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반딧불축제에 가다

한번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느끼게 된다. 지극히 아름답거나 소중한 어떤것을 발견하거나 느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우연이 필요한지를, 그리고 내게 지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한 대상이 처음 나를 끌리게 만들었던 매력이 진정한 아름다움에 비하면 얼마나 표피적이었던것인지도

지난주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던 무주 반딧불 축제에서 그런 우연과 숨겨진 아름다움이 주는 지극한 감동을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다.

무주 반딧불축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2014년이었다. 전주에 프로젝트가 있어 6개월간 파견을 나가있던중 주말에 내려온 아이와 함께 무주 반디랜드란곳에 가게 되었다. 반딧불을 주제로 만든 조그마한 테마공원이었는데 방문했을때는 겨울이라 실제 반딧불이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주에서 매년 반딧불축제가 열리고 축제 프로그램중 반딧불이 신비탐사라는 이름으로 야외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딸아이와 함께 오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정확한 날짜를 모르고 있었던탓에 작년에 예약을 하려고 했을때는 이미 예약이 끝나 있었고 현장 판매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는 의외로 인기가 있는데? 라는 느낌과 함께 절치부심 올해는 예약에 조금 일찍 참가 했지만 역시 토요일표는 매진. 약간 망설였지만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꼭 참석하자는 마음에 일요일로 예약을 마쳤다.

당일 비가 오락 가락하는 날씨에 불안했지만 어쨌거나 출발.. 아이도 마눌님도 반딧불이를 직접 본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바람도 잡을겸 어릴적 반딧불이를 잡던 이야기를 해주며 가끔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무주 IC에서 차를 내리자 마자 네비를 볼 필요도 없이 이곳 저곳에서 반딧불축제 행사장을 알리는 싸인들이 보였고 내 기대는 점 점 커졌다.

늦게 출발도 했고 오느라 점심도 먹고 한탓에 4시가 다되어서야 행사장에 도착했고 .. 행사요원들이 주차장으로 차를 안내했는데.. 주차장에서 행사장이 너~~~무 멀었다. 

세워진 차도 얼마 없는데 왜 이렇게 멀리..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아이와 마눌님과 함께 길을 따라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누가봐도 강변에 조성된 산책로인데 행사장으로 부터 이 길을 따라 승용차가 달려 오는것이 아닌가.. 사람이 걸어 가고 있는데도 상당한 속도로..  뭔가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도착한 행사장에는 섭다리 위에서  반딧불과 별 관련도 없어 보이는 전통혼례에 이어 상여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로를 막고 설치한 음식점들에서는 전냄새가 진동을 하고 풍선터트리기나 깡통 넘어트리기 같은 유원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에 아 이거 뭔가 잘못 온 건가? 하는 불안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어쨌거나 아이와 함께 주공연장으로 올라 가 봤더니 1인당 3천원인 곤충관련 유료 관람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또한 흥미위주의 사슴벌레나 장수벌레 유충 만지기라던지  아주 컴컴한 방에서 LED 조명인지 정말 반딧불이 인지 분간도 잘 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등 그다지 성의를 느낄수 없는 모습에 점점 커지던 내 불안감은 저녁식사를 하는 사이 내리는 빗방울에 정점을 찍나 했더니 반딧불이 신비탐사를 위해 떠나는 버스에 올라탄 안내요원의 날씨 사정상 반딧불이가 많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란다는 안내에 대기권을 탈출해 버릴 지경이었다.

20분여를 달려 버스에서 내릴때쯤엔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조그마한 마을길을 따라 뚝으로 올라섰는데..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 저기서 터져나왔다.

와 반딧불이다~~

둑 위 길에서 내려다본 아래에는 여기 저기 반딧불이들이 반짝 반짝 빛을 내며 더러는 앉아 있고 더러는 이리 저리 날아 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꽤 많은 반딧불이들이.. 반딧불이를 못보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싹 사라져 버리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에 넋을 잃고 있는 찰라.. 반딧불이가 길쪽으로 날아 오고 있었다. 

"아빠 반딧불~~"

길게 이어진 강둑길 위에는 손 닫지 않는 저쪽 부터 우리가 걸어가는 둑 위까지 여기 저기 반딧불이들이 지천으로 날아 다니고 있었다.

나로서도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론 처음 보는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모습에 장거리 운전의 피로와 마뜩지 않았던 축제 행사들로 생겼던 불만들이 싹 사라져 버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기까지가 반딧불축제의 하일라이트라고 생각했다. 이미 저녁 9시가 가까운 시간 서울로 돌아갈 걱정에 주차장으로 항하려고 하는데 행사장에서 김장훈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연은 특유의 입담과 함께 앵콜로 접어 들고 있었다. 에라 이왕 늦은거.. 3곡여를 신나게 즐기고 공연이 끝나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우리 전통의 불꽃놀이인 안성 낙화 놀이가 펼쳐진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때까지만해도 낙화놀이에 대한 기대는 커녕 손톱만큼의 사전 정보도 없었던 탓에 너무 늦어버린 출발을 걱정하며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공연이 시작 되었고 길이 차단 된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 기대도 사전 정보도 없는 동시에 길이 막혀 어쩔수 없이 보게된 이 공연은 나를 충격에 빠트렸다. 

전통 불꽃놀이라는 안성 낙화놀이는 건조하게 표현하자면 섭다리가 놓여진 강 위를 가로질러 매어진  긴 4~5줄의 동앗줄에 주렁 주렁 매달린 불꽃이 쑥뜸 뜨는 냄새와 함께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불꽃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는데..  뭐랄까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 아름다운 정도가 필설로는 형언하기가 불가능했다.

강을 가로 질려 쳐진 낙화줄에서 마치 살아 있는것 처럼 너풀 거리는 불티가 끊임없이 떨어졌는데 영화 매트릭스의 문자열들이 흘러 내리는 모습의 실사 같기도 하고 너울거리며 떨어지는 모습이 조금전 보았던 반딧불이들이 내뿜던 초록색 불빛이 붉은색으로 바뀐듯 보이기도 했다.. 4~5줄이의 낙화가 공간적으로 겹쳐지면서 위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칠흙같이 어두운 강물에 비춰 땅에서도 하늘로 나풀 거리며 솟아 오르는 모습은 마치 어두운 공간에 3차원으로 입체 영상을 펼처 놓은것 같이 비현실적이었다. 

 이 모습만해도 쓰러질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에 쓰러기기 일보 직전이었건만 갑자기 강 가운데로 스팟 조명이 하나 딱 떨어졌다. 그리고 그 곳에엔.. 두둥..

강위엔 나룻배 하나가 떠 있고 그 위에는 뱃사공과 대금 연주자가 타고 있었다.

어두운 밤 철철 흘러 내려 나풀 거리며 눈 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불꽃 저 넘어로 나룻배 위에서 연주하는 대금은 그야말로 시각적 청각적으로 나를 KO 시켰다. 비록 짧은 견문이지만 지금까지 동영상과 실제로 본것을 합친 모든  락페스티발과 뮤지컬, 연주와 퍼포먼스를 통털어서 유니크함으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고였고 공연의 아름다움면에서도 비교대상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높이 솟아 올라 손 닿지 않는 높은 하늘위에서 폭발하는 불꽃의 색과 모양을 정교하게 제어해서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는 기존의 불꽃놀이가 서양적이라면 몇길 머리위에서 자유롭게 날리며 눈앞으로 살아 움직이는듯 춤을 추며 떨어지는 불꽃과 거기에 더한 대금연주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의 정수가 형상화되어 나타난 느낌을 받았지만 이것은 주관적인 느낌이라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찍은 동영상도 무주반딧불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도 실제 안성 낙화공연의 아름다움을 1/1000도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공연이 왜 이정도로 밖에 알려 지지 않았을까.. 공연의 퀄리티로 보나 반딧불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불꽃들의 모습으로 보나 무주 반딧불축제의 메인 공연으로 홍보되기에 죄고의 컨텐츠인데 정작 무주반딧불축제를 알리는 홈페이지 메인이벤트 소개에도 끼지 못하고 공연 전체 일정에 한줄 언급되어 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올해는 이미 끝나버렸지만 이 글을 본 분들은 내년 무주 반딧불축제에 꼭 한번 들러 보기를 강력히 권유한다. 물론 안성 낙화공연이 있는날이 포함되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단언컨데 절대 후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이글을 무주 반딧불축제 관계자가 본다면 안성 낙화축제를 메인이벤트로 홍보할것 또한 강력히 권유하면서 글을 마친다. (단 이곳이 엄청난 시골이라는 사실은 꼭 명심해야 한다. 공연을 다 보고 자동차 기름이 떨어져 주변의 주유소 두곳을 들렀지만 겨우 11시가 넘은 시간에 두곳 모두 영업을 종료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