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9

초하류 2018. 3. 14. 16:12

9.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2011.09.05 02:00)


출산을 준비하면서 출산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수중분만이나 그네분만 같이 좀 파격적으로 보이는 출산에서부터 흔히 산모들이 배우는 라마즈 호흡법이 나온 라마즈분만법 등등.

 

우리가 선택한 산부인과에서는 르와이예 분만법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출산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주안점을 둔 분만법이었습니다. 엄마 뱃속의 환경처럼 조명을 어둡게 하고 탯줄도 아이가 폐로 호흡하는 것을 적응하기 위해 조금 시간을 두고 자르는데 마눌님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것은 태어난 아기를 바로 신생아실로 데려 가는 것이 아니고 엄마의 가슴에 올려 두고 젖을 물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차례 내진을 더한 마눌님은 관장을 하고 개인병실로 옮겨서 진통 시간을 체크 하며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실은 은은한 음악이 흘러 나오고 화사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각종 측정도구 등 병원에서 쓰는 기자재만 없으면 단정하게 꾸며진 팬션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마 전체적으로 르와이예 분만법에 맞게 꾸며져 있는것 같았고 마눌님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자기야 그런데 지금도 아픈데 더 아프면 어떡하지?”

“조금 있으면 무통마취 한다니까 참을 만 하게 될 거야 조금만 더 참아"

“근데 자기야 내가 읽은 책에는 될 수 있으면 무통마취도 안하는게 아기에게 더 좋다는데 나 그냥 참아 볼까? 나 아픈 건 잘 참잖아 ~~ 아~~~~~아~ --;;”

 

점점 출산의 시간이 다가오는 걸까요? 그냥 얼굴만 조금 찡그리던 마눌님이 신음소리까지 내면서 얼굴을 찌프리기 시작했습니다.

 

“똑똑~~”

 

노크를 하고는 의사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무통마취 준비 하겠습니다.”

마눌님은 얼굴을 잔뜩 찌프리고 있다가 내 눈을 보면서 찡긋 찡긋 싸인을 보내왔습니다.

 

“저 의사선생님 처가 무통마취를 하는것 보다는 안하는게 아이에게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아직은 참을 만 한 것 같은데 무통마취는 나중에 맞으면 안될까요?

 

“아 지금 맞으시는 건 아니구요 무통 마취라느 게 척추에 주사하는 거기 때문에 무통마취를 맞을 수 있도록 주사바늘이랑 준비를 해드려야 하거든요. 나중에 본격적으로 진통이 올 때는 몸을 고정시키기 힘들어서 지금 준비를 해둬야 합니다. 있다가 진통 심해지시면 놔드릴 거구요 한 시간 조금 넘게 효과가 지속될 거에요”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하신 후에 마눌님의 등에 보기에도 아파 보이는 주사 바늘을 꽂으시고는 그 끝을 링거 튜브 같은 긴관에 연결해서 어깨 쪽에 고정 시키시고 나가셨습니다.

 

“자기야 나 무슨 사이보그 된 거 같아~~ 잉"

 

등이 불편해선지 침대 옆에 기대어 앉은 마눌님이 얼굴을 찡그려 보였습니다. 이럴 때 또 뭔가를 해주어야 하는 게 제가 그 자리에 있는 이유죠

 

“자기야 이제 진짜 조이가 조금 있으면 우리 만나러 나오는 거 같은데 마지막으로 조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해~”

“뭐야 자기야 싫어~~”

 

카메라를 들이대자 마눌님은 얼굴을 찌프리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 나면 안되죠

 

“에~~헤~이. 이제 조금 있으면 조이가 순풍 나올 건데 이거 안 찍어 놓으면 나중에 후회 확률 백프로야 자 자기야 여기 보시고~~~ 시~~ 작"

 

진통이 오는지 얼굴을 잠시 찌프리고 어금니까지 사려 물며 힘들어 하던 마눌님은 얼굴이 조금 펴지자 카메라를 행했습니다.

 

“조이야. 이제 조금 있으면 만나겠네. 우리 얼른~~ “

 

마눌님은 말을 잊지 못하고 다시 이를 사려 물었습니다. 잔뜩 찌프린 얼굴, 침대보를 꽉 움켜쥐는 손가락, 무릎까지 오는 환자복 아래에는 퉁퉁 부어서 평소보다 훨씬 커진 발등.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진통이 계속 되자 간호사가 들어왔습니다.

 

“산모님 많이 힘드세요?”

“네.. 진통이 좀 더 세져서요.. 아야~~~”

“네 알겠습니다.”

 

마눌님에게 이것 저것 체크를 하더니 병실 문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쓱 들어 오시더니 별다른 말도 없이 무통마취 주사약을 넣고는 나가 버리셨습니다.

 

아까 마눌님이 무통마취를 안 맞고 참아 본다고 말씀 드렸는데 별다른 말도 없이 무통마취를 해버리시고 나가니까 조금 황당한 느낌이 들었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었습니다. 마눌님의 찡그린 얼굴이 펴졌거든요. 기쁜것도 잠시 마눌님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야 왜 그래.. “

“몰라 조이한테 안 좋다고 해서 참아 보려고 했는데… 벌써 이래서 조이 어떻게 낳지~~”

 

자신이 힘들더라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주려는 엄마의 마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을 흘리는 마눌님의 얼굴을 받칠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 주는 일과 별 할일 없는 양손으로 마눌님의 등을 토닥거려 주는 일 정도뿐이었습니다. 몇 달 전 양수검사 결과서를 받아 들었을 때 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