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갑에게 을이란 을에게 병이란

초하류 2014. 3. 14. 02:11
저는 작은 회사의 작은팀에서 팀장을 하고 있습니다. 팀장이래도 대기업의 그런 팀장은 아니죠. 그저 팀원들의 주간보고를 취합 하는 정도의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물론 연말에는 팀원 평가를 하긴 하지만 그것도 과욋일 같은 느낌이죠 작은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은 다 아실꺼에요)




그런데 오늘은 팀회식을 했습니다. 한달에 한번 하는 팀회식이 별다를것은 없지만 오늘 팀회식은 좀 달랐습니다. 팀원 한명이 퇴사를 하겠다고 해서 모인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늦은 결혼을 한 그 팀원은 제게 말했습니다.




"사실 옮기려는 회사가 그렇게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이제 지금같은 구축일을 다니는 것은 너무 힘들다. 하인 대하듯이 하는 고객사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도 지쳤다"




우리 회사는 흔히 말하는 중소 벤처 회사이고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구축팀이 고객사에 상주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 합니다. 솔루션이 있지만 솔루션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고객들은 잘없죠.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들여 설계한 UI와 프로세스는 고작 1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이리 저리 치이기 일쑤 입니다. 물론 우리들이 만든 제품을 존중해 주는 고객사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사들은 커스터마이징이 되지 않는 솔루션이라는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살아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니까 제품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냐는 답답한 소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고객들은 애교죠. 구축나간 PM들에게 계약에도 없는 무리한 업무를 강요하고 쌍소리를 하고 사장에게 전화 하고 영업을 호출해댑니다.




짜장면집에 가서 짜장면을 시키고는 왜 탕수육도 같이 주질 않냐며 사장을 찾을때 서빙하는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을것이며 또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우리는 술을 마시며 고객사가 공사니까 나가서 어디 찔러버리라는 둥의 악담을 하지만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푸념석인 뒷담화에 불과 하죠




회식 자리를 끝내고 팀원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와이프는 아이를 제우러 들어간 조용한 집. 술먹은 밤에는 늘 그러는것 처럼 라면을 하나 끓여서 어제 못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먹습니다. 다먹어 가는데 와이프가 나와서 얼굴을 찌프리며 소리를 좀 줄여 달라고 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내 입에서 조그마하게 "아~ 씨발" 하고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습니다. 그것은 와이프에게도 팀원을 힘들게 하는 고객사의 담당자에게도 향하지 않은, 감기에 걸린 환자가 쿨럭 거리며 하는 기침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하루 일과와 술에 지쳤을 뿐이었습니다.




내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하지만 잠이 쉬이 오지 않을것 같습니다. 머리속은 복잡하고 어중간히 마신 술은 몸을 빙빙 돌고 있고 숨을 쉬면 한숨이 나옵니다.




누가 다르겠습니까 이땅에서 급여라는 쥐꼬리를 붙잡고 버티는 직장인들이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저마다 비슷한 마음 아니겠습니까?




이제 이렇게 제가 온라인에 마련한 공간에서나마 끄적거렸으니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 겠습니다.



'초하류's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동 5년째  (0) 2014.04.09
순수한 기쁨  (0) 2014.04.07
물고기 잡기  (0) 2013.08.26
환경을 위한 나의 실천  (0) 2013.07.24
반말 채팅  (0) 201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