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0일간의 유럽여행 - 바젤에서 니스로

초하류 2018. 1. 15. 18:43

2017.09.13

어제 늦게 잠이 들었건만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니스에서 눈을 떠야 하는건데. 망할놈에 이지젯. 오늘 4시에 니스로 정상적인 출발을 하고 5 10분에 정상적으로 착륙한다면 지금까지 니의 죄를 1/10은 경감해 주마~

 

니스에 내리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이리 저리 검색을 해봤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버스로 20분 정도 버스와 우버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가까웠다. 얼른 호텔에 체크인 하고 캐리어를 던져 넣고 바로 바닷가로 가야 하나? 그나마 요즘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니 그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오늘 오전만 출발해도 오후 시간에 니스를 좀 둘러 볼텐데..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는데 재인이과 유정시가 자는 침실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방문을 열어 보니 마눌님도 잠이 오질 않는지 일어나 아이폰을 보고 있었다

 

벌써 일어 났어? 뭐해?”

니스 가서 뭐할지 보고 있어. 자기도 일찍 일어났네

어 잠이 안오네~”

마눌님 이리로 와~ 내 옆에 좀 누워봐~”

 

잠든 딸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해서 침대를 빠져 나온 마눌님은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어젠 정신 없었지~ 내가 미안해~”

자기가 뭐가 미안해 이지젯이 나뿐 놈들이지 자기는 알지도 못했고 이리 저리 알아 보느라 고생했는데~”

아냐 그래도 내가 미안해~ 내가 캡틴이잖아

 

이번 여행의 코스는 마눌님 의견이 많은 부분 반영되었지만 숙박과 도시간 이동은 전적으로 내가 예약했다. 여행 일정에 이렇게 큰 차질이 생기니 다 내 책임 같았다.

 

난 내일 아침에 7시에 일어나서 에즈마을로 갈꺼야

혼자서?”

아니 성한씨도 가야지

재인이는?”

들처 업고라도 가야지. 에즈마을을 보고는 마티즈미술관을 포기하고 샤갈 미술관을 볼꺼야. 둘다 내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둘중에 하나를 포기하라면 마티즈를 포기 해야하니까

조금 더 효율적으로 둘러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그보다는 캐리어를 하나 더 사야 할꺼 같아

?”

우리가 캐리어 두개에 40kg을 신청해 놨는데 아무래도 지금 캐리어가 둘을 합해서 40Kg을 훌쩍 넘는거 같아. 빽빽하기도 너무 빽빽하고~ 앞으로 짐이 더 늘어 날 수도 있으니까~”

그래요 그럼~”

8시가 넘자 침실에 달그락 소리가 나더니 딸아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빠 여기 어디야?”

어 아직 스위스야 어제  재인이가 공항에서 잠들고 호텔이 잡혀서 아빠가 업고 여기로 왔어

그렇구나 그래도 오늘 니스로 가겠네~ 신난다~”

 

이번 여행이 재인이에게 무리가 될까 걱정했지만 어쩌면 이번 여행을 가장 온전히 즐기는게 재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눌님은 일어나 아침을 위해 누룽지를 끓였다. 김치와 깻잎 김을 곁들인 코리안 누릉지 스튜는 맛도 좋고 아침 빈속을 든든히 채워주었다. 밥을 다 먹고 마눌님과 딸아이가 어제 못한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시작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슬리퍼가 없어서 샤워를 끝낸 두사람을 욕실에서 침실로 안아서 옮기는 작은 소동을 끝내고 세수를 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체크아웃 시간이 11시라는 프론트의 전화였다. 시계를 보니 11 2분이었다. 짧은 영어로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Yesterday so hard our family. Airplan cancle then we stay airport 22.30.. we so tired and my dotere and wife take a shower now we need more time.”

“yes~ I understand~”

“we are finish shower and check out at the 12 oclock~”

“ya, ya as soon as possible~ we need cleaning room now~”

“Yea~ I try I’m hurry up”

“ya thank you~~”

 

전화기를 붙잡고 되지도 않은 콩글리쉬로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통화하고 난 뒤 짐을 챙기고 있는데 청소 하시는 아주머니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영어는 전혀 못하시고 불어만 하시는 아주머니와 시계를 보여 드리며 프론트와 이미 이야기를 해서 12시까지 나가기로 했다고 손짓 발짓을 동원해서 이야기를 하고는 헐래벌떡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구글 지도에서는 1.2km를 걸어 나가 버스를 타라고 안내했지만 프론트에 물어 보니 바로 앞에 트램을 타면 간단다. 구글신도 모르는게 있다니..

 

트램을 타고 바젤역으로 갔다. 가는 동안 어제 검색했던 이지젯의 호텔 대기 페이지를 열어서 리로드 해보니 아직도 17번 이 페이지를 믿고 공항에서 벗어나 기다리고 있었다면 아마도 밤을 꼬박 세워도 호텔을 배정 받지 못했겠지..

 

바젤역에 도착해서 인포에 물어 보니 2층 쇼핑센터에서 캐리어를 구매 할 수 있을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2층 쇼핑센터에서 190프랑대의 이쁘고 좀 작은 스위스 아미 캐리어와 큰 99프랑짜리 그냥 그런 캐리어를 두고 한참을 고심하다 큰 케리어를 골라서 산 후 2개의 캐리어에 넣었던 짐을 3개로 나눠 실었다. 두개의 캐리어로 시작한 우리의 여행은 드디어 캐리어가 3개로 늘어났다


짐을 싸고 있는데 재인이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엄마를 처다 본다. 마눌님은 재인이를 데리고 화장실을 갔다 오더니 화장실 사용료가 2유로나 한다며 투덜댔다. 그런데 재인이가 혼자 화장실에 못 가겠다고 해서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더니 한 화장실에 들어가도 두명 다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결국 4유로를 냈단다. 역에서 화장실 쓰는데 돈을 받는 것도 받아 들이기 어려운데 같이 들어가는 어른에게도 돈을 받다니.. 이런 쫌팽이 스위스같으니

 

공항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서 공항가는 버스에 올랐다. 스위스나 프랑스 버스는 100% 저상버스여서 캐리어를 들고 타도 크게 어려움이 없어서 너무 편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보내고 수속을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탑승장 내부로 물병을 들고 타는게 금지되어 있었다. 수속 중에 다시 돌아 나와 점심으로 싸온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마셨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도 최대한 마신 후 다 버려버렸다. 그러고도 물이 한병 남아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를 드리고 수속을 밟았다


어제 문제를 일으켰던 이지젯은 정시에 출발해서 예정 도착 시간인 5 10분 보다 5분 빠른 5 5분에 니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 물 한잔 주지 않는 야박한 비행기지만 파리에서 스위스로 가는 TGV 예약비용(1인당 68유로 3 204유로 만 나이로 6살인 재인이는 유레일패스를 살때는 부모와 같이 타면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았지만 예약비는 받았다)보다 싼 가격(14.5만원)에 바젤에서 니스까지 갈 수 있으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해야 하나?

 

출발했던 바젤공항은 쌀쌀했는데 니스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 밖으로 나가자 후끈하게 더운 날씨가 느껴졌다. 입었던 야상을 벗어 들었다. 하루 늦게 그것도 오후에 도착한 우리에게 허비할 시간은 단 1초도 없다. 파리에서 온 짐이 먼저 나오고 20분이 지나자 드디어 우리 캐리어가 나왔다. 빛의 속도로 캐리어를 내려서 공항을 나섰다. 호텔까지 버스를 타면 40분 정도 걸린다. 최단 시간 에 호텔에 도착하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우버X를 부르면서 캐리어가 3개인 것이 좀 걸렸지만 뒷자리에 실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벤츠 C클라스를 몰고 나타난 드라이버는 트렁크에 캐리어를 싣고 앞자리와 뒷자리 공간을 보더니 불가능 하다며 큰차를 호출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 버렸다. 아까운 내 3


다시 우버밴을 호출했다. 4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벤츠V 시리즈 벤이 도착했다. 뒷자리 트렁크에 넉넉하게 우리 짐을 싣고 6인승 좌석에 역시 넉넉하게 앉아서 출발~ 호텔로 향하는 길은 거의 해변을 끼고 있었다. 코발트색으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니스의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명심하자 우버X에 캐리어는 2개만 가능하다. 3개 부터는 우버벤을 불러야 한다. 우리나라식으로 우겨 넣으면 우버X 사이즈에도 들어는 갈꺼 같은데 그렇게 짐을 실어 주진 않았다.

 

호텔에 도착하자 6시가 되었지만 여름이라 아직 해는 많이 남아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던져 넣고 옷을 갈아 입었다. 바쁘게 옷을 갈아 입으면서도 호텔의 멋진방을 보면서 이 방에서의 1박을 날려 먹은 이지젯을 향해 화딱지가 솟구쳤다


급하게 채비를 하고 호텔을 내려 가면서 우버를 호출했다. 2분 정도 기다리자 호텔 앞에 우버 택시 도착~ 좁고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던 기사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라며 우리에게 잠시 내려 사진을 찍으라고 말해주었다. 땡큐~

 

밖으로 나가보니 니스 바다와 함께 언덕위로 빼곡히 자리 잡은 빨간 지붕의 집들이 그림 같이 펼쳐저 있다. 얼른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 에즈마을에 도착했다~ 에즈 마을은 내려다 보이는 전경도 멋있었지만 구불 구불 올라가는 좁은 돌길 양쪽의 가게들도 너무 이뻤다. 풍경과 가게 골목길 모든게 예뻤다.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유명한 선인장 공원이 나타났다. 문을 닫는 시간은 7 30분인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6 40분 아깝지만 이게 최선이다. 한명에 6유로짜리 표를 사서 위로 올라갔다. 선인장으로 꾸며진 전망대였는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정말 끝내줬다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풍경에 감탄하다 어제 비행을 불발시켜 우리에게 이런 아픔다운 니스의 여정을 망쳐 버린 이지젯을 욕하다가 보니 어느새 7 30분 전망대를 내려오는데 서둘러 오느라 잊었던 허기가 덮쳐왔다.

 

해산물 타령을 하는 재인이와 프랑스 마지막 일정에 그나마 정식으로 한끼를 먹기 위해 이리 저리 검색해 봤지만 마땅한 집이 보이질 않아 일단 호텔로 가기로 했다. 구글지도를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40분을 걸어 내려가서 버스를 타야 했다. 결론은 다시 우버. 20여분 정도를 기다려 겨우 탈 수 있었는데 기사님이 할아버지였다. 차에 타자 마자 뭘 먹을 거냐며 쫑알 거리는 재인이를 보시더니 목소리가 너무 이쁘다며 운전석 뒤로 손을 넣어 장난을 치셨다. 그런 와중에 모나코에서 넘어 오셨다는 할아버지 스마트폰의 우버앱이 계속 다운되었다. 삼성의 갤럭시 기종이었는데 몇번의 시도 끝에 앱이 실행 되었고 할아버지와 나는 맘마미아를 외쳤다.

 

우버택시는 호텔앞에 멈춰섰다. 할아버지는 굳이 나와 재인이가 내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셨다. 친절한 할아버지 기사님이 손을 흔들며 출발하자 우리는 호텔 옆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니스 해변이 보이는 창가 자리지만 해가 져서 이미 밖은 보이지 않았다


친절한 웨이트리스는 재인이에게 마드모아젤~ 이라며 장난을 쳤다. 재인이가 원하는 해산물은 없었지만 샐러드와 파스타로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밖으로 나왔다. 해변은 떠들썩한 음악으로 끝나가는 여름을 아쉬워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맥주병을 들고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며 밤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도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 호텔 앞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밤바다를 쳐다 보다 호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