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아이폰은 아름답기만 한것인가

초하류 2009. 10. 22. 17:14
흔히 애플의 모든 제품을 이야기 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디자인 입니다. 애플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아름답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일체적인 디자인에서 뿜어나오는 품격이란 대단한 것이어서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품으로 사용됩니다. 아이폰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니멀한 스타일이 첫눈에도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이 아이폰이 출시되자 전면 터치스크린 방식의 모든 모바일 기기들은 좋건 싫건 아이폰과 비교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이폰이 불러 일으킨 반향을 넘어서는 제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면터치 방식의 디바이스가 기존에 없었던것도 아닌데 아이폰은 왜 이렇게 특별한 대접을 받는걸까요?

무엇이 다른가
우선 아이폰은 화면을 누르는 힘을 측정해서 입력이 되는 감압식이 아니라 인체의 정전기를 감지해서 작동하는 정전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손톱이나 그저 뽀족한 스타일러스팬으로 세밀하게 조작할 수도 없습니다. 기존의 터치방식 디바이스 사용자라면 답답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는 강박관념에 가까울정도로 집요한 아날로그적인 UI의 구현입니다. 손가락으로 밀어 넘기는 UI가 대표적인데 이 밀어서 넘기는 UI들에서 프로그램적인 처리에서 까다로우면서도 실제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간단계 즉 한 사진에서 다음사진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까지도 세밀하고 빠른 응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고 이를 위해서 2D이미지 가속기를 별도로 구성하기 까지 하는 정성을 들입니다. 아이팟터치나 아이폰이 카메라나 블루투스같은 요즘은 일반적인것으로 생각되는 컨버전스를 시도하지 않은것에 비교하면 이런 2D이미지 컨트롤의 응답성에 대한 제작사의 노력은 거의 병적인것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입니다. 그럼 이 두가지 특징을 사용해서 애플이 어떤 마술을 부렸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이 핵심인가
생각해 보면 아이팟 이전에 많은 기기들이 이미 터치방식의 UI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MS의 윈도우모바일과 Palm으로 대표되는 PDA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터치방식의 디바이스들과 아이팟터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바일기기로서의 UI를 어떤 관점에서 고민했는가  입니다.

PDA들은 화면을 조작 하기 위해서 스타일러스팬이라는 장치를 제공합니다. 문제는 이 스타일러스팬이라는것이 단순히 뽀족한 막대기라는 점입니다. 꼭 스타일러스팬이 아니라 손가락이나 손톱으로 눌러도 조작이 가능 합니다. 실제로 PDA 유저들중 많은 분들이 스타일러스팬 보다 손가락으로 조작 할 때가 많습니다. 스타일러스팬을 뽑아서 화면을 조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뽀족한 스타일러스팬으로 조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PDA화면은 작은 버튼과 스크롤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손가락으로 세세하게 조작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스타일러스팬이 필요한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리고 스타일러스팬을 뽑으면 일단 움직이면서 조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작은 버튼을 클릭 하기 위해서 이동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해서 화면을 조작해야 합니다. 이런 일련의 문제들은 언제든지 가져 다닐 수 있고 버튼을 누르면 부팅 없이 바로 화면이 나타나는 이동성이 극대화된 디바이스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책상에 앉아서 데스크탑을 사용하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UI를 제공함으로써 불편하다라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아이폰은 정전기식 터치를 선택함으로서 스타일러스팬이라는 입력장치를 버리고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 넣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화면에 뭉특한 손가락으로 조작 할 수 있는 UI를 완전히 새롭게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의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UI 입니다.

손가락으로만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버튼들은 큼직해졌고 큼직해진 리스트를 빨리 넘기기 위해서 가속도가 표현되는 밀어 넘기는 리스트를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스타일러스팬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더욱 당연하게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조작감 - 얼마나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각 효과들이 전환되는지 - 을 2D 가속엔진을 별도로 구현하면서 까지 섬세하게 구현해서 마치 실제로 책을 넘기거나 사진을 넘기는것 같이 느낄수 있도록 함으로서 조작에 대해 신뢰를 얻었습니다.

UI는 자세하게 컨트롤 할수 있기 보다는 얼마나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으로 설계가 되었습니다. MP3 폴더를 커다란 커버이미지로 표현한 커버플로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존의 계층적 구조를 버리고 모든 앨범이 한줄로 늘어서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분류별로 찾아 들어가는 세밀한 UI를 버리고 단지 옆으로 밀어서 찾아가도록 구성되어 있는 이 UI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류별로 접근할 수 있는 기존의 구조가 더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이동중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UI가 수정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앨범을 고르는듯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 분류별로 접근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느낌 보다는 사용하기 간단하고 실제로 앨범을 듣는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얼마나 과감하게 핵심에 집중할 수 있는가
아이폰은 휴대용 기기에 가장 알맞은 직관적인 UI를 기술적인 난점을 해결하고 컨버전스라는 시대적 대세를 버리면서까지 집요하게 추구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진정한 명품으로 우똑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을 넘어서기 위해서 출시되고 있는 수많은 기기들중 아이폰 만큼 휴대용기기에 적합한 UI를 고민하는 디바이스는 아직 없어 보입니다.

단지 컨버전스를 통한 기능과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자랑하는 기기들은 많지만  아이폰이 구현한 사용자 편리성과는 그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것 자체가 무의미 합니다. 마치 천재적인 패션센스로 유명해진 스타일리스트를 따라 잡기 위해서 금이나 다이아몬드로 옷을 만드는것 같다고나 할까요.

물론 아이폰이 완벽한 기기는 아닙니다. 언젠가는 아이폰을 뛰어 넘는 멋진 기기가 나올것이라는 것도 의삼할 여지가 없습니다. 단지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가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욕심같아서는 아이폰을 뛰어 넘는 혁신적인 디바이스가 우리손으로 개발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얼마나 과감하게 핵심에 집중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