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코갤 대 BJ 잉여가 잉여에게

초하류 2010. 7. 11. 19:09
아프리카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BJ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 디시인사이드의 코겔러들의 디스가 몇차례 있었고 얼마전  데프콘의 그녀는 낙태중이라는 가사에 언급되었다.

아프리카의 BJ들이 진행 하는 방송은 B급문화 혹은 소수의 문화다. 인기있는 여자 BJ들이 이른바 얼짱각도로 캠 아래에 앉아 있는 이유는 아무 각도에서나 비춰도 이쁜 공중파 연예인들보다는 덜 이쁘기 때문이고 짜임세 있는 방송이 아닌건 전문가들로 구성된 방송제작진(방송작가와 PD)이 없이 스스로 만든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나 춤 멘트 어느 하나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다.

그저 채팅창에 오가는 말들에 대답해 주기도 하고 읽어 주기도 하고 가끔 별선물을 주면 윙크를 하거나 일어나서 춤을 춰준다. 물론 노출이 조금 심한 옷을 입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중파에 나오는 연예인들보다 쭉쭉하거나 빵빵하기도 어렵거니와 그들보다 노출이 심하거나 선정적인 춤을 추는 BJ들도 거의 없다(내가 보는 한도 내에서는) 오히려 공중파에서 무슨 공연하다 끈이 풀어졌네 어디가 노출됐네.. 하는것보다는 .. 무난한 수준이라고 본다.

이런 BJ들을 향해 디시의 코겔러들이 성토하는 UCC에 담긴 컨텐츠가 없고 별이나 구걸하고 몇시간 노닥거리면서 억대의 수입을 올린다며 별창이라는 인격모독적인 언사로 성토하는 내용들은 뭐랄까..이런 지적질이 조선일보나 제도권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그럴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기존 제도권의 시선으로 보자면 별 생산성도 없는 노닥거림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죄에 가깝기 때문에 충분히 비난 받을만한 일일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문화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나라의 문화를 평가할때 필요한것중 중요한것은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컨텐츠가 있는 방송도 있고 컨텐츠가 없이 노닥거리는 방송도 있을수 있다. 그냥 이쁜 여자BJ와 채팅창에서나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것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취향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다른 모든것과 마찮가지로 보호 받아 마땅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는 우리나라 B급 문화의 상징격인 사이트다. 디시의 여러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겔러들이 가끔 생산적인 논쟁이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디시인사이드는 먹다 남은 비스켓을 판다는 기발한 게시물로 시작된 노닥 거리는 B급 문화 혹은 인증을 하면서 까지 잉여임을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루저들의 놀이터다. 디시의 가치는 얼마나 가치있고 생산적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문화와 취향이 존중 받을 수 있냐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런 디시가 단지 컨텐츠가 부실하고 그 컨텐츠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이유로 BJ들을 벌창이라는 모욕적인 언사로 공격한다면 이것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흔드는 일이 아닐까?

잉여는 잉여가 B급은 B급이 아쉽고 별것 없는 존재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무관심해주는 예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세상에 꼭 필요하지도 않는 모든 것들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영속시키는 방법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