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제사

초하류 2022. 11. 14. 11:04

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이제 6년째. 제사를 지내려 고향엘 갔다 왔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막내도 여동생도 모여서 제사 음식도 만들고 묵은 제기도 꺼내서 닦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애들끼리 싸우는걸 말리기도 하고 과자도 사주고..

 

그래도 장남이라고 제가 지방을 씁니다.

 

현고학생부군신위 8자를 한지에 쓸때마다 생각합니다. 제사날이 아니라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는 날이 얼마나 될까

 

어머니는 아버지탓을 시작으로 해서 종내에는 그래도 보고싶다로 끝나는 긴 이야기를 고기를 삶으며 나물을 다듬으며 하십니다.

 

저녁 9시, 사실 기일은 화요일인데 살아 생전에 생일도 주말로 당겨서 했으니 귀신같이 알고 오실꺼라며 병풍을 꺼내고 상을 놓습니다.

 

하나씩 음식을 상에 올리는데 어머니는 이제 홍동백서 그런것도 다 없어졌다하시지만 그래도 조율이시는 지켜야지 하시며 대추, 밤, 배, 감을 차례로 상에 올리십니다.

 

촛를 켜고 향을 피우고 잠시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기제사란건 준비가 길 뿐이고 모여서 몇번 절을 하고 나면 금세 끝이 납니다.

 

뒤쪽에서 제잘거리던 아이들은 초는 내가 끄겠다~ 밤은 내가 먹는다며 상으로 달려 듭니다.

 

음복을 하고 맥주 몇캔을 사다 제사 음식을 안주삼아 동생들과 맥주잔을 기울입니다. 일이 고됐는지 막내는 먼저 자러 가고 여동생은 꾸벅 꾸벅 졸면서 맥주 한캔을 다 비우질 못하더군요. 일이 많이 고되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동생들도 이제 다들 40대 후반이니 피곤할만도 한거 같습니다.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저녁~~ 아버지를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것을 알지만, 제사라는 형식과 내용이 조금 변할지언정 아주 사라져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옥상에 올라가 비오는 거리를 보며 남은 맥주를 비웠습니다.

 

11월 중순인데 비오는 한밤중에도 바람이 차지 않은 21세기 초겨울 혹은 늦가을, 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시는 맥주는 여전히 쌉사름합니다. 비가 오는것도 나쁘진 않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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