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51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4

고현덕 고현덕씨 이리 나오세요 아이고.. 역시나 차가운 바닦에서 쪼그리고 자는건 허리에 심하게 부담을 주는 행위였다. 이런 곳에서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조차 잠들 수 있다는 내 자신에게 새삼 놀라웠다. “피해자가 합의를 해 줬어 이 친구야 군대도 갔다 왔으면 이제 세상 알만큼 아는 친구가 그런 대로변에서 싸움박질을 하면 어떻게 해 . 다음부터는 성질 좀 죽이고 살어..” 파출소에서 나와서 집으로 터덜 터덜 걸어갔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을 메쳤다는게 아버지 귀에 들어갔었더라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난 적어도 한달은 꼼짝없이 아버지와 대련해서 온몸 구석 구석이 남아 나질 않았을 테니까.. “팔로 버티지 말랬지” “꽈당” “엉덩이 빼지 말라고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꽈당” “매쳐 질 때 누가 매달리라..

창작극장 2004.11.17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3

“와 변태 아저씨가 더 빨리 와 버렸네~~” 딸꾹 거리던 전화 속 목소리와는 달리 그렇게 취하거나 한 상태는 아니었다. 술이 쎈건가? 아니면 이제 첫잔 인가? 그건 그렇고 요즘 단속도 심한데 어떻게 버젓이 교복을 입고 술을 시켜서 마시고 있는 거지? “아 변태 아저씨 이 학교 학생이냐고~~” 지금은 21세기지만 내 머리는 구닥다리 486PC 처럼 한번에 한가지씩 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뭐 흔하게 있는 일이지만.. 역시나 혼자 생각을 하다 큰소리를 듣는건 땀나는 일이 아닐수 없다. 그것도 여자애한테서라면.. 쌍커플진 왼쪽눈을 장난스레 일그러뜨린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코앞으로 쑥 시야에 들어오자 오면서 생각했던 멋진 대사들을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겨우 내 뱉은 말이라니.. . “어 .. 어” 비틀려 올라가는..

창작극장 2004.11.16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2

어중간한 시간의 과사는 썰렁 그 자체였다.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성적은 몰라도 수업은 한시간도 안 빠지고 들어 가겟다던 소박한 계획마저 오늘의 엉뚱한 소동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어이가 없으면서도 슬그머니 그 여학생에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어제 설친 잠으로 썰렁하고 불편한 과사 소파지만 눕자 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선배 ~~ 현덕 선배 여기서 자고 있으면 어떡해요” “으응.. “ 정신 덜 차린 희미한 시야에는 후배 수진이 얼굴이 거꾸로 비치고 있엇다. “선배 오늘 디자인과 생활 수업 있다는거 잊었어? 수업 안 나와서 걱정했더니만 이런데서 자고 있다니 완전 실망이야 전공은 취미가 안 맞아서 소홀히 한다지만 디자인과 생활은 선배가 좋와해서 신청 한거..

창작극장 2004.11.15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1

"두근거림이 없어졌어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새벽3시 평소같으면 업어가도 모를 잠 삼매경에 빠져있을 나를 아직 잠 못들게 한건 이 한줄의 핸드폰 문자 메세지였다. 고작 몇바이트 안돼는 정보가 송신탑을 떠나 내 단말기를 흔들었을 뿐인데 나는 아직도 잠못들고 있다. 뭐 이런 웃기는 짜장 짬뽕 카레 같은 일이 다 있나 지금은 새벽하고도 3시이고 결정적으로 문자가 온 전화번호는 생전에 처음본 전화번호인데 난 왜 아직도 이 문자와 눈싸움 한판을 벌이고 있는 중이란 말인가 그애랑 헤이졌던 그날의 충격이 오늘 일처럼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그 또록 또록한 눈을 연속 두번 깜빡거리곤 나를 빤히 처다 보며 날린 한마디가 토씨 하나 안틀리고 내 핸드폰 액정에 디스플레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좋와 하지도 않는..

창작극장 2004.11.12

투니버스 Day

유치원에서도 하루 종일 실수 연발이었다. 노래 가사도 까먹기 일수 였고 율동시간엔 친구들과 반대쪽으로 돌다가 부딪쳐서 넘어지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너무 좋은걸 어쩔 수가 없다. 오늘은 아빠 엄마가 모임이 있어서 저녁 늦게 돌아 오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투니버스는 하루 종일 재미있는 만화를 틀어 주고 있는데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다. 아침엔 유치원에 가야하고 3시에 마치고 집에 가서 저녁 먹기 전까지 보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자러 가야 했다. 어쩌다 아빠가 일찍 들어오기라도 하시는 날엔 재미도 없는 야구중계를 보느라 투니버스는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야구중계를 보는 아빠에게 심술이 나서 동화책을 가져다 큰소리로 읽기도 하고 아빠를 졸라 보기도 했지만 말썽 부린다고 야단만 맞기 일쑤였다. 몇 ..

창작극장 2004.09.18

시트콤 부부의 칼로 물 베기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랑 이야기 하는게 그렇게 귀찮어? 내가 정말 더러워서 같은 하늘이야 어쩔수 없지만 코딱지 만한 24평 안에선 같이 숨쉬고 싶진 않다구 흥" 정신없이 쏘아 붙이고는 앞뒤 생각 없이 아파트 문을 박차고 나갔다. 물론 남편은 금방 따라 나와서 에걸 복걸 하면서 나를 집으로 끌고 들어 가겠지 그리고 오늘의 이 어이없는 - 뭐 늘 어이없는 일도 다투는 우리니까 -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잠속으로 빠져들면 되는거였다. '어디까지 가 있지? 그래도 나왔으니까 엘리베이터 까지는 가 있어야 되나? 아냐 금방 문을 열고 따라 나올테니까 거기 까지 갈 필요는 없나?' 짧은 시간동안 이런 저런 생각이 휙휙 지나갔다. 그런데 몇걸음도 가기 전에 한밤중 너무 조용한 아파트 복도에서 ..

창작극장 2004.09.09

바이러스와 인간 어느쪽이 더 고등한가!

회의장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물론 이들이 다른 하등한 생명체들처럼 공기를 진동 시키는 이른바 소리 따위로 의사소통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서로 격론을 벌이고 있다고 한들 물리적으로 소음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의 생각을 읽어서 의사를 전달하는 이들이 인간 중 특별한 수련을 거친 몇몇 만이 도달한 무념무상의 경지를 가지지 않았다면 회의장은 삽시간에 이들의 사념들로 가득 차 회의란 것이 도저히 이루어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잠시의 기다림 후에 대표인 감기바이러스의 묵직한 사념이 전체에게 전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바이러스, 세균 여러분 우리는 오늘 상당히 심각한 의제를 논의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의 사태는 멀리 페스트로부터 가깝게는 에볼라와 에이즈까지 물의를 일으킨 각종..

창작극장 2004.04.12

필요할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덜그럭 거리는 방탄모가 시야를 자꾸 가리지 않더라도 흘러내린 땀으로 시야는 이미 충분히 흐려지고 있었다. 벌써 13일째 여단 신기록 연짱 완전군장을 돌고 있지만 아무래도 덜컬거리는 방탄모와 익숙해 지기는 짧은 시간이었다 아직도 나를 이 지경에 빠트린 군 지위 검열 그 순간이 생생히 기억에서 멤돌며 나를 괴롭혔다. 제 54통신 대대 군장비 지휘검열을 실시하겠다. 우렁찬 스피커 소리가 연병장에 메아리 쳐졌다. 저쪽 끝부터 검열관들이 번쩍이는 눈으로 이제껏 쓸고 닦은 몇십년짜리 장비들을 샀샀이 훌터 보며 오고 있었다. 목이 바짝 바짝 타드는게 이틀전 기제실에서 얼차려는 장난도 아니었다. "이 새끼들 빠져 가지고 꼴랑 3박4일 짜리 훈련에 베터리를 하나 잃어 버리면 아주 BCT라도 뛸려면 무전기 몇세트는 해먹겠..

창작극장 2004.02.25

사랑이란 작지만 긍정적인 오해에서 출발한다.

"어 눈 오는데" 창가 자리 박대리의 들뜬 목소리가 착 가라 앉아 있던 사무실 공기를 강타 했다. 조용히 모니터에 얼굴을 파묻고 키보드만 달그락거리던 직원들도 한마디씩 거들어 사무실은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겨울에 결혼 하는 건 여러 가지로 힘든 점도 많지만 이렇게 결혼 기념일에 함박눈이라니 차가운 날씨에 야외촬영으로 손이 꽁꽁 얼어 붙은 지난 일쯤은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달콤한 추억이 되어 버린다. 봉급도 쥐꼬리지만 얼른 모아서 집을 사자는 와이프의 억척 덕분에 책정된 한달 용돈10만원 하지만 그 용돈 중에서 얼마라도 힘들게 모아 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목 좀 마를때 음료수 한잔 안 마시고 피우던 담배를 끊고 주변 사람들에게 짠돌이네 소금덩어리네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

창작극장 2004.01.19

-빨감자전거-

조금 일찍 퇴근한 나는 라면 박스를 하나 가지고 어머니 방에 들어갔다 . 어머니는 더 이상 거기 게시지 않는다. 장례식 그리고 몇 주 후에야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어머님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라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같이 모신지 15년 동안 이 조그만 21평 서민 아파트 조그만 방 하나도 채우지 못할 만큼 어머니의 짐은 단출 했다. 늦게 한글을 깨우치셨던 까닭에 자질구레한 메모지들이 가득 나왔다. 한 장 한 장 마다 어머님의 손길이 닿았던 것이라 생각하니 한 장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해 넣던 중 작고 낡은 수첩이 눈에 뛰었다. 몇 년 전 달력으로 표지를 입힌 것이었다. 생전에 당신께서 가끔씩 들고 다니시던 기억이 희미하게 되살아 났다. '어머..

창작극장 200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