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1

초하류 2018. 3. 14. 13:53

1. 예측은 했지만 알 수 없었던 그날(2011.09.04 17:00)


9월, 달력은 가을이지만 아직은 여름이 많이 남아 있는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출산 예정일이 이틀 지난 마눌님은 뭔가 운동을 해야 한다며 잘 굽혀 지지도 않는 허리를 숙이고 거실을 닦는다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자기야 그러지 말고 우리 한강에나 갈까?"




배가 불러오면서 몸이 무거워져 답답하다며 자주 놀러 간 한강. 그늘막을 둘러 매고 도착해보니 한낮의 쨍 한 기운은 좀 가셨지만 여전히 햇볕이 따가웠습니다. 여기 저기 돗자리를 펴고 그늘막을 치고 앉아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연인들 가족들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가 그늘막을 쳤습니다.




"자가야 조이한테 나중에 보여주게 동영상 하나 찍을까?"


"시~~~로"




하지만 여자의 싫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이럴 땐 약간의 너스레와 연기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자~~ 여기 보시고 아 이쁘다.. 세상에서 10개월 이틀 지난 산모 중에 젤 이쁘네.. 자 표정 좋고 여기 보시고~~"




너스레를 떠는 저를 못본척 고개를 돌리고 있던 마눌님은 여전히 카메라를 보지 앉은 체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조이야~~ 오늘은 9월 4일이야 엄마랑 아빠랑 병원에서 진찰을 했을 때 니가 9월 2일에 나올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하셨거든.. 그런데 이제 이틀이 지났네.. 아직은 괜찮지만 조금 더 지나면 너한테도 기다리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좋지 않으니까 ~~"




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서 카메라 렌즈에 찡긋 윙크를 하며 말했습니다.




"다음주안에는 우리 꼭 만나서 엄마 아빠랑 뽀뽀 하자~~~ 조이야~~"




"좋아요 컷~~ 완벽하네~~ 안 한다더니 잘하네.. ^^"




"몰!~~라!"




"슬슬 출출한데 우리 치킨이나 하나 시켜 먹을까?"




시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념 반 후라이드반의 치킨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아점을 먹고 슬슬 배가 고팠던지 몇 조각은 먹었지만 그다지 맛이 없었습니다.




"콜라 먹으면 애한테 안 좋지 않을까?"




얌얌 치킨을 양 볼이 볼록하게 밀어 넣고 콜라를 꼴까 꼴깍 마시던 마눌님이 중얼거리며 꿀꺽 치킨을 삼키더니 슬쩍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금세 제 스마트폰에서 딩동 하고 신호가 왔습니다.




"진통 시작 2011년 9월 4일 17시 30분"




문자 메세지를 본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2010년 1월 1일이 머리에 딸깍 하고 떠 올랐습니다.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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