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온라인에서의 글쓰기 글읽기

초하류 2004. 11. 30. 18:05
말 잘하는건 어렵지만 남에 말을 잘 듣는것은 더 어렵다. 말 잘하는것을 위해서는 명석하고 논리적인 두뇌와 약간의 센스가 필요하지만 남에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명석하고 논리적인 두뇌에 인내심과 타인을 향한 배려라는 복잡하고 지루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글 잘쓰기 보다 글 잘 읽기가 더 어렵다. 만약 읽고 있는 글이 모니터를 통한 온라인의 그것이라면 상태는 더욱 심각해 진다.


온라인 Web이라는 공간은 의외로 굉장한 속도를 가진다. 두꺼운 양장본의 책을 읽는것이 가로수 사이의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것 이라면 Web에서 온라인상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고속도로에서 이정표를 읽는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간단하게 사이트와 사이트를 이동할 수 있는 Web에서 사용자들이 가지는 속도감이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다. 마치 자신의 생각만으로 이 가계와 저 가계를 순간 이동할 수 있는 것에 비견할 만한 것으로 오프라인에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정도의 속도감이다.


이런 맹렬한 속도감 속에서 어떤 글을 마주 대했을때 생기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의 글에 대한 접근방식의 상이함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온라인의 속도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 다만 방문자가 자신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혀지기를 원하며 그러는 중에서도 지루하지 않는 재미있는 글이 되기를 원한다. 따라서 글을 쓰는 사람은 간간히 비유와 과장을 섞어서 오프라인과 별 차이없이 글을 쓴다


반면에 글을 읽는 사람은 고속도로에서 이정포를 읽는것 처럼 자신이 필요하거나 관심이 가는 단어나 문장으로 시선이 고정된다. 여간해서는 차를 세울수도 없고 속도를 늦춰서 이정표의 다른부분까지 자세히 살펴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힘든것 처럼 Web상에서 어떤 글의 처음부터 끝을 찬찬히 읽어 나가는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그래서 기껏해야 자신의 시선이 머문 글 주변을 대충 훑어 보는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거기다 온라인의 특성상 빠른 피드백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감정적 편건까지 더해진다면 어떤 글을 온전하게 제대로 읽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운일이 되어 버린다.


어쩌면 Web에서 가장 적합한 표현 방식은 어떤 주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아니라 "봵 진짜 구려" 나 "와방 잼나여 다 같이 관람해 BoA yo" 같은 단편적이고도 확실한 정보 전달인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런 표현들이 그렇게나 유행하는것인지도..-



Web이라는 수평적으로 끝없이 이어진 정보체계속에서 글을 쓴다는것은 마치 말을 하는것과 글로 쓰는것 만큼의 간극이 존재하는것 같다.



이제 대중화 된지 10여년 Web상에 글쓰기와 글읽기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이고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것 같다.



-당장 이 글도 온라인에서 읽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듯..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