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제가 가지는 궁금증이고 Nell들이 구지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만약 제가 김종완과 친하고 사석에서 만날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꼭 물어 봤을꺼 같네요 어째서 앞쪽의 두장을 카운트 하지 않냐고
지금은 절판되서 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Nell의-지금은 카운트 되지 않지만-첫번째 앨범은 참으로 처절했습니다. 원색으로의 붉은색 자켓에 등돌리고 기대어 있는 멤버들의 자켓사진 처럼 말이죠
기타는 생톤으로 옹알 옹알 하다 드라이브가 잔뜩 걸린체 지글거리고 보컬은 시종일관 반음 낮은 곳에서 버림받고 배신 당한 마음의 상처를 주술 외듯 조용히 읇조리다 자학적인 그로울링으로 끝을 맺곤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거친 싸운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말쑥한 싸운드였습니다. 마치 의도적으로 거칠게 녹음된 사운드같았다고나 할까요? - 김종완은 이후 괴수대백과사전에서 Let It Rain을 발표하고는 지나치게 깔끔해진 싸운드에 의아해 하는 팬들에게 자신이 실제로 추구했던 소리는 지금의 것이고 이전의 앨범들은 열악한 레코딩 환경때문이라고 밝혔죠 - Let it Rain에서 선보인 깔끔한 싸운드는 이번에도 괘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타에 드라이브가 걸렸든 보컬이 그로울링을 하던 말던 Nell은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만들줄 아는 밴드이고 이번 Walk through me 앨범에서도 마찮가지 입니다.
Nell은 그 시작에서 지금까지 반음 내려선 우울함과 그 우울함의 겨누어진 칼끝이 자신의 내면이란 자폐적인 느낌을 변주해 오고 있습니다.
카운트 되지 않은 앞의 두장이 사랑에 버림받고 술병 가득한 자취방에서 구토와 함께 자신을 해하는 느낌이었다면 카운트 되고 있는 두장은 뭐랄까요 보스포러스 (Bosphorus)해협같다고나 할까요
보스포러스 해협의 바다는 겉에서 보면 흑해에서 지중해로 흐르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래쪽은 반대로 흐르죠 염분의 농도 차이라는 재미없는 과학자 아저씨들의 설명에 귀를 막을 자신만 있다면 보스포러스 해협만큼 버림받은 사람의 쓸쓸함을 잘 표현할만한 소재도 없는듯 해 보입니다. 그래 행복하게 잘 살아 하는 의례적인 덕담을 좀 쓸쓸하더라도 미소와 함께 들려주고 뒤돌아서는 사람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인터넷에서 여기 저기 미리듣기로 돌아 다니는 Thank you만을 들으셨다면 Let it Rain에서 나름대로 메가히트한 Stay의 노선을 너무나 그대로 이어 받아서 -너무 그대로 이어 받은 나머지 마치 Stay의 3절 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설마 벌써 메너리즘에? 라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앨범의 구매를 망설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근심은 앨범의 첫번째 트랙인 미아를 듣는 순간 기우였음을 알게 됩니다.
좀 지나치게 단정해졌나 싶은 싸운드와 보컬이 너무 앞으로 튀어 나오는 듯해서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싸운드는 여전히 충분히 Nell스럽 습니다.
예전의 처절한 느낌은 덜 하지만 덕분에 조금더 선명해진 멜로디에 얹힌 김종완님의 유난히 가성을 많이 섞은 보컬과 이재경님의 절재되어 가는 기타 그리고 막귀인 저로서는 신경을 곤두 세우지 않으면 체크 되지 않을 정도로 튀지 않는 이정훈님의 베이스 여전히 좀 꼭 조인듯 퉁퉁 거리는 드럼으로 차분히 곡을 이끌어 가는 정재원님도 아직은 메너리즘을 말하기엔 이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가장 환한 느낌의 마리오네뜨와 몽중인의 현실 체험기가 제일 귀에 쏙 들어 오는듯 합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가 제작된걸 보면 아마 Thank You가 프로모션곡인듯 하군요.
괴수대백과사전이라는 안정적인 레이블의 지원을 바탕으로 발전의 속도에 가속이 붙어 가는 이들 내명의 재능있는 음악인을 지켜본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경험입니다.
처음 이들의 공연을 보고는 앨범을 사고 주위 사람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다닌 제 귀의 수준을 입증시켜 주어서 기쁘기도 합니다.
조금만 일찍 서둘러서 가을에 나왔으면 더 좋왔을껄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겨울도 뭐 좀 씁쓸하지만 블랙으로 멋을 낸 커피잔을 앞에 놓고 가슴 저릿한 Nell의 감성을 느껴 보는것도 좋을꺼 같습니다.
좋은 음악 만들어준 4명의 Nell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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