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MP3의 수명은 언제까지 일까

초하류 2007. 5. 18. 11:13

1998년인가? 하이텔에서 처음 접한 MP3라는 파일은 참으로 이상한 존재였다. 그당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선두를 달리던 Ra 파일 보다 훨씬 크고 CD 원본 보다 음질은 떨어졌다. 플레이 하려고 하면 CPU 점유율도 엄청나서 다른 프로그램 실행에 지장을 주었다. 차라리 CD를 트는게 훨씬 나았다. 음질로 보나 CPU 점유율로 보나. 내가 느끼기에 MP3파일은 온라인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크고 오프라인에서 사용하기엔 음질이 떨어지는 계륵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세계 최초의 휴대용 MP3 플레이어인 MP맨이 출시되었고 그당시 획기적인 용량 (32M)와 재생시간(3시간)으로 바야흐로 MP3 플레이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탄생 시켰다. 그리고 MP3 플레이어들은 점점 진화해서 요즘은 기가 단위의 용량과 10시간이 넘는 플레이 타임 그리고 DMB와 전자사전등의 디지털제품 컨버젼스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그렇게 플레이어는 계속 발전해 나가는데 어째서 파일 포멧은 여전히 손실압축의 MP3인 것일까? 이제는 메모리 가격도 싸다. 1G SD 메모리가 만원정도? 그렇다면 CD 라는 저장매체 대신에 SD 메모리에 Wav 파일을 담아서 플레이 하는 플레이어 나와도 될꺼 같은데 어째서 아직도 MP3인 것일까. 처음 640*480의 낮은 해상도에서도 우표 딱지 만하던 장난같은 동영상 파일들은 VCD를 지나 DVD를 건너 이제 HD급 고화질의 차세대 디스크가 발매가 되고 있는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수 있겠지만 그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 하는 이유는 아마도 음악을 듣는 방법의 변화에 기인 하는것 같다. 이제 거실이나 음악다방 같이 한정된 장소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점차 적어 지고 있다. 음악도 음악만으로서 사람들에게 소비되기 보다 영상과 합쳐진 OST형태로 소비되고 있는 추세다. 미녀는 괴로워 OST의 성공과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부르는 어설픈 노래가 각종 음악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고 이효리의 경우처럼 정식음반 보다 뮤직드라마 형식의 광고를 통해 발표한 음악이 대중에게 훨씬 잘 먹혀 들어가는 것들은 음악의 트렌드가 변했다는것의 단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음악은 이동중이나 어떤일을 할때 주변에 가볍게 흐르는 것이지 단지 음악만을 위해 감상하는 일이 적어지자 귀로만이 아니라 공기를 진동 시켜 온몸을 흔드는 음파에 몸을 맡기는 본격적인 음악감상의 형태 보다는 작은 스피커나 이어폰을 통한 감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런 정도의 출력을 위한 음원의 재생이라면 음원 자체의 해상도는 큰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 어떤 이어폰이 좋고 이어폰이 에이징이 덜되서 소리가 맘에 안든다고 투덜거려봤자 온몸으로 느끼는 저음을 고막으로만 느끼는 한계 상황에서의 차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논의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현대의 주거공간에서 공간을 울려서 이웃에게 피해를 주기 쉽기 때문에 제대로된 시스템으로 음악을 감상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되고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어에 발맞춰 고해상도 영상 소스들이 개발되고 대중화 되고 있는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정적이었던 음악감상을 일상의 이동공간으로 까지 확대시킨것 워크맨에 비견될만한 어떤것이 만들어 진다면 음악을 듣는 방법도 변화될 것이고 MP3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