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상식

DSLR이 더 똑딱이다.

초하류 2007. 5. 11. 11:04
DSLR카메라와 비교해서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흔히들 똑딱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모든것이 자동인 디카를 똑딱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DSLR과 비교해서 똑딱이라고 부를때의 그 수동기능의 유무와 상관없이 SLR이 아니면 똑딱이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한때 보급형 거의 최상위 기종이었던 소니의 717도 똑딱이 소리를 피해갈 수 없을 정도니 이제 똑딱이는 비SLR카메라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문제는 SLR유저들이 똑딱이라고 부를때에 은근한 비하의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냥 카메라에 모든것을 맞기고 똑딱 셔터만 누르는 유저들은 어떻게 보면 사진을 진지하게 찍지 않는것 처럼 보이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의 능력보다 카메라의 능력에 더 기댄다는 측면에서 볼때 똑딱이라는 명칭은 보급형 카메라가 아니라 SLR카메라에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SLR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똑딱이라고 은근히 보급형 디카를 무시 하는 당신이라면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나는 도대체 카메라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수동으로 조절하고 있나

대부분의 유저가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 조리개를 조절해서 찍는 정도다. - 나도 그렇다 나는 한술 더 떠서 프로그램 모드로도 자주 찍는다. T..T - 조리개 수치로 심도나 셔터 스피드를 확보 하고 나서는? 나머지는 결국 카메라가 다 알아서 해주는 자동일 뿐이다. 문제는 요즘 왠만한 보급형 디카들도 조리개우선 정도는 지원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같은 내공을 가진 찍사라면 당연히 SLR쪽이 휼룡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휼룡한것은 찍사가 휼룡하기 때문이 아니라 카메라의 하드웨어적인 성능에서 나온것일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보급형 카메라는 SLR보다 심도나 계조 표현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구도나 순간포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것들은 카메라의 성능과는 전혀 관계없는 찍사가 가진 내공의 발현일 뿐이다. 훌륭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찍사의 노력이 몇배는 더 필요한 셈이다.

나역시 보급형에서 istDs로 바꾸고 나서 한동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도 결과물이 확연히 틀렸다. 훨씬 섬세한 계조와 풍부한 심도는 나를 만족시키고 즐겁게 만들기는 했지만 사진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닌것들이었다. 압도적인 하드웨어가 만들어 내는 멋진 이미지에 도취되어 정말 찍사의 능력이 필요한 창의적인 구도나 피사체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한 탓이다. 그런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적어도 내 눈에는- 예전보다 사진이 훨씬 멋지게 찍히기 때문이었다. 보급형을 사용할때는 상대적으로 신경이 덜 쓰였던 렌즈며 악세사리들에 투자하는 노력이나 비용은 늘어나면서도 정작 사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 들어 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니 찍사 여러분 디카 자랑 고만 하시고 장터 고만 서성거리시고 사진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