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PM(Project Manager)이다

나는 PM(Project Manager)이다 - 9. 너와 나의 연결고리

초하류 2018. 5. 17. 12:15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처음 출근한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행여 늦을까 출근까지 걸리는 시간보다 일찍 나서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옷 매무새를 확인하고 심호흡을 한뒤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사무실로 걸어 들어 갔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 되고 인사를 한 뒤 익숙하지 않은 업무와 더 익숙하지 않은 각종 비업무적 절차를 몸으로 부대끼며 서서히 익혀 나가던 그 시절. 


군대에 입대하면 사회에서 똑똑했던 사람들도 어리버리 이등병이 되는 것 처럼 회사라는 곳에도 처음 입사하면 시스템과 사람들에게 적응적응할 때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고객사에 파견 나가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프로젝트 그 자체의 어려움도 있지만 마치 신입사원처럼 처음 보는 회사와 사람들에 적응도 해야하는 어려움도 만만찮다. 게다가 당신이 PM이라면 당신만 처다 보는 프로젝트팀원을 챙기기 까지 해야 한다. 그렇다면 프로젝트에 PM으로 투입된 당신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프로젝트에 투입된 초기에 PM이 해야 하는 일을 크게 업무적인것과 비업무적인 것으로 나눠서 살펴 보자


업무적인 것은 사업수행계획서 작성 및 착수보고 준비가 있다. 일반적으로 계약이 된 후 14일 안에 사업수행계획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고 사업수행계획서의 컨펌이 나는 즈음에 착수보고를 하게 된다. 


사업수행계획서는 대체로 제안서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구축에 대핸 계획이 좀 더 구체적으로 포함된다. 프로젝트를 발주 하기 위해 고객사가 배포한 RFP(Request for proposal)에 제시된 요구사항에 제안서와 제안발표 후 기술협의 과정에서 더하거나 빠지면서 조정된 구축 범위를 포함해서 명확하게 기재 해야 한다. 


WBS도 기본적으로 포함되게 되는데 고객사에서 개발방법론을 제시 한다면 거기에 맞춰 단계별로 해야할 일을 Task로 구분해서 작성하고 각 개발 단계별 산출물 종류와 산출물의 양식을 확정해야 한다.


구축에 대해서는 요구사항이 명확히 확정되어야 상세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석, 설계 단계 이후에 한번 더 현행화 하는 것을 전제로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외에  인력 투입계획도  명확한 투입 날짜를 포함해서 작성하고 데이터 이관이나 이행 사용자 교육 등에 대해 고객사별로 특별히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확인해서 포함 시킨다.


착수보고는 제안발표때 사용했던 장표에 사업수행계획서 작성시 추가되거나 구체화된 내용을 포함 하여 발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발자들은 투입된 회사에서 개발을 진행 할 수 있도록 개발환경 셋팅을 하게 된다. 요즘은 고객사마다 보안이 강화되고 있어 개발환경 셋팅에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릴수 있다. 특히 고객사가 대기업이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라면 개발 장비 반입 부터 네트웍 접속에 대한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공수에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업무적인 일들을 진행 하면서 해야 한다는 비업무적인 일은 뭐가 있을까?


그것은 바로 같이 프로젝트를 할 사람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앞에서 말한 업무적인 일을 매끄럽게 잘 처리 하는 것이다. 업무가 잘 처리 되지 않는데 신뢰관계가 생길리 만무하다. 


 사업수행계획서나 착수보고가 매끄럽게 진행 되고 있다는 가정하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건 사실 정답이 없다. 요즘말로 캐바캐. 프로젝트 마다 다르다. 그래서 최대한 일반적인 상황만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첫번째 분위기 파악


현업 담당자들과 인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하면 현업 담당자들의 성향과 회사의 분위기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 파견 나가면 연애 초기 데이트할때마냥 현업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애 초기 데이트를 나가면 영화를 볼때도 밥을 먹을때도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쓰는것 처럼.


회사 분위기가 격식을 차리는 편인지 자유로운 편인지, 담당자의 회사내 위치가 어떤지, 담당자와 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사와의 관계는 어떤지 등등


그래서 초기에는 의식적으로 현업과의 스킨쉽을 강화 해야 한다. 점심을 같이 먹는다 던지 오후 한가한 시간을 고려해서 티타임을 제안하는 것도 좋다. 


고객사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않으면 현업 담당자와 같이 하는 티타임이나 간단한 식사 자리에서도 파견 나간 회사에서 통용되는 격식을 맞추지 못해 어색한 순간이 연출되기 쉽다.


예전 고객사중 극단적인 예를 보자면 화기예애하게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자리에서 우리회사 대리가 식사 메뉴를 먼저 제안했더니 갑작스레 분위기가 싸해졌다. 나중에 보니 그 회사는 점심식사때 일행중 제일 선임자가 메뉴를 고르는게 관례였다. 


우리 회사는 같이 식사 하러 나가면 주로 제일 후배가 메뉴를 고르는것과 완전히 다른 문화였는데 미처 눈치 체지 못한 것이다. 뭐 그런 사소한 일이 프로젝트 진행에 문제가 될까 싶지만 프로젝트 초기에 이런 문제들이 생겨서 첫인상을 그르치게 되면 복구 하는데 꽤 노력이 들게 된다.


 현업 담당자는 PM인 당신에게 별다른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그 회사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분위기를 잘 맞추기를 기대 하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두번째 커뮤니케이션


같이 일할 담당자와 일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도 하게 된다. 이럴때 비슷한 관심사가 있다면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유재석이나 신동엽처럼 달변가나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고 유시민이나 황교익처럼 엄청난 상식으로 무장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처음 만난 사람과 매끄러운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을까? 비슷한 취미 이를테면 야구나 골프 처럼 공통적으로 좋아 하는 스포츠가 있거나 음악이나 영화 처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때가 더 많다. 이럴때는 상대방의 대화를 진지하게 듣고 적절하게 피드백을 해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사람을 좋아 한다. 회사에서 직위가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타인의 말현업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 주는것 만으로도 대부분의 경우 호감을 가지게 된다.


프로젝트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내게 호감을 가진 사람과 일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세번째 갑을관계 준수


프로젝트에서는 어쩔수 없이 갑을 관계가 생긴다. 그리고 이 갑을 관계를 지키는 것은 의외로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무조건 숙이기만 하는것도 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뻣뻣하게 굴 수도 없다. 현업 담당자의 직급이나 경력이 나보다 낮으면 낮은대로 높으면 높은데로 힘들다. 


기본적으로 업무적으로는 대등하지만 서로의 관계에서는 갑으로서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존중이란 최소한 자신과 동등하거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했을때 훨씬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PM은 최소한 프로젝트에 대한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과 대응방안을 가지고 현업이 믿고 의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만 꾸물거려도 시간이 휙 가버리는것 처럼 프로젝트 투입 초기의 시간은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이런 저런일로 허둥지동하다 휙 지나가 버리기 쉽다. 하지만 꼼꼼하게 챙겨서 초반 셋팅과 더불어 현업과의 신뢰관계 형성에 성공한다면 프로젝트의 출발은 순조롭다고 봐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