

첫번째 문빠 어디에도 있지만 아무 대도 없는 존재

 

복잡한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부분부터 해결해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경오와 문빠가 대립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문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한경오는 법인회사와 기사라는 증거로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그럼 문빠의 존재여부는 어떻게 증명 할 수 있을까? 빠라는 것은 물리적인 실체는 없지만 비난하는 쪽에서 문빠가 일으킨다고 비난하는 행동을 살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몇 천 통의 문자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 핸드폰 마비시키기, 특정 언론사 게시판을 점령하고 정기구독을 중지해서 금전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기사를 쓴 기자의 개인 SNS에 엄청난 악풀 달기, 포탈 기사 댓글에서 분탕질 치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일이 가능 하려면 지시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다수의 인원 요샛말로 엄청난 화력이 필요하다. 이런 정도의 화력을 가진 모임이 존재한다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하는 국정원이 컨트롤 한다 하더라도 숨기기 어렵다.

 

다음까페에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까페가 있다. 이 까페는 2004년부터 개설되었고 현재 13대 운영진이 이끌고 있다. 진정한 문재인 빠들의 근거지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 까페의 회원수는 2017년 5월 25일 14:00 현재 15,715명에 불과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방문수인데 218회이다. 회원수로 보나 방문횟수로 보나 위에서 설명한 무시무시한 화력을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는 일부 지도부가 모여 있는 곳이고 오유, 엠팍,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등 문재인에 호의적인 대형 커뮤니티들이 본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오유, 엠팍,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이 문빠들의 본진일까?

 

이 커뮤니티들은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들이 방문하는 거대커뮤니티다.



 

 

(https://www.similarweb.com/top-websites/korea,-republic-of 2017.05.25 기준)

인터넷 접속 순위를 제공하는 SimilarWeb에서 우리나라 사이트의 접속 순위를 보면 50위권 사이트에 이른바 문재인 팬사이트라고 언론에서 지목하는 루리웹(15위), 오유(22위), 클리앙(23위), 뽐뿌(25위), 딴지일보(47위) 등의 사이트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의 화력을 측정 하기 위해 이중 제일 순위가 떨어지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대해 2017년 5월 24일 하루동안 3차례(09:30~10:00, 12:30~13:00, 17:30~18:00) 30분씩 올라온 게시물과 조회수를 조사해 보았다.

 

시간
내용      

09:30~10:00

12:30~13:00

17:30~18:00

 
 

게시물 건수

77

135

125

 

조회수

39807

61064

54617

 

 

하루 3차례의 조사 모두 30분 동안 평균 5만회가 넘는 조회가 일어 났다. 접속해 있는 사용자가 30분 동안 평균 50건씩의 게시물을 조회 했다고 하더라도 최소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상주해 있다는 이야기다. 47위 사이트가 이 정도이니 이런 커뮤니티들이 화력을 집중한다면 문빠들이 일으킨다는 패악질(?)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 결국 문빠의 본진은 문재인 지지성향의 대형 커뮤니티라고 추측할 수 있다.(기성 언론들이 이 커뮤니티들을 문재인 지지 커뮤니티라고 지목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대형 커뮤니티가 그것도 만화나 게임, 시시껄렁한 잡담, 각종 신기한 최신 가젯, 물건 싸게 사기, 민족정론(?)같은 각기 다른 관심을 가진 다양한 연령과 지역 소득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가 한 명의 정치인에 대해 빠가 된다는게 가능한걸까??? 전 세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최신형 아이폰도 엄청난 교세를 자랑하는 기독교나 불교도 이 모든 커뮤니티에서 문재인 대통령처럼 고르게 지지 받지 못한다. 루리웹이 최신 게임기 발매로 떠들썩해도 오유에서는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는다. 이곳은 네이버처럼 무작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비슷한 취향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커뮤니티들에서 문재인 대통령처럼 공통적으로 지지 받는 사안들은 세월호 참사, 박근혜에 대한 탄핵,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시합같이 대부분 실제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거나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는 사안들이었다.

 

대형 커뮤니티 하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지지움직임이 일어 났다면 그 사이트가 문빠의 본진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박사모의 본진이 일베인 것 처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 커뮤니티사이트 대부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 커뮤니티들이 문빠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것 아닐까?

 

그런데 왜 기존 언론과 정치인들은 여론이 아니라 문빠라는 특정 세력이 벌이는 일로 규정 하려는 걸까? 단순히 문빠들이 신좌파이고 그들을 대변하는 언론이 없어서일까?

 

아니거든요~~

 

말로는 SNS다 집단지성이다 떠들어 대지만 대중이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주고 받아 공감대를 형성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실제 물리력을 발생시키는 현상 즉 무작위적인 대중이 개개인의 판단에 의해 형성된 경향성만으로 사안별로 집단화 되어 이토록 큰 파괴력을 지닌다는 것을 받아 들일 수가 없는 거다.

 

문빠라고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세력은 신좌파 같은 기존의 정치세력의 분류를 위해 만들어진 이념적 카테고리나 팬클럽, 정치적 조직처럼 물리적으로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화된 대한민국이라는 위기 사태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다수 대중이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낸 거대한 공감 그 자체이며 어디에도 있지만 아무 대도 없는 존재라 할 수 있겠다.

 

두번째 언론이 뭐에요?

시대적인 조류가 변해서 이미 용도가 다하였지만 변화의 초입에서 기존의 관성 때문에 사실을 직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났을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핸드폰 회사인 노키아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핸드폰이라는 틀에 매몰되어서 여러 가지 삽질을 하다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스마트폰은 핸드폰에서 발전했지만 단순히 여러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거나 성능이 높아진 핸드폰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언론사는 어디일까? 기존의 언론이라는 이미지로 본다면 사람들은 조선일보를 떠 올린다. 조선일보는 150여만부의 신문을 매일 인쇄하고 종편방송국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의 언론사다. 꽤 높은 연봉이 지급되고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기 위해 매달린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아직도 가장 큰 언론사일까?

 


 

우리나라는 천여 개가 넘는 언론사가 존재 한다. 그중에 네이버뉴스 코너에 자신의 뉴스를 올릴 수 있는 언론사만 해도 100여개가 넘는다.

 

이 언론사들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지만 대부분의 뉴스는 중립성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에 기댄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극소수의 언론사가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에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통해서도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었다. 어떤 사안은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건은 좀 더 부풀려서 전달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언론사들이 포털이라는 동일한 플랫폼을 통해 기사를 전달하고 대중이 SNS등을 통해 급속하게 정보를 전달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지금은 예전과 같은 단순한 사실의 보도는 언론으로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 하기 힘들다.

 

언론사들은 클릭수에 목숨을 걸면서 다른 언론사보다 몇 초 라도 빨리 기사를 올리려고 발버둥 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낚시를 하지만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몇 분 빨리 보나 늦게 보나 조금 길게 게시되나 짧게 게시되나 이름없는 군소 언론사이트에서 보나 큰 언론사 사이트에서 보나 별 차이가 없다.

 

자신이 전달하고 싶지 않은 뉴스도 다른 수많은 경쟁 언론사 혹은 SNS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짧은 시간 게시된다고 해도 관심 있는 몇 명이 검색을 통해서 해당 기사를 SNS나 거대 커뮤니티에 퍼날라서 널리 알려지기도 한다.

 

몇 개의 한정된 지면을 통해 읽기 싫어도 듣기 싫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납득할 수 없는 기사를 읽고 듣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로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를 통해 스스로 이슈를 선정하고 이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는 공감이나 반감을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통찰을 통해 재미있고 명쾌하게 설명해주기를 원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뉴스는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이다. 종편의 뉴스프로라고는 믿기지 않는 10%대의 시청률로 공중파의 연예프로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근혜씨 탄핵의 결정적인 트리거로 작용한 최순실의 태블릿PC 보도에서 보여준 것처럼 기존 뉴스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기계적인 중립이나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서 벗어나 해당 사안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와 근거를 가지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딴지일보 김어준총수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은 6.5%의 청취율로 라디오 종합 청취율조사에서 전체  2위(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6572)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그날 방송한 내용을 배포하는 팟캐스트의 하루 다운로드수가 300만회를 상회한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3444) 전국 방송도 아닌 TBS의 아침 시사프로에 불과하지만 실시간으로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들은 후에도 이만큼의 다운로드가 발생 한다는 것은 150만부라는 조선일보의 발간부수를 우습게 만든다.

 

이 뉴스공장도 개별 사안을 단순 전달하지 않는다. 뉴스공장은 방송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뮤직이 흘러 나오면 자신이 직접 원고를 작성한다는 김어준 생각을 시작으로 매 코너마다 현역 국회의원, 변호사, 건축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조명해서 의미를 짚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김어준의 끊임없는 출연자 놀리기와 낄낄대며 구박하기는 양념이다.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변한 것처럼 언론의 정의가 완전히 변한 것이다.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와 함께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 해야 한다. 그것이 기존의 언론이나 방송이건 유튜브에 올린 짤막한 동영상이건 몇 명 모여서 녹음한 팟캐스트건 페이스북이나 SNS에 적어서 올린 글이건 대중들이 공감하고 받아 들여서 여론이 만들어지면 그것이 언론이 되는 거다.

 

꽃이라고 불려질 때 비로서 꽃이 되는 것처럼 언론사 스스로 언론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공감이라는 선택을 받을 때 누구라도 언론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다.

 

한경오와 독자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한경오라는 진보성향의 매체가 문재인 지지자라는 진보성향의 독자들과 벌이는 알력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아직도 대중에 반해서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만드는 힘이 있다고 착각하는 기성 언론이 저만치 앞서가 있는 대중의 언론에 대한 기대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인 거다.

 

이야기를 마치며

 

이제 세상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온라인이 존재했고 그것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온라인은 더 이상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갭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마치 설문조사에서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비율의 변화처럼) 온라인을 통해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급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면 많은 돈과 노력으로 관리한 조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언론은 단편적인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 살아 남기 어렵다. 지금의 지위를 유지 하기 위해서는 각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통찰을 제시하는 리스크를 감수 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라면을 고르면서도 그 회사가 사회적인 공헌을 얼마나 많이 했나를 고려한다. 변화를 이해 하지 못하고 기존의 관념에 매달려 있다가는 순식간에 시대에 밀려 떠내려가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