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제대로된 성교육이 필요하다.

초하류 2004. 11. 10. 18:01
중학교 3학년 과학시간 과학선생님이 들어 오시자 마자 칠판에 커다랗게 빨간 분필로 SEX라고 쓰셨다.


그러자..


갑자기 50명이 넘는 사내녀석들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온 교실이 난장판이 됐다. 책상을 치고 발을 구르고 서로 어깨를 치고... (유치원 교실에서 똥이라고 말하면 비슷한 현상을 유발 시킬 수 있다.)


선생님은 난리굿을 치는 우리를 약 1분간 처다 보시더니 칠판을 지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직 어려서 성교육을 못하겠다"


그리고 몇주후인가? 강당에 모두 모여서 잘 보이지도 않는 영사기로 돌린 성교육 영상물을 관람했다. 정자가 어떻고 난자가 어떻고 에스트로겐과 배란일 성병 등등.. 희미한 이미지들이 졸린 눈꺼풀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학에 들어가서 들어본 여고의 성교육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우루루 모여서 성교육 영상물을 보고 남자는 다 늑대니까 그저 몸조심하라는 말을 졸린 귓등으로 흘려 들는 정도였다니까.


성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이야기 되는것들중에 포지티브한 이야기는 한줄도 없다. SEX는 위험한것 나쁜것 결혼하기 전에 하면 큰일나는 것. 각종 매체에서는 매춘과 원조교제 바람난 남편과 부인의 이야기등 성이란 90%이상이 사고 파는 대상이거나 윤리적이지 못하거나 재앙이다. 그러는 사이 하루가 멀다하고 흘러 나오는 뻥튀기한 포르노와 허풍섞인 친구들의 경험을 듣는 것으로 장남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성이란 뭔가 나쁘고 어둡고 몰래 하는 어떤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SEX란 본질적으로 애인이 되었건 부부가 되었건 사랑이라는 가장 사적인 교류를 가지는 두 사람 만이 나누어 가질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아닌가-아닌가? ^^;;-.


학교에서고 가정에서고 무턱대고 여성에게 남성을 조심하라고 가르치는것 보다는 남성에게 자신의 성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잘못된 것이라고 교육 시키지는 것이 더 합당하다. 피임을 생각하지 않고 SEX를 시도하는 것은 여성을 배려 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남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것이 더 효과적이다.


여성들에게는 SEX가 가져올 두려움과 임신의 공포를 가르치는데 할애된 시간의 일부분만 이라도 SEX는 본질적으로 즐거운 것이며 자신들도 그 즐거움을 능동적으로 즐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것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성인 여성의 많은 퍼센트가 결혼 후에도 오르가즘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에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준 사회가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Sexless인 부부들이 점차로 늘어가고 있다는 통계와는 아랑곳 없이 밤마다 부킹에 열을 올리는 아줌마 아저씨들로 북적대는 카바레와 어디에 쓰려는지는 알수 없지만 정력을 위해서라면 뭐든 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이땅의 수많은 아저씨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것은 성매매 방지법 따위의 결과에 대한 항생제적인 치료법으로 내성만 키울게 아니라 성에 대한 의식을 바르게 잡아 줄 수 있는 긍정적이고 책임있는 성에 관한 가치관 교육을 선행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