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내 아이디 이야기

초하류 2005. 8. 29. 14:19
군대를 재대하고 빡세게 알바를 두달한 돈 200만원을 톡톡 털어 컴퓨터를 구입하고 1주일이 지났을까? 컴맹이었던 저는 이것 저것 어렵게 프로그램을 작동 시켜 하이텔에 접속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마 무척 심심하던 토요일 오후 였던걸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요구하는 데로 사용자번호와 비밀번호를 지정하고 잠시후 확인 전화가 걸려 왔죠.

마치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을 시식하는 미식가 처럼 아무도 밟지 않은 처녀봉을 오르는 등반가 처럼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겁도 없이 걸어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나는 아무개로 불리는 이름 대신 나를 지칭하는 적어도 그 시스템 안에서는 유니크한 ID 사용자 번호라는 것을 이용해 타인과 나를 구별하더군요. 지금은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아바타와 아바타의 악세사리등으로 화려한 치장을 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8자 이내의 영문으로 밖에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었죠.

내가 처음 하이텔에 가입하면서 사용한 아이디는 LYUDEQUA였습니다. 이 아이디를 쓰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 왔으며 조금 친해진 후에 의미를 알고는 무척 어이없어 했는데 LYUDEQUA는 그 당시 내가 좋와했던 홍콩 영화배우 류더콰의 내 마음대로 영문 표기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몇년후 드디어 하이텔에서 한글 아이디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고 독특하고 멋있는 아이디를 생각하다 초하류로 결정했습니다.

초하류는 어떤분들은 무척 하류라는 뜻으로 이해하곤 겸손하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론 그런뜻은 아니구요 ㅎㅎ

그 당시 내가 재미있게 본 소설책 중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책이 있었는데 거기에 류초하라는 인물이 등장했거든요. 버드나무 柳 처음初 여름夏 이른 여름의 버드나무란 뜻이었는데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 아마 내가 류가라 더 마음에 들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류초하라고 하면 너무 사람이름 같아서 아메리칸 스타일로다가 성을 뒤로 돌려서 초하류라는 아이디가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줄창 한글로 아이디를 만들때면 초하류를 고집하고 있는데 워낙 오래동안 쓰고 있는데다가 흔하지 않은 아이디다 보니 연락이 끊어진 옛친구들이 알아보고 다시 연락이 되는수도 있고 나름대로 장점이 있답니다.

가끔 초류향이나 초난강과 햇갈리거나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것이 아닌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는거 같은데 전혀 관계없다는것을 분명히 하면서 아이디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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