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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둘쨋날 우도편 - 올레에 없는 길을 먼저가다

초하류 2009. 5. 2. 21:00

첫날 잠들기전 다음 코스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다 다음날 날이 맑으면 우도에 새로 생겼다는 코스를 가고 그렇지 않으면 꼭 가보고 싶은 7코스나 8코스를 가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둘째날 일어나니 날씨가 너무나 화창했다. 나오는 우리들에게 주인아주머니는 편하게 잤냐며 다음에 또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성산일출봉에서 일박하려고 한다면 저렴하고 친절한 미도모텔도 괜찮은 선택인듯 하다.


바로 앞이라고 생각하고 9시 30분에 모텔에서 출발했지만 일출봉 초입에서 선착장까지는 의외로 시간이 꽤 걸려서 10시에 떠나는 우도행 배를 타기 위해 꽤나 걸음을 서둘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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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를 향해 떠나는 배는 자동차와 승객들을 잔뜩 실고 파란 바다를 가르며 시원스레 달리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일출봉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우도 가뜩이나 맑은 제주바다가 우도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옥빛으로 투명하게 반짝거리는것 같았다.


드디어 도착한 우도 하지만 우도 어디에서 올레길 표시가 보이질 않았다. 당황한 처가 올레지기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저런... 우도는 아직 코스가 개발중이고 개장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ㅋ 아내의 발빠른 정보력이 아직 개장하지 않은 우도코스를 앞질러 가버린것이다. 뭐 어떠랴.. 아직 개장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우도는 작은섬이니까 그냥 해변 일주도로를 따라 걸어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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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느슨한 이번 여행이기에 우리는 별 생각없이 우도를 걷기 시작했다. 어제 하루뿐이지만 제주올레블루의 화살표가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내 우도의 아름다운 바다와 정경에 넋이 나가 버렸다.

그리고 사실상 이번 여행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져져 버렸다. 서빈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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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가 부서져서 만들어졌다는 하얀백사장과 거리에 따라 몇가지인지 헤아릴수 없는 다채로운 옥빛으로 층층이 빛나는 바다는 할말이 사라져 버리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해변이라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싶은 서빈백사에서 처와 나는 한참을 앉아 있을수 밖에 없었다.

꿈처럼 아름다운 하얀백사장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 우리는 드렁코지를 지나 우도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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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봉은 관광객으로 북적거렸지만 정상에서 우도가 한눈에 보이는 맛이란 전망이란 이런거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일박이일에서 탔다는 말을 타는 사람 중간 중간 앉아서 풍광을 즐기는 사람 가파른 길을 장난치며 뛰어 올라가는 꼬맹이들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가지각색으로 우도봉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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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우도봉에서 보이는 풍광중에 으뜸은 아스라히 하늘과 닿아 있는 옥색 바다였다. 이쪽끝으로도 저쪽끝으로도 옥색의 바다가 반짝거리며 하늘과 맞닿아 있는 풍경이라니.. 육지에서 보던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는데 마치 지구가 둥근것이 눈에 보이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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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도봉을 내려온 우리는 검멀레로 향했다. 사실은 어디를 향해 간다는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었는데 눈에 보이는 어디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안을 달리는 버스조차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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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검멀레에 도착하자 흥에 겨운 처가 한마디 외쳤다. 가서 맥주 한캔 사와~ 온통 검은색의 검멀레는 온통 하얀색으로 뒤덥혔던 서빈백사와는 완전히 다른느낌이었다. 조금더 무겁고 장중한 느낌? 하지만 거울처럼 투명한 바다는 서빈백사나 검멀레나 똑같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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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멀레를 출발해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해와달 and 섬이라는 멋진 이름의 가게에서 내건 플랜카드. 우도 특산 해물칼국수 6천원 마침 배도 고프던터에 우도 특산이 한그릇에 6천원이라는데 어찌 먹지 않을수 있을까 하지만 식당에 들어서자 낭패가 발생했다. 해물칼국수는 오늘은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주인장의 설명.. 어물거리던 우리는 차림표를 펴 들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만오천원짜리 문어회와 한라산소주를 시켰다. 우리가 앉은 바닷가 자리는 전망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술집을 드른 사람들의 싸인들이 걸려 있었다. 그중에 박해일의 싸인이 우리눈길을 잡아 끌었는데 역시 쎈쓰짱 "술집은 이러해야죠!" 짧고도 명문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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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생일이었던 초하류를 배려하여 처는 성개미역국을 시키기를 종용하였고 배고픈 김에 우리는 성계미역국을 하나 더 시켜서 거하게 한끼를 먹었다. 창밖의 바다에는 때마침 물질하는 해녀들이 휘익 휘익 들숨 들어가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작업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싱싱한 돌문어와 함께 하니 소주 한병을 나눠 마셔도 물을 마신듯 취기는 찾아 볼수도 없었다. 역시 술집은 이러해야 한다니까.. 주인아줌마 해물칼국수가 만에 하나 우리를 낙으려는 낙시밥이었어도 그 낙시밥을 덥석 문거 절대 후회 하지 않습니다. ㅋ

하지만 너무 느적거린탓일까 5시 30분에 있다는 막배 시간이 2시간 앞으로 다가왔는데 우도를 한바퀴 돌기에는 아직 길이 많이 남아 있었다. 민박집에서 물어 우도시내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지만 작은 봉고차인 우도시내버스를 알아 보지 못해서 버스는 그냥 떠나 버리고 가운데로 질러가면 30분이면 갈 수 있다는 아저씨 말씀에 우도를 가로 질러 걸음을 서둘렀다. 한참을 가다 다시 만난 갈림길에서 때마침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에게 길을 묻고 있는데 우리가 길을 물었던 아저씨가 트럭을 세우더니 타라고 손짓을 하셨다.

"아저씨들 길도 잘 모르고 걸어 가다간 오늘 배 못타요~ "

10분 정도를 달려 선착장에 우리를 내려 주신 아저씨는 고맙다는 우리 인사에 손을 흔들며 바삐 차를 돌려 가시고 5시를 10분 남겨 놓고 무사히 표를 사서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우도행 배에서 내린 우리는 리슈라는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제주올레를 소개하는 책자에 나온 왠만한 저렴한 민박은 전혀 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작은방 4만원 큰방 5만원인데 지금은 작은방은 다 나가고 큰방밖에 없단다. 숙박을 저렴하게 해결하기로한 우리로서는 작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2박을 예약한후 일주버스를 타고 중문단지 근처 리슈로 행했다.  

중앙사거리 근처에 있는 리슈는 큰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방(욕조없이 샤워기와 변기가 딸린 화장실)과 인터넷이 되지 않는 환경이 우리를 실망시켰다 5만원이라고 하기엔 비싼감이 있어 방값을 조금 깍아 보려는 처의 시도에 원래 10만원 받던 방이라는 주인장의 답변이 돌아왔다. 뭐 이런 쪼끄만 방이 10만원일까 욱하는 느낌이 들어 다른방을 구해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2박을 하겠노라 이야기도 했고 카드를 받지 않아 현금으로 방값을 지불한터라 그냥 묵기로 했다. 인터넷은 데스크에 있는 한대를 빌려 쓸수 있었는데 넷북을 가져온 나는 무선인터넷이 아쉬웠다. 이런 저런 불만은 있었지만 커피포트도 빌려 주시고 나름 편리한 교통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 주었고 다른 곳을 찾기도 귀찮아진 우리는 결국 나머지 3박을 리슈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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