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초등학교 입학식

초하류 2018. 3. 20. 15:39

“아빠 학교에 가서 스케치북 같은거 친구들이랑 같이 쓸 때 서로 먼저 싸우겠다고 다투면 선생님한테 말씀 드리면 되지요~~”


“그런데 초등학교는 유치원이랑 달라서 스케치북이나 색연필 같은건 각자 개인껄 가지고 다니거든 그래서 아마 유치원때 처럼 먼저 쓰겠다고 다투는 일은 없을꺼야”


“아빠 초등학교 가면 한시간 마치면 딩~동~댕~ 하고 종이 치거든? 그러면 빨리 일어나서 화장실갔다 와야 되는거지요~~ 수업시간에는 가면 안돼지요~~?”


“응 될수 있으면 쉬는 시간에 갔다 와야 하긴 하는데 수업시간에도 정 급하면 손들어서 선생님한테 말씀 드리고 갔다 와야 되는거야. 그리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화장실 같이 안가는거 알지?”

 

유치원을 졸업 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덜렁거리는 성격에 걸맞지 않게 좀 소심한 스타일인지라 자기전에 제게 붙어서 학교에 대한 이런 저런것들을 물어왔습니다. 아마 학교는 유치원과 이런 저런 부분이 다르다고 엄마나 유치원 선생님이 설명해준 것이 꽤 신경이 쓰였나 봅니다.

 

유치원을 졸업 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늘 말로는 들었지만 1학년이 18명씩 총 3개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고 있는데 교실에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이런 저런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한 아이가 책상에 앉아 있지 않고 왔다 갔다 거리고 있었거든요. 선생님이 아이를 자리에 앉히려고 하자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 선생님을 발로 찼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교실밖에서 아이들을 들여다 보고 있던 부모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휴 제 왜 저래?” “어머 선생님을 발로 찼어~ 어떡해” “저거 선생님 손등 깨무는거 아냐?”

 

밖에서 지켜 보던 부모님들은 아이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당황해 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를 진정 시키려고 애쓰고 있었고 부모님 대신 아이를 데려온 할아버지는 어쩔줄을 몰라서 아이고 아이고하며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선생님은 한참을 걸려 아이를 진정 시키고 자리에 앉히셨습니다. 겨우 수업이 진행 되었고 입학식이 끝이 났습니다. 학교밖 커피숍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웅성 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아이가 자폐성향이 있고 결국 출근 하던 아이 엄마가 학교로 호출 되서 왔다고 하더군요. 


아이의 돌발 행동에 엄마들의 걱정이 깊어졌습니다.

 

잠시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교문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아빠~~”

 

멀리서 우리를 발견한 딸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까불거리며 뛰어왔습니다.

 

“오늘 학교 처음 가보니까 어땠어?”

“어 재미있었어 선생님도 친절하시고 친구들도 많고~”

“아까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다니던 친구는 어때?”

“아 엄마 XX는 있잖아~ 우리 주일학교에 같이 수업했던 AA오빠 있잖아 그 오빠처럼 마음이 좀~ 아프고 덜~자라고~~ 그런 친군가봐.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막 돌아 다니고 그런거 같아~”

 

학교 생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해서 혹시 적응하기 힘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너무 의젓한 대답에 대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눌님따라 억지로 출석만 하는 교회는 장애아동들에 대한 봉사가 활발하고 특히 유치부에선 증상이 심하지 않은 아이들은 같이 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같은반 아이의 소동에도 별다른 충격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제가 자란 환경과 요즘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환경의 차이는 단순히 한반에 학학생숫자 적은 것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른들의 통제하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활수준의 아이들과 어울릴뿐 진정한 다양성을 경험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니 자신과 다른점이 있는 친구를 따돌리는 이른바 왕따문화가 생기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부모님들이 소동을 피운 학생에 대해 선생님에게 항의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을 생각입니다. 학교는 영어 수학을 배우는 학원이 아니고 함께 세상을 살아 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벌써 학부모 단톡방이 만들어 지고 몇몇 입김 쎈 엄마들이 주도 하는 분위기라며 퇴근하는 나를 붙잡고 마눌님은 걱정이 자꾸만 깊어집니다.


부디 우리 부부가 좀 더 현명하고 강한 마음으로 최초에 가진 교육관이 흔들리지 않기를, 아직 많은 것이 서툴고 위태 위태해 보이는 우리 아이가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 가는 방법을 아는 현명한 아이로 자라기를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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