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0일간의 유럽여행 - 유럽이여 안녕

초하류 2018. 1. 15. 18:51

2017.09.24

설핏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알람이 울렸다. 서둘러 옷을 입고 재인이를 깨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 나면 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재인이는 그날도 몹시 힘들어 했다. 하지만 캐리어가 3개나 되서 재인이를 업고 가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재인이도 걸어야 했다


로비로 내려왔더니 프론트에서 택시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나는 우버를 부를 생각이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고 호텔을 나섰다. 우버는 5분후에 도착한다는 표시가 떴다. 그런데 호텔을 나서보니 호텔 앞 도로에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새벽인데도 밤세 술을 마시고 놀았는지 여기 저기 비틀 거리며 사람들이 보였다. 그런데 차가 와도 이 펜스를 어떻게 넘어 가지? 하는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펜스는 도로 저쪽으로도 이쪽으로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설상 가상 우버는 호텔 주변을 빙빙돌기만 하고 도착하지를 않았다. 시간은 자꾸만 흘렀다. 이러다가 비행기 시간을 놓치는거 아닌지 조바심이 들어서 다시 호텔로 들어가서 지금이라도 택시를 부를 수 있냐고 물었다. 필요하다면 택시를 불러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우버였다. 자기가 호텔 근처를 돌고 있는데 길이 다 막혀서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주변에 차를 세웠으니 같이 조금 걸어가서 탈 수 있겠냐는 이야기였다.

 

일단 OK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왠 청년이 오더니 우버 부른거냐고 물었다. 맞다고 하자 짐을 끌고 앞장을 섰다. 뭔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급해 어쩔 수가 없었다. 호텔 뒤쪽 길에 세워둔 차에 짐을 싣더니 청년은 우버시스템이 끊어졌다며 돈을 현금으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우버 사기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50유로란다~ 낮에 우버를 타고 호텔까지 오는데 40유로 가까이 들었으니 새벽 할증 생각하면 이해 하지 못할 금액은 아니었다. 식구들과 차에 올랐다. 별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온몸의 감각기관이 곤두섰다. 다행히 아이폰 네비는 니스 공항 쪽으로 정상 이동 중이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차를 보내고는 우버에 긴 항의 문자를 보냈다. 우버 고객의 소리에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했다는 항목이 있어 선택을 하니 어떻게 자신이 부른 우버인줄 알았느냐 얼마를 요구했느냐 지불은 했느냐 등등 많은 항목을 기술할 수 있게 페이지가 나타났다. 나는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불편사항을 작성해서 전송했다. 하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뭔가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항의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항의는 잘 받았고 그 기사에게는 책임을 묻겠다. 그리고 지불한 돈에 대해서는 우버에서 환불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현금으로 지불한 금액을 우버가 어떻게 조치해주겠다는 거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 50유로에 해당하는 우버포인트가 적립이 되었다.

 

새벽시간에 그것도 번역기에 의지한 알아 보기 힘든 고객의 항의에 이렇게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역시 잠깐의 비행이 끝나자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일단 아시아나에 짐을 붙일 수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짐을 붙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텍스리펀을 하고 로마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텍스리펀에 줄을 섰는데 이놈들도 출국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텍스리펀을 해줄 수가 없다고 퇴짜를 놓았다. 아까운 시간이 자꾸만 흘러갔다. 결국 캐리어를 공항에 유료로 맞기고 공항에서 테르미니까지 가는 고속열차인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탔다. 공항 버스에 비해서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건 시간이니까~

 

이제는 익숙한 테르미니역에 내려 로마 시내를 이리 저리 구경했다.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날씨도 화창했다. 지올리띠에 가서 젤라또도 사먹었다. 스페인광장에 있다는 텍스리펀 할 수 있는곳에 찾아갔지만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다 포기~~ 그냥 여기 저기 발 닫는데로 로마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

 

로마는 도시 어디를 가든 멋진 분수와 조각들로 넘처났고 거리의 건물들도 모두 멋스러워 사실 딱히 어디를 가지 않아도 좋았다.

 

여기 저기 로마 시내를 방황하다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수화물도 붙여야 하고 무엇보다도 텍스리펀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아침과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분비고 있었다. 나는 텍스리펀을 완료했지만 현금과 카드를 섞어서 결재한 유정씨는 텍스리펀이 원활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방을 들고 들어갈 거냐 아니면 짐으로 수화물로 붙일꺼냐고 묻는 거였는데.. 약간의 혼선으로 이리 갔다 저리갔다 시간을 허비했던 거였다. 결국 유정씨도 출국장 안에 있는 텍스리펀장에서 무사히 진행 하고 비행기를 탔다.

 

인천공항에 내려 비싸게 산 가방을 세관이 신고 하고 집에 도착해서 스위스에서 사온 뻐꾸기 시계를 벽에 달자 정말 여행이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9 4일 출국해서 9 24일 귀국비행기를 탔으니 20일간이나 유럽을 여행한 셈이다. 매일 매일 만보 이상을 걸어야 하는 강행군에 잠자리도 자주 바꿔야 했고 음식도 물도 익숙치 않았다.

 

그런데 걱정했던 재인이는 생각보다 훨씬 씩씩하게 따라와 주었고 우리도 몸 불편한데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아직 조금 남아 있는 유정씨가 장시간 비행에 대해 불안해 했지만 내가 우겨서 떠난 여행이었다. 일정을 만드는데도 유정씨의 의견을 참조했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준비를 했었다.

 

큰 결심을 하고 떠나는 여행을 무사히 즐겁게 잘 치를 수 있도록 프로젝트 하는 PM 심정으로 유정씨와 재인이를 고객 대하는 마음으로 여행 기간을 보냈다. 숙소 예약을 하루씩 빼먹어서 급하게 방을 다시 잡기도 하고 교통편이나 지리를 잘못 들어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남들 십년 동안 여행 다녀도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다는 항공기 결항도 겪어 보았지만 그 흔하다는 소매치기도 만나지 않았고 누구 하나 다치지도 아프지도 않은 여행이었다.

 

유정씨 재인이 나 우리 세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이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 먼 곳으로 즐겁게 여행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될까?

 

재인이도 유정씨도 나도 2017 9월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여행이 앞으로도 더 가능하기를.. 즐겁고 긴 꿈 같은 이번 여행. 내 인생에서 손꼽히게 부려본 사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