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늙은 언론, 죽어가는 언론

초하류 2019. 9. 15. 13:47

늙어 간다는것은 나이들어 간다는것과 다르다.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경험이 쌓이는 것이기도 하고 자라는것이기도하다. 하지만 늙어 간다는 것은 활력이 떨어지고 딱딱해지고 생명이 사그러져가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과 야당이 어마어마한 공세를 퍼부었고 모든 언론도 합세했다. 한달사이에 백만건이 넘는 기사가 단일 사안에 대해 쏟아졌다. 진보라고 분류되건 보수라고 분류되건 언론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모두가 조국을 자진 사퇴 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쏟아 부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건 파렴치한 일이건 처절해 보일만큼 할 수 있는 모든것을 쏟아 부었다. (물론 단 하나의 예외는 있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그렇지만 결국 조국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었다. 조국은 사퇴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임명했고 국민들의 일부는 열렬히 지지했고 상당수는 지지했다. 물론 열렬히 반대하는 사람들도 심정적으로 반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론의 지형처럼 99.9:1은 아니었다.

 

조국은 계속해서 검찰의 힘을 축소하고 견제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검찰의 조국에 대한 강렬한 반감과 그에 기반한 각종 무리한 수사(특수부 모두가 한 여대생의 자소서와 생활기록부에 달라 붙어 일점일획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기소하는 난리법석)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야당 또한 자신들이 정권을 찾기 위해 이번 정권을 흔들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은 어쩌자고 그렇게까지 전력을 다했을까?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팩트나 잠시만 생각해 보아도 무리한 논리를 무시하고 그렇게 까지나 격렬하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쏟아 내야만 하는 어떤 이유가 있는걸까?

 

예전글에서 ( https://chenjy.tistory.com/3002?category=227006 ) 무작위적인 대중이 온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개인의 판단에 의해 형성된 공감대가 경향성을 만들어 결국 실질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발위하는 것이 언론을 얼마나 무의미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언론이 그런 경향성을 쫓아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지 이야기한적이 있다.

 

이번 조국법무부장관 임명사태에서 언론이 본 기회는 어쩌면 그렇게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던 대중의 공감대와 경향성 즉 "바른말 하고 젠틀한줄 알았던 조국의 표리부동함에 대한 분노와 불공정한 입시제도에 대한 분노"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것 아닐까?

 

없는 의제를 만들고 현실화 시키기 어려웠으니 가만히 두어도 대중들 사이에서 저절로 생겨난 그 거대한 분노를 자신의 아젠다로 삼아서 분노에 눈이 먼 대중을 선동(?)해서 자신의 힘으로 만드려는 시도를 해본것이 아닐까?

 

그런데 대중은 그들의 생각처럼 단순히 분노에 눈이 멀어 무작정 폭주하지 않았다. 언론과 검찰 야당이라는 외부 자극이 주어지자 스스로 현실을 파악하고 자신의 분노를 갈무리하고 사실을 살폈다.

 

그리고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그야말로 말그대로의 집단지성으로 이끌어낸 사실과 언론의 오류에 대한 지적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했던 과거의 경험에 귀기울이고 서로의 생각과 의지를 북돋았다.

 

유시민은 김어준이 장판교의 장비처럼 야당과 언론을 막아 냈다고 추켜세웠지만 김어준이 장판교를 막아 설 수 있었던것은 그 뒤를 받치는 거대한 대중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중이 그 뒤를 받치지 않았어도 김어준은 장판교를 막아 섰을것이다.(김어준은 그런 남자다) 그리고 결국 그곳을 지켜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리곤 외쳤을것이다 할수 없지 씨발~)

 

대한민국의 대중은 변하고 있다. 금방 잊어 버리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고 자신의 이익에 굴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안의 경중에 따라 대중은 스스로의 크기와 강도 그리고 지능을 변화 시켜 가며 그야말로 말그대로의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중대한 결정에 관여 하고 있다.

 

언론은 이번 조국법무부장관 사태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늙어 있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는지 깨닳았을것이다.

 

언론이 스스로 자신의 노화와 죽음을 늦추거나 멈출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것같다.

 

늙어가고 죽어가는 그들이 핥을 수 있는 단물이 아직 그곳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