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80년대 운동권은 조롱의 대상인가?

초하류 2015. 11. 24. 14:38

`요즘 핫한 응답하라 1988에서 여자주인공의 언니는 서울대 수학교육학과에 다니는 운동권이다. 집에서는 부모님도 이 서울대 운동권의 눈치를 본다. 원하는건 무엇이건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행패를 부린다. 자신보다 공부 못하는 동생들에게 폭력행사는 기본이고 욕지거리에 비하, 무시는 옵션이다.


티비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규모의 데모에서 얼굴이 찍혀 가족들도 알아 볼 수 있는데 그날 저녁 아무일 없이 들어오고 집밖에 나섰다가 들이닥친 체포조는 엄마의 횡설수설을 잠시 기다려 준다.


엄마 아빠는 딸아이를 꾸짓고 욕을 하고 집안 말아 먹는다고 다그친다. 급기야 지난주편엔 운동권 학생이 감방을 간 사이 그가 운전하던 승용차를 가지고 나타난다. 그당시 대학생이 르망을 탄다는건 요즘 대학생이 외제차를 끄는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괴리가 있다. 88년 대구 평리동에 살았지만 우리집 인근에 자가용을 가진 대학생은 커녕 온 동내를 다 합해도 차 가진집은 다섯손가락을 넘지 않았었다.


개그콘서트에서도 운동권은 횟불투게더라는 코너에서 별것도 아닌일에 투쟁을 외치고 극렬히 반응하는 모습으로 희화된다.


요즘 미디어에 등장하는 이런 운동권들의 모습에서 그당시 어른들이 야단치던 이야기가 들린다. 요즘 여권이 시민들의 집회에 씌우고자 하는 프레임도 보인다.


그 당시 대학생들은 그저 시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것이 아니었다. 체포 되고 고문 당해서 불구가 되는 사람도 죽는 사람도 나오는 시기였다.


당연한 국민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였다. 그들의 요구는 횃불투게더에 나오는 말도 안돼는 때거지가 아니었다.


대통령직선제에 관한 이야기였고 문민정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운동권들의 수많은 희생으로 여론이 만들어졌고 그 여론을 통해 우리나라는 한발짝씩 발전했다.


혹자는 386이 썪었네~ 제도권에 들어와서 변질되었네.. 말들이 많지만 어쨌거나 제도권에 들어가기 전에는 자신을 희생했었던 사람들이고 다른 사람들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시대에 몸을 맞춰 살때 대의를 위해 살았던 사람들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늘 이런 저런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욕하는 운동권의 타락은 어디라도 일어나는 개별 사건이지 운동권 전체를 규정지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른바 운동권인 사람들을 희화화 하고 어줍잖은 생때쟁이 버릇없는 대학생으로 그려서 비웃는 사람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만약 정말 표현의 자유를 위한 풍자였다면 박정희도, 전두환도 지금 우리나라 경제를 말도 안돼는 방법으로 좀먹고 있는 재벌들의 막가파적 행태도 풍자되고 비틀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드라마 송곳에서 정의의 사도로 그려지는 구고신이 젊은시절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했던 고문의 후유증으로 평생 투석을 하고 트라우마에 힘겨워하는 내용이 그려지는 정도다.


공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커녕 조롱의 대상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희생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무도 희생하지 않는 무한 이기주의의 대한민국은 발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