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잡담

어떤은 생각하지 마 박지성 해설의원

초하류 2018. 6. 18. 17:18

박지성은 우리나라 축구계의 판타지 스타다. 그의 축구 인생은 그야말로 한편의 장편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몸이 작아서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던 소년이 국내 진출을 실패한 후 국내 리그에서 받아 주지 않아 일본의 2부 리그에 진출한다. 그리고 월드컵이 개최되자 그동안 출신 대학과 서로의 관계로 뽑히던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우리나라를 전무후무한 월드컵 4강에 진출 시키는데 일등 공신이 된다.


이후 자신이 속해 있던 구단을 1부리그로 승격 시키고 네델란드로 날아가 무릅수술로 긴 슬럼프에 빠지지만 재기에 성공 소속팀을 유럽리그 4강에 올려 놓고 세계 최고 리그인 프리미어리그 최정상팀 윙어가 된다. 그리고 아름다운 아내까지.. 


그리고 그는 이번엔 축구 해설에 도전하고 있다. 손보다는 세밀하지 못한 발을 사용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둥근 공을 몰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공간을 향해 저돌적으로 드리블해가는데 사용하던 그의 뇌는 이제 경기 전체를 보면서 흐름을 이해하고 승부를 위해 시시각각으로 변화 하는 전술과 선수 개개인을 전 국민에게 알기 쉽고 인상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일로 급격하게 사용처가 변경 되었다.


선수일때 말수는 적었지만 비교적 논리정연한 언어로 상황을 설명하던 박지성이지만 프로 입담꾼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을수 밖에 없다. 새된 목소리도 문제지만 그를 막아선 거대한 벽은 "어떤"이다.


누구나 말을 할때 자기도 모르게 자주 사용하는 어휘가 있다. 일상생활에선 그런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작은 놀림감이 되는 정도? 하지만 프로 말꾼이 되는데는 치명적인 문제다. 게다가 언어라는 것은 단시간에 익숙해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잠시 트레이닝 한다고 해결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이라는 단어를 문장에서 반복해서 사용하는 박지성 해설위원은 이 단어를 자신의 언어에서 축출해 내기 위해 지극히 축구선수적인 방법으로 맞서고 있다. 포스트잇에 어떤이라고 쓴 뒤 가위표를 하고 자신이 해설을 위해 봐야 하는 모니터에 붙여 놓는 것이다.


이것은 의지의 표현일수는 있겠지만 좋은 해결책은 아닌것 같다. 어떤이라는 단어가 눈에 뛰는 이상 그 위에 그려진 가위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어떤이란 단어가 더 생각 나게 하거나 어떤이란 단어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느라 문장이 매끄러워 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말을 하면서 어떤이란 단어를 좀 많이 쓰면 어떤가. 자신의 커리어에 걸맞는 해박한 실질적인 지식과 경기장을 분석하는 눈으로 아무도 할 수 없는 명쾌한 컨텐츠를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나는 한문장에 어떤이 10번 반복되더라도 기꺼이 들어줄 의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해설은 안정환의 재치와 과격, 과감함, 이영표의 현란하고 현학적인 해설이라는 자신만의 색이 보이지 않는것 같다.


지도자를 하지 않고 자신이 평생해온 축구로 뭔가를 하기 위해 선택했다는 해설가라는 직업에서 이전에 보여준 발전을 보여준다면 박지성 주연의 축구 만화는 아직 현재 진행형일것이다.


힘내라 박지성.. (하지만 오늘 경기는 안정환 해설을 들을꺼야.. ㅋㅋ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