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7
다음날 일어났더니 현대 프리비아에서 일정 변경이 가능하다는 메일이 와 있었다. 만약 일정이 변경 되지 못하면 오늘은 로마시내 관광을 하려고 했지만 여행 일정이 늘어나 더몰에 가기로 했다. 테르미니역이 근처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하기는 더없이 편리했다. 아침으로 누릉지스튜를 먹고 역으로 출발했다. 어제 그렇게 비가 오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날씨는 화창했다.
고속열차를 타고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으로 출발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 도착해서 시외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걸어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몰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큰 버스가 한대 들어 오는데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버스 운전사에게 더몰 가냐고 했더니 간단다. 얼른 올라탔다.
버스는 금방 출발했다. 그런데 40분이면 도착한다던 더몰은 1시간을 넘게 가는데도 도착할 기미가 없었다. 그러더니 왠 시골 정류장에 버스가 섰다. 다급한 마음에 버스운전사에게 표를 보여줬더니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No The moll”이란다. 자기 입으로 틀림없이 간다고 했으면서..T..T
버스를 타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갔다. 점심도 굶어서 배도 고프고 시간이 헝클어져서 기분도 별로 였지만 일단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더 몰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잠시 후 버스가 들어왔는데 버스를 보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검은색 버스는 옆쪽에 커다랗게 더 몰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우리가 탈 때 더 몰 가냐고 물어 봤는데 기사가 건성 건성 대답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저렇게 분명하게 표시된 차가 다니니 그걸 물어 본다는 걸 생각 못했을 수 도 있겠다 싶었다.
더몰은 구찌, 프라다, 버버리 같은 익히 들어봤던 메이커들로 가득한 쇼핑센터였다. 그중에 구찌와 프라다가 특히 인기 있었는데 두 상품을 파는 곳은 줄을 서야 들어 갈 수가 있었다.
구찌와 프라다에서 한참 방황 하던 유정씨는 일단 프라다에서 백을 하나 샀다. 그리고 나는 버버리에서 코트를 사려고 했지만 어깨를 맞추면 팔이 짧고 팔에 맞추면 어깨가 좁고.. 옷이 나와 맞지 않아 코트를 사는 것은 포기했다. 그리고 브리프케이스를 좀 보려는데 구찌에 깔끔한 백이 있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구매하기로 했다.
기백만원짜리 가방을 두개나 사서 피렌체로 돌아 왔더니 해가 저물어간다. 마눌님은 비싼 가방을 그냥 들고 다니면 큰일 난다며 미리 준비해온 에코백에 가방을 넣어서 들고는 피렌체 두오모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었다. 그리고 식사를 위해 구글맵을 앞세워 유정씨 친구가 소개시켜 준 스테이크집을 찾아 갔다.
꼬불 꼬불 골목길을 이리 저리 헤매어 겨우 찾아 갔는데 예약을 하지 않은 우리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피렌체가 작은 도시지만 역에서 한참을 걸어온 것 같은데 돌아갈 기차가 걱정이었다. 웨이터에게 물어 보자 식당에서 걸어서 5분 조금 넘게 걸린단다. 다시 맵을 확인해 보니 구글맵에서 7분이 찍혔다. 아마 두오모에서 걸어 오느라 피렌체 역 뒤쪽 골목으로 걸어와서 오래 걸린 것 처럼 느껴졌나보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빨리 자리가 났는데 식당 지하에 있는 길쭉한 테이블이었다. 스테이크와 셀러드를 시켰는데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가 꽤 맛있었다. 평소에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재인이도 맛있게 먹었다.
계산을 하면서 유정씨가 짧은 영어로 친구가 소개 시켜줘서 찾아왔고 맛있게 먹었다고 하자 주인 양반이 커피를 준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기차 시간이 급해 계산을 마치고 후다닥 역으로 향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기차를 타고 로마로 돌아와 호텔에 들어왔다.
처음의 일정대로라면 이제 여행을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는 비행기표를 뒤로 물러서 다시 5일의 일정이 추가 되었다. 늘어난 일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유정씨와 일정을 잡았다. 스페인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늘어난 짐도 문제고 오늘 구매한 가방도 들고 다니기 번거로웠다.
그래서 피렌체에 묵으면서 피사나 베니스를 관광하고 너무 늦게 도착해 아쉬웠던 니스를 다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일단 비행기표를 다시 확인했다. 로마에서 니스 가는 비행기표는 많았다. 그런데 24일이 문제였다.
로마에서 서울로 돌아 오는 아시아나는 24일 오후 8시 비행기였는데 니스에서 로마로 돌아 오는 비행기는 아침 7시 비행기와 오후 3시 비행기가 있었다. 7시 비행기를 타려면 적어도 호텔에서 5시는 나서야 6시까지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8시에 로마에 도착해서 저녁 8시 비행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새벽에 움직이는 것도 재인이까지 데리고 쉽지 않을꺼 같았다. 시간으로 보면 3시 비행기를 타는 게 딱 맞았지만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 놀란다고 혹시나 지연되거나 지난번처럼 취소 되면 난감해 지기 때문이다.
결국 조금 무리지만 안전하게 7시 비행기로 예매를 했다. 비행기를 예매 하고 나서 숙박업소 예약까지 끝내고 나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이렇게 여행 일정을 늘리는게 잘한 결정일까? 고민스럽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이 이렇게 유럽 여행을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돈도 시간도 더 들겠지만 여행을 쉬이 끝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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