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6
오늘은 대망의 이태리 남부투어가 있는 날 로마에서 차로 4시간 정도 가야 하는 먼 길이기도 하고 포지타노는 유명하긴 하지만 작은 마을이라 버스를 갈아타고 들어 가야 해서 투어를 따로 잡았다. 7시에 출발이라 유정씨랑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투어 합류지점이 우리 호텔 바로 앞이어서 잠자는 재인이가 좀 더 편하도록 최대한 시간을 늦춰서 6시 50분에 나왔다. 그런데 버스에 도착해보니 이미 사람들이 모두 와 있었고 우리 가족이 마지막 도착 게다가 자리도 이리 저리 흩어져서 다 떨어져 앉아야 했다. 지금까지 어딜 가도 한국 사람 마주치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투어는 한국인으로만 구성되어 조금 낯설었다.
한명씩 앉으신 분들께서 양보를 해주셔서 유정씨는 잠자는 재인이와 같이 앉고 나는 제일 앞자리로 가서 따로 앉았다. 로마는 화창했는데 남부로 향할 수록 구름이 많아져서 조금 불안했지만 날씨는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는 재인이는 여지 없이 멀미를 하느라 힘들어했다.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두 시간을 넘게 달린 버스는 폼베이에 도착했다. 원래는 3000미터에 달했다는 베수비오화산이 지금의 1200미터만 남기고 폭발해 버린 자연재해로 사라져 버린 이천년전 거대 도시는 유적지를 제외하면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줄지어 유적지로 들어갔다. 16미터나 쌓인 화산재를 버티지 못하고 지붕들이 모두 붕괴해 버렸지만 격자형으로 반듯하게 난 도로는 차도와 분리된 인도, 야간에 다닐 마차를 위해 도로에 곳곳에 흰돌을 박아 은칠을 해서 반짝거리게 만드는 등 현대의 도시와 비교해도 별다를 바 없는 훌룡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공중수로로 끌어온 풍부한 물을 바탕으로 매 50미터마다 음수대를 만들고 호사스런 공중 목욕탕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던 사람들이 생전 보지 못했던 화산폭발이라는 지연재해를 구경하다 도시 전체가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인 도시
유적들은 거대하고 멋있었지만 가버린 사람들 탓인지 쓸쓸해 보였고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로만 구성된 여행객들은 멀리 타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국 사람이라는 반가움이 있을 법도 하건만 눈만 마주치면 인사하는 유럽 사람들에 비해 너무도 서로 대면 대면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뒤섞여 투어 하는 것 보다 더 어색했다.
설상가상으로 남자 아이와 같이 온 가족이 내게 사진을 부탁하면서도 이렇게 찍어주세요 저렇게 찍어 주세요 지시하듯 말하더니 고맙다는 인사도 저도 찍어드릴까요?라는 당연한 배려도 없이 가버리는 게 아닌가. 해외 여행까지 와서 왜 저러나 눈쌀이 절로 찌푸려졌다.
1시간 여를 돌아 보고 투어회사에서 단체로 데리고 간 식당에서 14유로에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를 달렸다. 포지타노로 가는 길에 소렌토 항구가 잘 보이는 길에 잠깐 멈춰서 사진을 찍었는데 날씨가 흐려 사진으로 보는 초록 바다를 만날 순 없었다~ 조금 더 달려 한대의 큰 버스를 두 대의 작은 버스로 나눠 타고 포지타노로 향했다.
포지타노는 남부의 작은 해변가 마을이었는데 너무 작은 마을이어서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딱 하나뿐이었고 그나마도 미니버스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차 두대가 비껴 갈 수 있는 곳은 몇 군대 없어서 군데 군데 경찰이 서서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버스에 내린 사람들에게 2시간여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작은 골목길로 스며들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 가족과 몇몇 남은 사람들은 인파가 북적 이는 해변으로 내려갔다.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암벽에 붙어있는 알록달록한 집들은 더운 여름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트리 같았다. 해변에 자리를 잡고 앉자니 여기까지 와서 발 한번 담그지 못하고 가는 건 너무 억울했다. 양말을 벗고 파도에 발을 담궜다.
포지타노는 사진이나 소개글에서 본 아름다운 바다와 한적하고 아름다운 작은 어촌마을과는 달리 날씨 탓인지 바다색도 그냥 그렇고 좁은 골목과 해변에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다.
유명세를 타기 전 소수만 알고 있을 때 이곳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준비가 안된 체 스타가 되어버린 시골 소녀가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몰려드는 인파에 휘 청이며 본래의 매력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내가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해변을 걷고 있는데 재인이가 달려오더니 옷을 입은 체 풍덩~ 바다에 뛰어 들었다. 엄마는 옷을 좀 적셔도 된다고 말했다지만 재인이는 그 말을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바로 바다에 뛰어 들었던 것이다. 비록 우리가 생각하는 초록색 투명한 바다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중해에 뛰어드는 재인이를 보니 흐뭇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랄까?
적당한 파도가 끝도 없이 밀려드는 해변에서 맘껏 첨벙거리며 놀다 보니 두 시간은 금방 가버렸다. 일단 15유로를 주고 비치 타올을 하나 사서 해변에 마련된 유료 샤워장으로 갔다. 1.5유로에 샤워기에 쓸수 있는 코인을 사용할 수가 있었지만 샤워장은 가려 지는것 하나 없는 해변 모래밭 한가운데였다.
재인인 얼른 옷을 벗고 대충 소금기를 제거하고는 몸을 닦았다. 그런데 비치타월의 품질이 형편 없어서 닦이는 물보다 재인이 몸에 달라 붙는 보풀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어찌됐건 대충 몸을 닦고 옷을 갈아 입고는 서둘러 집합장소로 향했다. 엄청 서둘러 가면서도 포지타노의 특산품이라는 레몬사탕은 구입해서 오는 마눌님의 쎈쓰~
돌아 오는 버스는 포지타노까지 편도로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몇명 있어서 자리가 여유가 있었다. 올때 다닥 다닥 붙어 앉았던 것에 비하면 엄청 여유로웠다. 늦은 오후에 출발한 버스는 로마 근처에 도착하자 깜깜하게 어두워졌고 흐리던 날씨는 번개까지 치면서 비가 쏟아졌다.
관광버스는 우리가 처음 탔던 장소 보다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10유로에 노란색 우산을 구입해서 이미 잠에 골아 떨어진 재인이를 업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와 씻고 자려고 하는데 마눌님이 주저 주저 하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여행 좀 더 늘릴 수는 없을까?”
“비행기표가 고정되어 있으니까 이걸 날리고 다시 살수는 없어”
“그럼 혹시 비행기표 출발 날짜를 바꿀 수 있는지 한번 알아 볼래?”
날짜는 이미 12시가 넘어 9월 17일 일요일이었다. 우리가 구매한 비행기표는 19일 오후 8시에 로마 다빈치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였는데 현대프리비아 사이트에서 구매한 할인이 많이 된 비행기표라 날짜 변경이 가능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도 여행이 이대로 끝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컷 던 지라 날짜를 옮기기 위해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선 비행기표를 구매한 프리비아 사이트에 날짜를 변경 할 수 있는지 문의 메일을 보내고 회사에 휴가를 연장해도 될지 확인 전화를 돌렸다. 원래 일정은 휴가가 9월 22일까지 여서 19일에 귀국해서 조금 쉬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이었지만 9월 25, 26일 이틀을 휴가를 붙여서 쓰고 수요일 출근 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일단 회사가 조정 되었으니 이제 비행기표만 바꿀 수 있으면 여행 일정은 조정이 가능해 졌다. 이제 현대 프리비아에서 비행기표 변경 가능하다는 연락만 오면 여행 일정은 조정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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