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무척이나 대중적인 취미다. 가격도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 한편에 만원 정도이고 그나마도 신용카드나 통신사 할인이 적용된다. 멀티플렉서들이 곳곳에 들어서 접근성도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화란 팝콘과 콜라를 먹고 마시며 즐기는 2시간 가량의 오락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영화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년에 극장에 한번 갈까 말까한 사람도 있고 개봉하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를 물리적으로 소장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개인이 영화를 소장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35MM 필름을 영사기로 상영하던 시절 영화를 개인이 소장한기 위해서는 이 필름을 소장해야 했다. 필름은 원반모양의 필름캔에 들어 있는데 캔 하나의 크기도 꽤 크고 한 캔에 담긴 영상의 길이가 보통 20분 안쪽이기 때문에 왠만한 영화 한편은 5캔 정도로 나눠서 보관해야 해서 공간도 많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소장한 영화를 보려면 영사기와 스피커 등 극장과 동일한 장비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모든것들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http://photohistory.tistory.com/13837)
1976년 흔히 비디오테입이라고 불린 VHS가 등장해 드디어 개인이 영화를 간단하게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VHS는 영화와 비교할 때 화질과 사운드면에서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품질이 열악했다. 마치 최고급 스포츠카와 경쟁을 하는 경운기같다고나 할까? VHS의 해상도는 480i 로 20인치 미만의 티비에서도 극장에서 처럼 선명한 화질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도 어릴적 극장에서 감명 깊게 본 백드레프트가 비디오로 출시되자마자 빌려서 틀었는데 영화에서는 마치 살아 있는 것 처럼 혀를 낼름거리던 불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너무나 허탈할하려고 했지만 사실은 소방차 위에서의 러브씬 때문에 빌린거라 .. 음?..) 참고로 480I는 디지털 해상도로 비교해 보자면 640*480 정도로 현재 사용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해상도 보다 낮다.
그렇지만 극장상영이 끝나면 주말의 명화나 명절특집때나 다시 볼 수 있었던 영화를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비디오영화광을 탄생시켰다. 동네마다 비디오대여점이 들어섰고 인기있는 타이틀은 출시와 동시에 동이 나기 일쑤였다. 빌린 비디오를 몇번이고 돌려 보았고 테이프가 돌아 가는 과정에서 잼이 생겨 엉키거나(꼭 야한 장면이 나오려고 하면 비디오테입이 씹혔다. ㅋ) 반납기한이 넘어 부과된 연체료를 피하기 위해 새벽에 가서 몰래 가계밖에 준비되어 있는 반납기에 밀어 넣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쓰고 한적이 몇번 있다고 읽는다.
시간이 흘러 LD라는 매체로 영화가 디지털화 되기 시작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 되지 않다가 1999년 즈음 DVD라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영화 소장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DVD의 해상도는 720*480으로 비디오테입과 비교해서 엄청난 고화질은 아니었지만 16:9인 와이드화면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영화는 16:9의 와이드 화면이었는데 4:3 비율의 비디오에 담기 위해서는 화면의 위아래를 일명 레터박스라고 하는 검은띠가 들어가야해서 실질적인 해상도는 더 낮았던데 비해 DVD는 레터박스 없이 전체 화면을 사용할 수 있어 해상도가 훨씬 좋아졌다.
그리고 DVD는 4G에 달하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저장용량 덕분에 다채로운 사운드포멧(DTS, 돌비서라운드 등의 5.1ch 포멧)과 부가영상을 포함하고 있었다.
몇번 돌려보면 화질의 손상이 왔던 비디오에 비해 아무리 많이 봐도 화질의 열화가 없고 감독과 출연진들이 영상에 대해 이런 저런 뒷이야기를 들여주는 코멘터리나 메이킹 영상 등 부가 영상이 포함되어 있는 DVD는 영화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축복과 같았다.
DVD의 대중화에 발맞춰서 텔레비전들도 브라운관에서 LCD같은 평면의 대형화면으로 진화해 갔고 극장에서나 체험이 가능했던 공간감을 맛볼수 있는 5.1ch 스피커들도 대중화 되면서 대형 평면티비와 DVD플레이어, 그리고 5.1ch 스피커를 묶은 이른바 홈씨어터라는 새로운 전자제품 카테고리가 생성되었고 새로운 혼수품목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2000년대 국산영화의 비약적인 발전덕분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다재로운 부가영상들과 함께 DVD로 출시 되었고 영화 소장가들은 이 DVD들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돈과 공간을 아낌없이 바쳤다.
그런데 발전하는 것은 영상매체만이 아니었다. 찌직거리는 모뎀으로 텍스트도 겨우 전송했던 네트웍 환경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고 각종 P2P 서비스들을 통해서 디지털화된 영화 파일들이 급속하게 공유되기 시작했다.
영화 시장은 점점 커져갔지만 2차매체인 DVD 시장은 급속하게 쪼그라들었다. 동네마다 들어서 있던 DVD대여점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DVD 타이틀의 판매량도 급감해서 많은 해외직배사들이 우리나라에 DVD 출시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차세대 영상매체로 HD-DVD와 Blu-Ray가 경쟁을 벌였고 2008년에 Blu-ray가 승리를 거뒀지만 영화감상은 이미 파일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서비스로 넘어가 버렸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넷플릭스나 IPTV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거나 여러가지 공식적인 영화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해서 영화를 본다. 조금의 번거로움과 단속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인터넷으로 공유된 파일을 불법으로 다운 받아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빨라진 네트억 환경은 HD를 넘어 4K화질의 동영상을 스트리밍 서비스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영화를 물리적으로 소장하는 것은 소수 매니아들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편리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파일 다운로드를 두고 굳이 자리를 차지 하는 영화 수집을 그만두지 않는걸까?
'초하류's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의 상관관계 (0) | 2017.08.16 |
---|---|
영화를 가지려는 사람들(下) (0) | 2017.06.02 |
보고싶은 노무현 대통령께 (0) | 2017.05.23 |
오늘을 기억하기 위한 포스팅 (0) | 2017.05.10 |
나를 변화 시킬 무언가 (0) | 2017.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