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와 시크릿가든 그 비현실적인 달달함의 차이

시크릿가든이라는 드라마는 요즘 드라마가 메가 히트하면 생겨나는 이른바 시크릿가든 현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라고 자기 보다 나이 많은 백화점 간부를 닥달하는 현빈의 대사는 회사 사무실에서도 회식 술자리에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흘러나니까요. 그뿐인가요? 이태리장인이 한땀 한땀 뜬 얼척없는 빤짝이 트레이닝복을 입은 꼬맹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마트안을 아장 아장 누비고 다니는중이죠.

캔디류의 이런 드라마는 끊임없이 변주되어 오지만 모닥불에 스스로 뛰어 들어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스스로의 진부함은 익숙함으로 감칠맛 나게 시대의 흐름을 꼬집어 올리는 대사라는 신선한 드레싱으로 언제나 다시 태어나곤하죠.

스토리는 거의 비슷합니다. 마치 남자들이 즐겨 읽는 삼류 무협지가 주인공의 이름과 여주인공의 이름만 바꿔서 몇가지 패턴을 렌덤하게 섞어서 나오는것과 거의 일치하죠.

잘사는 집 비뚤어진체 마음속 아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왕자님을 그렇게 이쁘지는 않지만 현명하고 당찬 여자주인공이 밀당을 거듭하다 결국 왕자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되는 식이이랄까요 ^^.

하지만 캔디류의 여주인공이 밝고 구김살없는 명랑한 성격 하나로 버텨오던 전통은 삼순이에 이르러서 살짝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삼순이는 좀 뚱뚱하고 노처녀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있어서 누구와도 견줄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바야흐로 그냥 성격만 좋아서는 안돼고 실력도 있어야 하는 시대가 열린겁니다. 그리고 삼순이보다 훨씬 부자이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부자인 현빈이 결국 삼순이의 매력에 무룹꿇고 삼순이를 선택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선구자적인 작품들이 흔히 그러하듯 진부하게 그들은 결혼해서 아들딸 놓고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고 여운을 남긴체 극을 마무리 했어요.

그런데 이번 시크릿가든은 모든 면에서 삼순이보다 한걸음씩 더 지르는 형국입니다. 시크릿가든의 현빈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수준을 훌쩍 뛰어 넘은 이른바 초초부자죠. 물론 섬을 선물하는 F4의 위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요 ^^ 게다가 이 둘은 난관을 뚫고 결혼 해서 아이들을 셋이나 낳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마지막을 두고 이게 최선입니까를 되내 이는것은 무리가 아닌거 같아요

삼순이에서 적절한 현실성과 실제로 그럼직한 마무리로 로맨틱드라마는 한발짝 현실쪽으로 발을 들이미는가 했지만 시크릿가든에서는 영혼이 바뀌고 엄청난 신분격차에도 결혼을 해버리더니 결국 아이를 셋이나 낳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역진화를 해버렸기 때문이죠.

이건 어쩌면 와이어액션에 질린 무협팬들이 와이어 없는 정통 액션을 추구하다 또 질려서 다시 와이어액션이 뜨는것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액션영화의 와이어처럼 로맨틱드라마에서 현실성이란 드라마 자체의 존재를 위협하는 무서운 독이자 끝간데 없이 날아가 버려 어이를 상실케하지 않도록 극을 붙잡아 주는 무게추이기 때문이죠.

삼순이에서 한껏 무거워져 우리 머리위까지 내려왔던 로멘틱드라마라는 열기구는 시크릿가든에서 무게추를 다 던져 버리고 다시 저 구름위로 올라가 버린것격이라고나 할까요 ^^

이제 한동안 저 구름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달달한 로멘틱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겠죠? 사람들이 이 달콤함을 실컷 즐기다 이제 속이 너무 달아 뭔가 담백한것이 먹고싶어질때 까지 말입니다.

그때쯤이면 해병대를 제대한 현빈이 뭔가 로멘틱드라마의 획을 그을만한 작품에 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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