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시대를 역주행 하는 IT 기술자 등급 신고제.

초하류 2009. 6. 4. 20:50
IT 기술자들에게 등급 신고제가 시행 되려고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수의 공공기관에서 발주를 내면서 이 IT 기술자 등급 신고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고 있고 대형 SI 업체에서도 이 등급에 관한 증명을 입사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IT 기술자 등급 신고제는 많은 부분에 대해서 무리란 부분이 포함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는 악영향을 끼칠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 IT 기술자 등급 신고제의 어떤 부분들이 문제인지 하나 하나 살펴 보도록 하자.

1. 왜 IT 기술자의 등급을 나라에서 관리 하려고 하는가
나는 IT 기술자 등급 신고제에 대해서 가장 웃기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IT 기술자의 등급을 나라에서 관리 하려는 이유가 뭘까? 나라에서 제빵사의 기술 등급을 관리 한다거나 용접공의 기술 등급을 관리 한다거나 아니면 운전자의 등급을 관리 하지는 않고 있다. 왜 하필 IT 기술자 등급을 관리 하려고 하는 것인가..

흔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기술자들이 경력을 뻥튀기 하기도 하고 경력을 정당하게 보상 받지 못한다는 뻘소리들이 들리고 있는데 일딴 족까는 소리는 집에서 방문 닫고 하시란 말씀 전해 드리고 싶다. 경력이 왜 뻥튀기 되는건가 IT에는 경력 뻥튀기 하는 졸라 사기꾼들만 득시글 거리는것인가? 설마.. 능력에 맞는 제빵사를 제과점에서 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빵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하면된다. IT 기술자가 경력을 속인다면 일 시키기 전에 하루 정도 간단하게 코딩이나 아키텍처 설계에 대해서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이걸 왜 안하는걸까? 할 시간이 없어서? 웃기시네... 할 능력이 안돼서? 먹을 이도 없는데 고기는 왜 먹을라고 하냐.. 한마디로 투입될 인력에 대해서 선별할 능력이 없는 발주사들의 문제를 개발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하거나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다는게 내 결론이다.

2. 기술 등급의 기준이 왜 종사한 기간으로만 산정 되는 걸까?
이 부분은 기술 등급 기준에서 가장 시대에 역행 하는 부분이며 동시에 업계에 경력 뻥튀기를 부르는 원흉이라고 생각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IT는 뛰어난 인재가 절대로 들어와서는 안되는 곳이다. 제아무리 아인쉬타인 빰치는 천재라고 하더라도 4년재 대학을 졸업 하고 정보처리기사를 딴 후 4년의 시간이 흐르지 않고서는 초급 딱지를 땔수가 없다. 중급 딱지를 때고 고급이 되기 위해서는 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행여나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없다면 9년을 일해야 한다. 그 사람의 프로그래밍에 관한 이해도나 테크닉이 아무리 뛰어나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늘리는 일보다 자신의 경력을 늘리는 일에 더 신경 쓰는것과 동시에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초급때 이미 중급 고급 수준의 스킬을 가진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 하고 지레 지쳐 이 바닦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3. 기술 등급이 올바르게 댓가를 받고 있기는 한건가
그렇다면 그렇게 등급을 메기려고 하는 프로그래머들의 등급에 대한 댓가는 올바르게 산정되고 있는가? 설마.. 초급 얼마 중급 얼마 고급 얼마 정하기는 잘도 정해 놓고 프로젝트 투입될때 외 중급 안들어 오냐고 따지는 고객들은 있지만 정해진 등급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려고 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결국 기술등급이 제아무리 철저하고 공정하게 관리 되더라도 개발자들은 피해를 받게 되어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IT 강국이지만 세계적인 솔루션 하나 없고 세계적인 프로그램 하나 없는 척박한 곳이다. 이것은 한국이 세계적인 술 소비국이지만 세계적인 술을 만들지 못하는것과 일맥상통 하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술을 단지 싸게 취하려고만 먹는 우리는 많은 술을 마시지만 좋은 술을 만들지 못하는것 처럼 프로그램을 싸게 많이만 만들려고 하는 우리는 결국 IT 개발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우수 인력이 유입될수 있는 많은 가능성들을 제도적으로 막음으로써 좋은 IT 제품이 나오는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실력을 인정 받지 못하고 아무리 쉬운 일을 했어도 기간만 길면 더 높은 등급을 받으면서 그나마 받은 등급에 대해서도 제대로된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대한민국. 이런곳에서 등급을 나라에서 관리하겠다고 덤비는것은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 안전히 쐐기를 박음으로써 대한민국 IT가 절대로 발전할 수 없도록 하려는 모종의 계획이 있는것 처럼도 보인다면 지나친 호들갑인가?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경력관리 따위 걷어 치우고 진정한 능력을 구분할 수 있는 절차와 그 절차에 맞게 획득한 등급에 대해 정해진 대우를 약속 할 수 있을때 비로서 대한민국의 IT는 발전할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