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한국 영화 극장에서 왜 보냐?

초하류 2006. 2. 10. 10:58
개봉 되는 영화의 90% 이상이 헐리웃 영화였던 시절(홍콩 영화가 90%인 시절도 잠시 있었지만)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 바보라고 놀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걸려 있는 헐리웃 영화들을 골라서 봤다. 한국영화가 시시한것은 당연한 것이고 극장에서 자막을 보는것은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서 기름을 넣어야 하는것과 마찮가지로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영화가 어떻게 하면 발전 할 수 있을까를 고민 하는 사람도 조언 하는 사람도 없었다. 한국 영화가 다시 일어 서는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저 영화판에선 오늘도 그렇지만 그때도 자기 신명에 미쳐서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UIP 직배가 시작 되었고 스크린쿼터가 시작 되었다. 영화사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화를 수입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방화제작이 이제는 회사의 사활을 거는 중요한 일이 되버렸다. 이렇게 스크린쿼터라는 이펙트는 영화판 전체를 완전히 재편했고 한국영화가 새롭게 태어나는데 핵심 KeyWord가 됐다.

146일 이라는 극장 상영일수를 제공해 주고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졌다. 그러자 영화 제작사들의 마인드가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흥행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흥행 시키지 못하면 회사가 망해 버리는 상황에서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상황의 변화는 여기 저기서 조금씩 나타났다. 구미호를 시작으로 되든 말든 특수효과를 실험하기 시작했고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멜로도 정성스런 제작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이 간간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행나무 침대같은 판타지물이 흥행에 성공 하는가 하면 접속이나 편지 같은 멜로로 조금씩 입지를 다져 가던 한국 영화는 투캅스와 넘버3, 쉬리같은 전형적인 헐리웃의 장르영화에 한국적 상황을 적절히 매치시킨 작품들로 관객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에 힘입어 충무로에 대기업을 비롯한 뭉치돈들이 투자 되면서 한국 영화는 유래없는 양적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먼나라 이야기 처럼 들리던 스크린 점유율 50%를 넘어 서기도 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단순히 양적인 성장만으로 그친것이 아니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화들이 심심찮게 나타나는가 하면 영화의 장르도 다양해져 더이상 멜로면 멜로 폭력물이면 폭력물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 나게 되었다.

스크린쿼터를 시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영화의 자국 시장 점유율이 이정도로 올라서리라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그렇게 예측하기 힘든 것이고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으키기 힘든 것이다. 스크린쿼터를 없에도 경쟁력 있는 한국 영화만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교과서속에 사는 사람이다. 뭘 그리 생경하게 어려운 영화제작까지 생각하는가 바로 옆에서 같이 일하고 노력 하는 사람들을 보자. 그냥 열심히 노력한다고 살아 남을수 있는것이 세상인가? 그저 노력만 하면 세상이 알아 주고 가장 노력하고 가장 휼룡한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 살아 남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은 교과서속에나 존재하는 허상이다. 세상이 그렇게나 아름답다면 천국을 따로 상정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위험한 게임이다. 어쩌다 대박이 나기도 하지만 훨씬 많은 수의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도 힘들다. 특히 극장 상영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절대적인 퍼센트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헐리웃의 다른 영화들이나 일본같은 DVD나 해외 수출 같이 수익을 보전할 다른 통로가 너무나 적다. 극장상영이라는 예측하기 힘든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면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란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쿼터가 줄어 들어 영화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줄어 든다면 누가 리스크를 안고 영화를 제작 하려고 하겠는가. 국내에서 영화를 제작하는데 아주 저렴하면 7-8억(김기덕감독의 초기영화들 정도 수준) 조금 썼다하면 40-50억 표나게 쓰려면 100억이 훨쩍 넘는다. 100억을 들이면 국내 관객 600만은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수 있다. 하지만 헐리웃에서 100억짜리 영화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저렴한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사이즈에서 상대가 되질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우리영화가 경쟁력이 있는 곳은 고작해야 국내 시장에서 뿐이고 그나마도 일년에 한두편 나오는 흥행작들로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관객점유율 50%는 언제든지 깨질수 있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한류라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흥행한 작품중에 국내 관객수를 넘어서는 작품도 없다. 우리의 영화는 아직까지 철저하게 대한민국에 커스터마이징된 국내용일뿐이다. 천만관객이 한계인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국영화는 언제든지 몰락해 버릴 수 있다. 한때 아시아를 호령했지만 이제 옛일이 되어 버린 홍콩이나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지만 지금은 몰락해 버리다시피한 일본의 예는 영화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것인가에 대한 타산지석이 될 수 잇을 것이다. 헐리웃이라는 거대한 영화공장 앞에 가내수공업 정도의 우리나라 영화계를 위해서 스크린쿼터는 일방적으로 도와주는것이 아니라 우리 영화가 진정한 의미의 영화로서(예술성과 관객동원력 양쪽에서)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미국 감독이 감독 하고 중국 배우가 영어로 연기하는 게이샤의 추억이 여사로와 보이지 않는 사람은 나뿐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