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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셋째날 8코스 - 배낭을 벗고 걸은 첫 올레

초하류 2009. 5. 3. 00:49

4박 5일의 올레길을 걸으면서 우리 부부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백주 4캔과 함께 하는 저녁 회의였다. 평소 여행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처는 인터넷 여행사이트를 뒤지다 서명숙님이 쓴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이라는 책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것 같다. 몇주전 회사에서 뭔가를 정리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책하나 사도돼? 제주도 관련 여행책인데 라고 했을때도 설마 이렇게 아무 계획없이 제주도로 날아와 아름다운 길을 처와 둘이 걷게 되리라고는 알지 못했었다.

첫글에서도 밝힌바처럼 말그대로 아무 계획도 없이 옆동네 가듯이 휙 날아왔고 전 코스를 걸을만큼의 시간은 없었기 때문에 처는 제주걷기여행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코스에 대해서 설명해주었고 그중에 날씨가 이러면 이 코스 이렇게 해보고 시간이 남으면 저 코스도란 식으로 다음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우도를 걷고 난 27일날 저녁회의에서 처는 이제 배낭도 숙소에 두고 간편하게 걸을수 있으니 하루에 두코스를 도는것도 가능할것 같다고 의욕을 불태우기 까지 했지만 처나 나나 피차 그렇게 평소에 운동을 한 처지도 아니고 이미 이틀을 걸어서 처의 무릅이 조금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무리하지는 않는선에서 8코스를 돌고 시간을 봐서 비교적 짧은 9코스를(8.81km) 갈것인지 결정하기로 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 나야 하거늘 처는 나의 고약한 잠버릇과 전날밤에 얻어마신 엄청 진한 커피에 밤잠을 설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날씨는 화창하고 배낭없이 가뿐하게 걸을 생각하니 기운이 절로 났다.

8코스(17.6km)
월평포구 -> 굿당 산책로 -> 마늘밭 입구 -> 대포포구 -> 시에스호텔 -> 배릿내 오름 -> 돌구래쇼장 -> 중문해수욕장 -> 하얏트호텔 산책로 -> 존모살 해안 -> 해병대길 -> 색달 하수종말처리장 -> 열리 해안길 -> 논짓물 -> 동난드르 -> 말 소낭밭 삼거리 -> 하예 해안가 -> 대평포구

일단 시내버스를 타고 8코스 출발점인 월평포구로 이동했다. 버스를 탈때마다 도착할 정류장 이름을 말씀 드리고 지리에 어두우니 좀 알려달라고 말씀 드렸다. 버스기사님들은 이미 많은 올레꾼들을 상대하신 후라 올레에 대해서 잘 알고 게셨고 친절하게 내릴역을 알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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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포구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월평마을에서 내린 후 천혜수산 입구 이정표를 찾아야 했다. 천혜수산이란 이름때문에 왠지 큰길가에 있을것 같았던 부부는 위쪽으로 걸어올라가다 새차를 하시는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덕분에 갔던길을 바로 되집어(^^;) 송이슈퍼 사잇길로 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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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한 15분 정도 걸었을까 천혜수산 이정표가 나타났고 드디어 제주올레8코스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아침에 조금 늦장을 부리고 출발점을 찾느라 어영부영 시계는 벌써 11시 30분이 가까워 왔지만 날씨는 화창하고 짐도 없이 가뿐한 발걸음으로 오늘의 코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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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햇살도 적당하여 이틀동안 바람을 맞느라 옷을 많이 껴입고 나선 처는 윗옷 하나를 벗고 반팔로 변신했다. 왼쪽에 바당(바다)를 끼고 걷는 가뿐한 걸음 제주에서 놀라운 점은 어느곳이나 물이 너무나 맑다는 점이다. 바다는 투명한 옥빛으로 그속을 하나 숨김없이 내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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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야자수 군락을 자날때면 마치 열대지방에서 걷고 있는 기분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이정도의 이국적인 느낌을 느낄수 있는곳이 또 있으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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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세 코스는 꼬불 꼬불 산길을 지나 도로쪽으로 접어 들었다. 아무래도 산길이나 바닷가 보다는 흥취는 덜하지만 어쩌랴 제주는 관광만을 위한 셋트가 아닌것을 하지만 이런 밭 사이의 길을 제주올레블루의 싸인이 우리를 보증해 주지 않는다면 어찌 아무렇지 않게 걸어 볼 수 있을까 이렇게 경작하시는 분들로서는 다소 허락하기 힘들법한곳도 흔쾌히 내어주시고 조심해서 걷는것 그것이 제주올레를 더 멋지게 만드는 힘인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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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아름다운 바닷길을 따라 걸었다. 예쁜 나비도 보고 작은 포구에 정박한 배들도 구경하는 느긋한 발걸음 근데 왜 배는 저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걸까 자동차는 그저 멋대가리 없는 번호로 식별될 뿐인데 아무래도 딱딱한 아스팔트를 달리는 자동차와 저 아름다운 바다를 거니는 배와는 아무래도 격이 다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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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걸어 돌고래쑈장에 도착하자 드는 허기를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침으로 먹고 나온 스프 한컵으로 여기까지 걸어온것도 아름다운 풍경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음이 틀림없다. 그런차에 눈에 들어오는 식당앞 플랜카드 고등어조림 4.500원 갈치조림 5,900원 한식부페 성인 6,000원 소인 4,000원 갈치랑 고등어랑 해서 점심을 먹고자 들어갔고 처는 주문을 하러 계산대에 가더니 한참을 오지 않았다. 그러고는 오더니 하는말이 6000원짜리 부페를 시켰을때 고등어주림이랑 갈치조림을 시킬 수 있는데 부페가 허접해보여 그냥 갈치조림 작은걸 시켰다는 것이었다. 물경 3만원 정도 입구에서 배영으로 헤엄치던 물개가 갑자기 왜 생각이 나는걸까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오던길에 1인분에 2만원 하는 회정식을 먹을걸 하는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이미 업지러진 물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갈치조림을 먹는것으로 만족했다. 다행이 갈치조림은 양도 엄청많고 무엇보다 맛이 있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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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두드리며 걸어 내려온 중문해수욕장엔 해녀분들이 해산물을 한접시에 만원씩 해서 팔고 있었다. 분위기 좋아 하고 술 좋아 하는 처가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터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한캔씩 들고 맛나는 멍개와 소라회를 먹으며 아름다운 바다를 즐겼다. 처는 너무 멋진 이 해변에 친구에게 전화로 염장질을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가계에서 사온 맥주는 두캔에 5000원이었던 반면에 해녀분들은 한캔에 2000원에 팔고 있었다는 사실이 쫌팽이같은 내가슴을 짜르르 아프게 훑어 내려갔다. 여러분들은 혹 가시면 참고하시라(한라소주는 한병에 삼처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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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중문해변을 아쉽게 뒤로 하고 말끔하게 다듬어진 하얏트호텔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아름다운 경치와 부른배 한캔 비운 맥주탓인지 배낭도 벗어버린 걸음이 점점더 느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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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랜만에 다듬어진 이쁜길에 감탄하던 우리는 엄청난 위용의 해안절벽의 위용에 한번 놀라고 울퉁불퉁 재멋대로인 바위로 이어진 해변을 평평한 바위로 길을 만든 해병대의 노고에 다시 한번 놀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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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이렇게 가끔 노천 수영장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풀장과 남탕 여탕 샤워시설까지 갖춰진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면 해외의 비싼 리조트보다 훨씬 멋질꺼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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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로도 수도없는 아름다운 해변과 보리밭 그리고 삶의 흔적이 묻어 나는 올레길을 걷다 보니 어느세 8코스의 종점인 대평포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간세다리(게으름뱅이의 제주 토박이말) 정신으로 걸은 탓인지 시간은 6시가 다되어가는 바람에 9코스는 다음날로 미루고 버스를 기다리는 마을회관에서 모델로 수고 하고 게시는 밍키아버님께 격려를 받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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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이곳저곳에서 위명을 떨치고 있는 용이식당에서 푸짐한 두루치기로 해결했다. 1인분에 5천원인 이곳의 음식은 푸짐하고도 맛이 있었다.

다음글 [제주올레] 넷째날 9코스 역7코스 - 일단 걷고 보자편도 곳 업데이트 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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