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홍대 클럽 공연은 음란하지도 퇴폐적이지도 않다.

초하류 2005. 8. 2. 14:38
카우치 멤버들의 방송사고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서울시장 아저씨는 밴드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서울시가 주최하는 무대에는 오르지 못하게 하라는 삽질로 언론의 한 귀퉁이를 장식했고 주류언론들은 물만난 고기마냥 홍대앞에서 개콘의 수위아저씨 마냥 대~~충 사진 몇장 찍고 몇마디 인터뷰한걸 가지고 장황한 장편 소설을 작성중이다.

이들의 표현에 의하면 언더밴드의 클럽공연은 클러버라는 정체불명의 무리들의 흥을 돋구기 위해서라면 맥주병을 깨고 옷을 벗고 기타도 부쉬고 아주 난장을 벌이는 반사회적이고 퇴패적인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을 딱 보기만 해도 기자들이 홍대앞 문화에 얼마나 무지한가를 대번 알 수가 있다.

클러버란 테크노파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지 않는가 홍대에는 클러버들을 위해 테크노를 트는곳도 클럽이라고 하지만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을 볼수 있는곳도 클럽이라고 일컬어 진다. 밴드들의 공연에 슬램을 하고 헤드뱅잉을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슬램하고 헤드벵잉을 하는 사람들을 클러버라고 부르진 않는다.(물론 클러버가 나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테크노하면 떠오르는 이정현언니의 도리도리춤을 테크노라고 이야기 한다면 대략 낭패 )

홍대앞 클럽은 외부에서 상상하는것 처럼 그렇게 엄청나게 자유로운 해방된 공간이 아니다. 밴드들은 흥에 겨워 물을 뿌리다 고장난 앰프땜에 사장님에게 야단 맞기 일쑤이고 기타를 마구 부셔버릴만큼의 금전적 여유도 없다. 그들의 자유란건 발라드와 댄스 일색인 기존 주류음악씬에서 철저하게 외면되고 있는 여타 장르의 음악을 고를수 있는 정도다.

홍대 클럽 공연 어디에 그렇게 퇴폐스럽고 저질스런 레퍼토리가 있는가 누가 나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는 5년이 넘게 홍대앞 클럽을 다니며 공연을 즐겼지만 그런 공연은 듣도 보도 못했다.

클럽공연이 그렇게 음란하고 퇴폐적이었다면 아마 클럽 사장님들은 벌써 대박나서 돈방석에 올라 앉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작은 공간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흥겹게 연주하고 즐기고 있을 뿐이다.

관객과 같은 객석에 앉아 있다가 수줍게 무대에 올라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 주는 때로는 지나치다 싶게 평범한 젊은이들이다.

추구하는 음악은 과격해서 그로울링과 으르렁 거리는 기타 사운드에 비해 생뚱맞게 수줍은 맨트와 까페 광고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짓게 만드는 밴드가 대부분이다.

물론 과격한 밴드도 있고 성적인 코드를 사용하는 밴드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밴드들은 그저 500여개 밴드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것은 현란한 기타 솔로나 박력있는 리프 듣는이로 하여금 소름 끼지게 만드는 절창과 같이 그저 음악의 일부분으로 차용되는 소품일 뿐이다.

그렇게 음란과 퇴폐를 이야기하는 주류 매체를 한번 보자

눈도 깜빡 하지 않고 짝짓기 프로그램의 여자 출연자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 출연자 남자 출연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오직 노출과 골반만을 사용하는 여자 출연자

모든 여자 가수에게는 청순뒤에 섹시냐 시종일관 섹시냐의 차이가 있을뿐 섹시라는 이름의 주류 언론들의 표현 대로라면 음란 퇴폐코드가 필수 코스이며 이들에게 음악은 섹시한 노출과 도발을 위한 BG일 뿐이다.

음란과 퇴폐를 이야기 하는 이른바 주류의 TV와 MTV에서는 10초가 멀다하고 나오는 손바닥 만한 바지와 탑을 입고 촛점없는 눈으로 연체동물 처럼 흐느적 거리는 여자 가수가 노래를 하는걸 홍대의 어느 클럽공연에서도 나는 본적이 없다.

음란과 퇴폐라면 주류문화가 홍대의 이른바 언더 문화에 뭐라고 할 처지가 되질 못한다.

카우치 맴버들은 잘못을 저질렀다. 듣도 보도 못한 행동으로 그 자신들이 Under Control 임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에 널리 알렸다.

그러나 그것은 카우치의 두 똘아이의 문제일뿐이다. 어물전을 망신시키는 꼴뚜기처럼 어느 집단에도 똘아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것으로 언더의 음악씬이나 클럽공연을 싸잡아 평가하려는 시도는 이쯤에서 멈춰주기 바란다.

홍대앞 클럽은 소규모 공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과 늘어나는 적자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무관심을 견디기에도 이미 힘이 벅차다.

꼭 홍대앞 클럽의 공연을 욕하고 싶다면 직접 와서 봐라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해라 얼마나 화끈하고 퇴폐적인지

마침 이번주 금요일은 만오천원으로 클럽을 돌수 있는 Live Club Day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