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Zero 에 거는 기대

초하류 2005. 6. 10. 23:51
금요일 퇴근길 아직 5일을 일하고 나서 한주가 끝난다는것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거리와 술집은 북적거리지만 몸이 따라가질 않는다.

힐끔 눈에 보이는 로또 판매글

주머니 속 점심을 먹고 받은 천원짜리들을 손끝으로 헤아리며 이리 저리 계산을 굴려본다.

이 돈을 내게 쓰면 내가 그 돈에 대한 댓가를 누릴수 있는 확률은 100%다 하지만 그 돈들이 내게 해 줄 수 있는것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하지만 820만분의 1이라는 제로와 다르지 않은 확률이 내게 해 줄 수 있는것은 참으로 매혹적이다.

잠깐의 망설임 100%의 확률로 나를 위해 이 돈을 소비할것인가 제로에 가까운 확률로 이 돈을 날려 버릴것인가

스스로에게 2000원을 버리겠다는 말을 다섯번 꼬고 여섯번 접어서 "돈 이천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걸 뭐" 하고 주문을 외우고 나면 내게는 어쩌면 삶을 바꿔 줄지도 모르는 여섯개의 숫자를 고를 기회를 가지게 된다.

길게 생각해서 정답을 고를수 있는일도 아니건만 숫자를 고르는 손은 언제나 머뭇 머뭇 매끄럽지 못하다.

점심식사 고르는것 보다 100배는 어려운 6개의 숫자 한 셋트를 고르고 나면 다음 한 셋트를 또 고른다는건 그야말로 무리다.

조금더 적극적으로 운에 맞기는 자동선택을 고르고는 국민은행과 10 여개의 로또 투자사들 그리고 로또 용지를 만드는 회사와 로또 기계를 만드는 회사와 그의 심장이 튼튼하기만 하다면 십시 일반한 돈으로 일확천금을 얻게 될 나일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2000원을 고스란히 상납한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 온것 같은 30년 넘는 내 인생이 주는 희망이 제로에 한없이 가까운 로또가 주는 희망을 넘어 서지 못하는한 나는 앞으로도 종 종 이 부질없는 게임에 동참 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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