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된 6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책 읽기를 좋아 하는 사람이지만 어릴적과는 달리 중년이 넘어가면서 소설은 잘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론물리학에 빠져 수학을 이해 할 수 없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물리학책을 뒤져서 거듭해서 읽었고 뇌과학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책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소설은 의무감에 어쩌다 한권씩 읽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2016년 우리나라 작가가 부커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릴적엔 그렇게 소설책만 읽었었는데 내가 소설을 멀리 하면서 우리나라 소설계에 내가 모르는 뭔가 엄청난 변화가 생겼나?
그래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그리 두껍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표지였지만 막상 읽기를 시작하자 책장을 넘기는게 어려웠습니다.
와 사람을 글로 이렇게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그정도 양이면 휴일 오후 정도면 다 읽을것 같았지만 읽다 쉬고 읽다 쉬고를 반복하다 다 읽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던것 같습니다.
숨을 참고 50미터 정도 수영을 하면 그렇게 답답할까? 실주를 한 5번 연속으로 하면 그렇게 답답할까? 어렵게 책을 다 읽고는 생각했습니다.
한강의 작품은 다시 읽지 못하겠구나~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깜짝 놀랐다기 보다 뭔가 꿈을 꾸는 느낌이랄까?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160km 속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를때 느꼈던,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 진출이 확정될때 느꼈던, 김연아가 구름처럼 가볍게 뛰어 올라 회전할때 느꼈던, BTS가 빌보드차트에서 연이어 1위를 했을때 느꼈던, 봉준호의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4개의 트로피를 받았을때 느꼈던, 현대 자동차가 만든 양산형 해치백 전기차가 뉘르부르크링에서 기록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을때 느꼈던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이 다시 들었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구매해서 책장에 꽂아 놓았지만 아직 읽기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을때 처럼 힘들까 걱정스럽습니다.
2016년 보다 훨씬 나이를 많이 먹어서 체력도 딸리고 회사도 집안도 머리 아픈일 투성이어서 채식주의자를 읽을때 처럼 힘들면 과연 책의 페이지 마지막까지를 밀고 나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달이 다 가기전에는 꼭 읽어 보려고 합니다.
혹시 모르죠. 나이가 더 들어 힘이 빠져서 그때처럼 마음이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아 오히려 쉽게 읽힐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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