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관객은 드라마를 원한다.

초하류 2005. 8. 16. 11:27
프로 스포츠는 아마 스포츠와 다르다. 아마 스포츠에서 중요한것은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폼이지만 관객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드라마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도 하는것 처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160km의 불같은 강속구 보다는 드라마다.

그런면에서 어제 조성민의 등판은 말 그대로 드라마였다.

92학번 국대 투수중 단연 돋보이던 조성민의 훤친할 키와 잘생긴 마스크 2M 가까운 키에서 꽃아 내리는 시원 시원한 투구 그리고 일본 진출과 부상 미녀 탈랜트와의 결혼에 이은 파경과 사업실패 망신창이가 된 조성민을 지명하는 팀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절치부심 제 2의 데뷰전을 치뤘고 승을 챙겼다.

조성민이 등장하자 갑자기 바빠진 내외야 기자석 허둥지둥 삼각대를 펼치고 셔터를 누르는 사진기자들의 모습과 긴장한 표정으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등장한 조성민의 모습은 그것 자체로 이미 감동이었다.

병살과 외야 플라이로 한회를 막아 내고 들어가는 조성민을 향해 관객들이 외친 조성민 조성민이란 항성을 들으며 모르긴 몰라도 조성민은 아마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듯 하다.

140km 후반을 찍던 강속구는 140km를 넘지 못했고 국대시절 날렵했던 얼굴선은 무뎌졌다. 패기있고 활달했던 천재 날라리 조성민은 세상의 쓴맛 단맛 공중전을 마친 세파에 찌든 얼굴로 돌아왔고 자신이 비록 썩었지만 아직은 준치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공을 던졌다. 어떤 드라마가 이보다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일수 있을까.

조성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