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봉준호 영화감독 그 이상

초하류 2020. 6. 4. 20:52

봉준호 감독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입니다. 하지만 영화 감독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좋아 합니다.

 

그는 장편 상업영화 데뷰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 하고는 발표 하는 영화 마다 관객과 평단 모두를 만족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른바 주류가 되었지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정치적 색을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스스로의 철학대로 환경을 바꿔 나갔습니다. 


첫 영화인 플란다스의 개를 보면 시작 하는 화면에 등장 하는 모든 개는 전문가에 의해 관리 하고 있다는 자막이 나옵니다. 요즘에서야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편 데뷰작을 찍는 신인감독이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2000년에 찍은 영화라고 생각하면 조금 달라 보이죠.  기생충에 참여한 모든 스텝들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 기준을 지켰다는 것도 그렇구요.

 

그리고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관련 상을 휩쓸면서 진행한 인터뷰도 특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봉준호 감독의 말을 통역한 최성재씨에게 주목합니다. 그녀의 영어 발음이나 적절한 어휘 선택을 통한 매끄러운 통역은 물론 대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더 대단한것은 그런 최성재씨를 통해 자신이 전달 하려는 의도를 극대화 하려는 봉준호 감독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굳이 통역이 없더라도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영어실력임에도 불구하고 통역을 대동하고 인터뷰를 진행 하죠. 굳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하려고 하거나 모자랄 수도 있는 영어실력에 주눅이 들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한국말로 답변 하다가 꼭 필요한 지점은 직접 영어로 말하기도 하고 영어로 말하다가 부족한 부분은 한국어로 말하면서 통역을 통하기도 합니다. 
 

영어라는 언어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일뿐인데 그동안 우리를 누르고 있던 영어라는 권위(?)때문에 도구 이상의 무엇으로 취급 받아 왔었습니다.
 

강경화 장관의 격조 있는 영어실력에 찬사를 보내는 이면에는 영어가 단순히 의사전달 도구 이상의 무엇이라는 의미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강경화처럼 격조있는 영어 실력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제게는 봉준호 감독처럼 영어를 의사전달에 필요한 툴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꼭 해야 하는것도 배척할 대상도 아닌 영어를 단순히 의사전달 도구로 생각하는 그 모습이 더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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