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용기 감상기

조금씩 베일을 벗어 가는 서태지의 Nature Pound

초하류 2009. 4. 14. 09:27

서태지는 참으로 규칙적인 뮤지션이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자폐 증세가 있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규칙적이다. 음반을 만들고 프로모션을 하고 공연을 한다음 공연 실황을 정리 하고 다시 앨범을 준비한다는 큰 그림도 비슷하지만 음반을 소개 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1집 난알아요가 히트치고 나서 후속곡인 환상속에 그대를 소개할때 서태지는 그냥 랩이라고 하지 않고 쿨랩이라고 소개했다 2집은 자메이칸랩이 가미된 힙합, 3집은 얼터너티브락, 4집은 갱스터랩 6집은 핌프락 7집은 감성코어 그리고 지금 순차적으로 발매되고 있는 8집의 싱글들은 Nature Pound


서태지는 자신이 만든 음악을 뭔가 딱 떨어지는 한 단어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경향있는것 같다.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뮤직비디오만 제작한 5집을 제외하고 서태지가 앨범활동을 할때는 어김없이 장르명으로 자신의 음악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 장르명은 뭔가 경향성이 있는데 그것은 최근으로 올수록 뭔가 장르가 좀 더 세분화 된다는 점이다.


5집 울트라매니아는 핌프락이란 장르명으로 소개되었다. 림프비스킷에 의해 핌프락이란 말이 거론되었지만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나 생소한 장르명이었고 하드코어나 뉴메탈이라는 장르명이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서태지는 굳이 6집 앨범의 장르를 핌프락이라고 소개했다.


아마 그당시 대중적인 하드코어 밴드 하면 사람들이 떠올릴수 있는 밴드는 RATM도 있었지만 서태지의 앨범은 콘이나 림프비스킷과 더 닮아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하드코어밴드라고 하지 않고 핌프락이라고 말한것같다. 낮게 튜닝되고 음악과 소음의 한계치를 오가며 으르렁거리는 기타와 그루브한 랩핑에 그로울링을 더한 그의 6집은 무대포퍼먼스를 제외하고라도 누가 들어도 콘이나 림프비스킷이 생각나는 싸운드며 곡의 구성이었다.


그리고 긴 공백을 깨고 발표한 7집을 들고 나오면서 서태지의 장르 설명은 기존의 소개와 조금 틀려 졌다. 외국의 장르를 거의 그대로 차용해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던 서태지는 이모코어풍의 앨범을 이모코어라고 하지 않고 감성코어라는 말로 소개했다. 그런지풍으로 지글거리는 기타, 감성적인 선률과 함께하는 그로울링 같은 음악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사진속에서 이모코어의 대표적인 밴드라고 할 수 있는 핀치의 배지를 달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를 보자면 그가 원하는 사운드는 이모코어였던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장르적 특성을 따라가는 기존의 컴백홈의 갱스터랩이나 울트라맨의 핌프락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장르명으로 은연중에 들어낸것이다.


서태지의 7집 이슈는 분명 이모코어 성향의 곡들이지만 전체적인 트랙이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닌 결결결결 구조라고 할만큼 극단적으로 몰아 붙이는 경향이 있다. 코드의 구성도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해피엔드의 느닷없는 시작은 Just Another Victim 으로 시작하는 Victim을 거쳐 라이브와이어와 로버트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발견된다. 이모코어와 괘를 같이 하지만 듣는 사람의 감정에 좀 더 극단적으로 호소하는 느낌의 곡구성에 공을 들였을 서태지는 이모코어라는 기존의 장르명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감성코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장르를 표방하기만 하던 서태지가 약간이지만 장르명을 변경했다는데 주의하자) 



그리고 Nature Pound다. 서태지는 에의 4년이라는 긴 침묵 끝에 떠들썩한 이벤트와 함께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나왔고 그 앨범을 소개 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앨범은 기존의 장르로는 설명할수 없어서 Nature Pound라는 이름을 스스로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현재 두번째 싱글까지 발표된 서태지의 이번 8집 프로젝트는 대중들에게 새로운것을 소개할때 지나칠만큼 조심스러운 그의 기존 행보와 완전히 일치한다.


첫번째 싱글의 타이틀곡 모아이는 현재까지 느껴지는 Nature Pound라는 서태지가 창조한 장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D&B의 현란한 비트와 그 비트위를 흐르는 멜로디 지극히 기계적으로 잘개 쪼개진 비트로 만드는 자연스러움이라고할까? 하지만 모아이를 얼핏 들어서는 새로운 장르라고 할만한 새로운점을 발견 하기가 어렵다. 스트링과 드럼 실연으로 교묘하게 가려진 모아이는 얼핏 일반적인 모던락처럼도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태지는 첫번째 싱글 마지막 트랙의 모아이 리믹스에서 기존 음악과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설치했던 장치들을 걷어냄으로써 좀 더 노골적으로 Nature Pound라는 장르를 청자들에게 불쑥 들이민다.


그리고 버뮤다라는 신나고 세련된 락엔롤곡을 디지털싱글로 발표한 서태지는 두번째 싱글에서 다시한번 마지막 트랙을 통해 자신이 창조한 사운드가 기존의 사운드와 어떻게 다르며 새로운 장르로 취급받을만큼 새로운것인가 하는 것을 조금 더 노골적으로 들어내고 있다. 누가 들어도 경쾌한 락엔롤 사운드였던 버뮤다를 잘게 쪼개진 비트와 기계음을 통해 리믹스함으로써 기존의 Rock음악과 자신이 창조해낸 Nature Pound의 간극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깜짝쇼를 연출한 것이다.


이제 2개월후 서태지는 자신이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Nature Pound를 완전히 공개하는 정규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태지의 모든 앨범을 기다렸고 기대 했지만 이번 정규앨범에서는 그 기대가 한층 더하다. 두번째 싱글 프로모션에서 보여주었던 퍼즐처럼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는 그가 창조했다는 Nature Pound라는 사운드의 궁극적인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