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혁신은 누구를 겨냥할때 가장 성공적인가 - 에어팟과 아이폰

초하류 2020. 3. 31. 13:46

많은 사람들은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때 세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어떤것이 탄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대중화시킨 스마트폰이라는 제품군은 노키아나 블랙베리가 만든 것이고 그 이전에 PDA라는 이름으로 제품화 되어 있었습니다. 

 


PDA라는 단어는(Personal Digital Assistant 개인용 디지털 조수라는 지극히 공대생스러운 작명센스) 1993년 애플에서 뉴턴 메세지 패드를 발표하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뉴턴 메세지 패드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자체 OS를 가지고 있었고 터치로 입력되는 액정화면을 스타일러스로 조작하는 기기였습니다.

 

 

일정관리, 주소록, 메모와 스도크 등의 간단한 게임뿐만 아니라 Fax까지 보낼 수 있는 지금으로 보면 스마트폰에 필적하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100만원이 넘는 너무나 비싼 가격과(그당시 삼성전자 신입 초봉이 한달 60만원 정도였습니다.)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컨셉으로 시장에서는 처참하게 실패 했습니다.

 

 



뉴턴은 실패했지만 PDA는 Palm과 windows Mobile의 경쟁을 통해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컬러화면과 고해상도 지원, 동영상 플레이, MP3재생, 각종 게임들이 포팅 되고 핸드폰 모듈과 GPS 모듈이 통합되어 네비게이션으로 쓰는 등 활용도만 보자면 지금의 스마트폰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대중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했고 Palm이 무너지면서 Windows Mobile만 남은 PDA 시장은 점점 활기를 잃어 가면서 이대로 끝인가 싶었을때~ 이메일 푸쉬 서비스와 간단한 인터넷 활용등이 가능한 네트웍 기능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이 등장했습니다. 림사의 블랙베리, 심비안이라는 자체 OS를 탑제한 노키아의 폰들과 팜사의 트레오 등 많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PDA를 처음 만들었던 애플에서 최초의 PDA였던 뉴턴을 단종 시켰던 스티브잡스가 2007년 그 유명한 키노트를 통해 아이폰을 소개했고 그후 스마트폰은 전 세계인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고 IT 산업 전체를 다른 차원으로 변화 시켰습니다.

 

 

아이폰과 그전 PDA나 스마트폰들과의 차이는 여러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결국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모바일이라는 사용자 환경을 고려해서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한가였습니다.

 

 

PDA 시장에서 Windows Mobile은 Palm과 경쟁해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습니다만 Window CE 4.0때 까지는 베터리가 나가면 시스템이 포멧되는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시스템이었습니다. window mobile로 버전업 된 후에도 하루에 한번 정기적으로 시스템을 껏다 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프로그램 설치나 그외 각종 여러가지 이유로 시스템이 느려지고 포멧되는 것에 대비해서 전체 데이터를 백업하면서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기존의 스마트폰과 PD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안정적인 OS와 배터리 사용시간을 제공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프로그램의 실행에도 제약을 가했습니다. 프로그램을 깔았다고 시스템이 포멧되어 버리거나 갑자기 꺼졌다가 켜지면서 주소록이 사라져 버리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PDA는 당연히 움직이며 사용할 수 있어야 했지만  프로그램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깨알같은 버튼을 누르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스타일러스를 뽑아 양궁선수처럼 과녁을 겨냥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의 정전식 터치를 채용한 화면은 마치 화면을 실제로 밀어 올리는것 처럼 자연스럽게 동작했고 버튼들도 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도록 큼직해졌습니다. 화면을 엄지와 검지로 벌리면 이미지가 확대 되고 스크롤 하는 정도에 따라 페이지가 넘어 가는 속도가 조절 되는등 작은 화면과 제한된 입력장치에서도 누구나 직관적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부 매니악한 사용자들에게 어필하던 다양한 활용성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성과 모바일이라는 사용자 환경에 맞는 조작성을 더하고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앱을 마켓에 올려 판매할 수 있는 생태계까지 마련되자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활용도는 거의 무한대로 커졌으며 시장은 폭발했습니다.

 

 

최근 에어팟의 놀랄만한 성공도 아이폰의 성공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이어폰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그게 편리하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넥밴드 형식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점들이 있었고 에어팟은 그부분을 파고 들었습니다. 

 

 

기존 블루투스 제품들은 페어링 버튼을 사용해서 기기를 페어링 모드로 진입 시키고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연결메뉴를 찾아간 후 페어링 모드의 기기를 선택해서 연결해야 했습니다. 블루투스 제품이라면 당연시 되었던 이런 복잡한 페어링 과정이 극적으로 단순해졌습니다. 구입해서 아이폰 근처에서 케이스를 열면 바로 연결되고 에어팟 뒤쪽의 버튼을 누르면 끝입니다.

 

 

모든 블루투스 제품들이 당연하게 좌우 유닛을 줄이나 플라스틱으로 연결했었지만 과감하게 양쪽 유닛을 분리했습니다. 선이 없어서 편리하다고 강조하던 블루투스 제품들은 두 유닛을 연결하는 선은 계속 유지했습니다. 양쪽 유닛이 줄로 연결 되어 있으면 만들기는 훨씬 편리하지만(양쪽 유닛에 대한 동기화, 배터리 크기를 늘려서 사용시간 확보 등) 무선이라는 장점을 완벽하게 느끼기 어려웠던 점을 개선했습니다.

 

 

이어폰을 케이블에 꽂아야 충전 되고 베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이 어렵다면 충전도 번거로워 집니다. 이런 잦은 충전의 불편함은 에어팟 케이스를 충전기로 사용함으로써 커버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어떤 블루투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휼룡한 통화 품질을 제공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음악을 듣는다는 기능만큼이나 중요한것이 전화통화 품질이었지만 기존의 블루투스 이어폰들은 사용자에게 만족할만한 통화 품질을 제공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닿지 못했습니다.

 

 

에어팟 프로가 되면서 인이어 방식으로 바뀌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노이즈캔슬링도 없던 기능은 아니었지만 기존에는 커다란 헤드폰 스타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에어팟 프로는 작은 사이즈로 휴대하기 간편했고 필요에 따라 주변의 소리를 같이 들을 수 있는 기능을 통해 보행중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에어팟과 에어팟 프로의 매출은 120억 달러 정도로 추정 됩니다.  한화로 14조 1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2019년 삼성전자 가전부분 2019년 매출이 44조 7600억이니 에어팟 같은 제품 4가지 팔면 삼성전자 가전 보다 더 많은 매출이 생기는 셈으로 왠만한 회사 전체의 매출과도 맞먹을 정도 입니다.

 

 

에어팟의 이런 엄청난 성공의 원인도 결국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라는 사용자 환경이 충분히 고려된 제품인가 하는것이었습니다.

 

 

애플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혁신을 하는 기업입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그것을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혁신은 다른 기업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의 혁신은 언제나 대중을 향해 있습니다. 특정 사용자를 열광하게 만드는 혁신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혁신적인것 같지만 최신 기술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혁신은 기술의 첨단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술의 첨단에서 만들어진 혁신은 그자체로 파급력이 크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기술의 첨단에서 만들어진 혁신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서비스나 제품에 적용될때 거대한 파급력이 만들어집니다. 그런의미에서 애플의 혁신은 아직도 유효하며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