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이 다른나라에서 일어 났으면 어땠을까

초하류 2010. 6. 11. 13:36
에픽하이라는 힙합팀에 타블로라는 가수가 있다. 언더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 팀은 타블로가 토크쇼에 나와서 들려준 자신의 신변잡기가 이슈가 되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히트곡이 나와서 결국 오버그라운드로 나왔다. 현재 대한민국 힙합씬에서 가장 대중적인 팀을 뽑으라면 아무리 인색한 관계자라고 할지라도 에픽하이를 세손가락안에는 넣어야 할것이다.

힙합특유의 강렬한 비트보다는 세련된 팝을 연상시키는 곡진행에 거친 단어를 배제한 랩핑이 어울어진 에픽하이의 음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다지 변한것이 없다. 그런데 어쨌거나 타블로의 토크쇼 출연으로 대중의 관심이 에픽하이의 음악을 홍보하는데 큰힘이 되었고 결국 에픽하이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힙합팀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타블로가 토크쇼에서 이야기한 여러가지 에피소드의 중심이 되는 타블로의 대단히 특이한 학력이었다. 스텐포드에서 3년 반만에 석사를 받았고 그가 쓴 소설이 교수에게 극찬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들로 타블로는 무명 힙합팀의 멤버에서 엄친아로 부상했다. 그리고 타블로의 스텐포드 학력이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타블로의 학력이 진짜인가 위조인가에 대한 이슈가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타블로가 학력을 위조했을수도 있고 타블로의 학력이 진짜일수도 있다. 그런데 힙합팀의 멤버 학력이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되는걸까 

아마도 사람들은 에픽하이라는 팀의 타블로가 유명해지는데에 타블로의 학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타블로는 스텐포드 석사라는 학위를 허위로 만들었고 그 스텐포드 학위를 가지고 대중을 기만했다는 논란이 이렇게 까지 확대될 수 있는 원동력은 많은 사람들이 타블로가 유명해지는데에 타블로의 음악보다 타블로의 학력이 더 영향력 있었다고 판단하는것 같다.

만약 미국에서 어떤 힙합팀이 있었고 그 팀 멤버가 스텐포트 석사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만큼 주목 받을 수 있을까? 일본이라면 어떨까? 

타블로의 학력위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프레임웍안에 학력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큰것인가를 다시금 보고 느낀다. 힙합이라는 학력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서도 이렇게 영향력이 있는데 일반적인 취업에서는 얼마나 더 큰 영향을 미칠것인가는 말할것도 없다.

대중가수의 학력논란이 대중가수의 표절논란이나 각종 사건 사고 보다 더 크게 문제가 된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성공하거나 명성을 얻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높은 학력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것 아닌가

타블로의 학력 논란이 진실이건 아니건 별로 관심이 없는 내가 타블로의 학력진실 공방에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 아닌 학력이 더 높이 평가되는 사회 분위기 탓인듯 하다. 학력을 허위로 이야기 하는 것은 물론 말할것도 없이 나쁜것이다. 그리고 특정인의 학력을 무조건 의심 하는 것도 나쁜 것이다. 하지만 더 나쁜것은 음악이라는 스텐포드 석사 학위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서 학위가 이렇게나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 분위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