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은 그다지 길지가 않았다. 눈깜빡할 사이에 마지막날이 오고야 만것이다. T..T 어쨌거나 여행이란건 근본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니까..
마지막날은 18:00시 비행기 시간도 있고 해서 올레코스를 도는것은 포기 하고 몇군데 찍어서 기본적인 관광을 한판 해 보기로 결정. 일단 오전에는 짐을 맡겨 놓고 놀러 다니다가 오후에 짐을 찾아 나오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처음 찾아간 곳은 쇠속깍
2년전 제주에 왔을때 쇠속깍 태우를 타기로 했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탔던것을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우는 땟목 모양의 배를 매어 놓은 줄을 사공이 당겨서 운항하는 배였는데 성인만 탑승료를 받았다. 1인당 5천원
크게 스펙타클한 볼거리가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아저씨의 입담과 맑은 물속으로 환히 보이는 숭어때(여기 저기 펄쩍 펄쩍 뛰는 스펙타클.._ 느릿느릿 엄청나게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총 운행 시간이 30분 정도 남짓이었는데 내릴때 부탁하면 사공 아저씨가 멋지게 사진도 찍어 주신다.. ㅋ
쇠소깍을 나와서 숙소 근처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찾아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이 어중간해서 택시를 탔는데 3000원 정도가 나왔다. 하지만 5월부터는 택시비가 인상된다니 아마 현재는 더 나올것 같다. 콜택시를 불렀는데 콜비등의 다른 비용은 없었다. 이중섭 미술관은 이중섭님 생전에 기거했던 오두막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아궁이 하나가 딸린 조그만 방이었다.
이중섭 미술관을 나와 큰길로 내려가서 고우영화백의 사모님이 운영하는 안거리밖거리라는 음식점을 찾아 갔다. 1인분 6천원이었는데 정말 푸짐해서 도저히 다먹을 수 없을만큼 양도 많고 맛도 깔끔했다.
안거리밖거리에서 점심을 먹은 우리 부부는 제주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중문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중문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바다와 해변에서 먹었던 신선한 해산물에 술한잔을 다시 한번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느긋하게 신발을 벗고 해변을 걸으니 파도가 칠때마다 발가락을 간지럽히며 모래들이 빠져나가는 기분 좋은 느낌
해녀분들이 운영하는 해변노점에 도착 일단 만원짜리 해산물 한접시(멍개+고동)을 시키려고 했으나 소주 한병과 함께 시키려고하자 노련한 해녀할머니 쏘주 포함 2만원짜리 한접시를 만들어 주셨다. 멍개 + 고동 + 문어
바다향 물씬 풍기는 싱싱한 회 탁트인 옥색 바다에서 바닷바람을 마시며 처와 시원한 한라산 소주 한잔을 나누니 삶이 이러해야 하는데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접시 나온 해산물은 둘이서 소주를 먹고도 남아서 한병을 더 시킬까 살짝 망설이다 맥주 한캔을 더 시키는걸로 스탑~~
4시가 넘어가자 슬슬 일어나서 공항버스에 올랐다. 공항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탑승 수속을 밟고 면세점에서 처는 신나는 화장품 반값 세일장을 누비다 썬크립과 몇가지 화장품을 아주 싸게 구입했다며 기분 좋아 했다.
4박 5일 동안 그동안 다닌 여행과는 다르게 도보로 하루종일 돌아 다닌 탓에 발바닦은 조금 아팠지만 뭐랄까 여태껏 다닌 여행과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중 첫번째는 여행 컨텐츠의 폭발적인 증가였다. 예전에 왔던 제주도는 차를 렌트해서 몇일 쓱쓱 다니면 별로 볼꺼 없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게 그거인것 같은 해변들 일색에 한라산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발로 돌아 다니는 제주도는 구석 구석이 아름다운 섬이었다. 지금 11개의 코스가 만들어졌지만 이 코스를 전부 천천히 체험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면 제주도는 예전 3~4일짜리 컨텐츠에서 이제는 한달은 족히 걸리는 컨텐츠의 보고로 다시 테어난 셈이니 녹색성장이네 개발이네 하는 누구는 죽었다 깨어 나도 이해 못할 일일듯 하다. 이제 우리도 여가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여가시간을 보내는것에 대한 질적인 문제도 생각하는 단계에 서서히 도달하고 있는 21세기에 가족과 함께 친한 사람들과 함께 파랗고 이쁜 화살표를 따라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은 제주 트레킹 코스는 그야말로 최적의 문화 관광상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제주올레의 모티브를 제공한 산티아고 800km처럼 세계적인 명승지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두번째는 이런 도보여행은 그 여행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싹트게 한다는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이렇게 풍광 좋은 제주도에 내려와 사는건 어떨까 생각이 들고 실제로 요 몇일 제주도 집값과 일자리를 알아 보는 정도로 막연히 아름다운 제주에서 정말 살고 싶고 동경의 대상인 제주도로 인식의 전환이 생겨 버렸다.
무엇보다 제주올레를 4박5일동안 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는 단순한 레저나 휴식에서는 얻기 힘든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 부부뿐만이 아니라 올레코스를 돌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여성 혹은 남자 혼자 오신 분, 혹은 여자 끼리, 남자끼리 오신분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것 같은 꼬마의 손을 잡고 같이 걷는 아버지 등에 아기를 들처업고 처와 함께 걷는 사람들 모두 모두 정말 행복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마음이 지치고 힘든 사람 진정한 여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 가깝지만 아직도 먼 사람과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 아직은 낯설지만 진정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 누구라도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오름과 신선한 해산물 그리고 제주소주가 내리는 여유를 만끽한다면 치유 받고 소통할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한다.
제주 올레를 열어주신 서명숙님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그리고 제주올레를 발견 하고 게으른 내가 제주올레를 체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나의 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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